고양이는 왜 이러는 걸까? - 한밤중 우다다부터 소변 테러까지, 온갖 사고와 말썽에 대처하는 법
데니제 자이들 지음, 고은주 옮김 / 북카라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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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미미와 산 지 4년째다. 미미는 원래 길고양이, 그 중에서도 좀 시끄러운 길고양이였다. 미미는 무엇 때문인지 온 동네 다 들리도록 울며 돌아다녔다. 이웃들은 미미의 울음 소리에 밤잠을 못 자겠다며 구청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구청이라니. 그것은 황천길행이 아니었던가.

 

두 달 동안 울음 소리에 익숙해진 탓인지 미미를 그대로 보낼 순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키우자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함께 살던 강아지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후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한 터였다. 하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구청에 신고할 것 같은 이웃들의 사나운 기세에 나는 몹시 불안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었고, 고양이를 생명으로써 안쓰럽게 대했을 뿐 강아지에 비해 정을 느끼는 편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꾸 그 고양이가 마음에 밟혔다. 나는 뭣에 홀린 듯, 인터넷으로 고양이에게 물품이 무엇인지 검색했다. 화장실, 모래, , 그리고 이동장. 곧바로 동물용품점에서 이동장과 모래, 사료를 하나씩 샀다. 화장실을 비롯해 그 외 필요한 것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그날 밤, 고양이를 간식으로 유인해 이동장에 넣는 데 성공했다. 한 달 정도 간식을 주며 얼굴을 익힌 덕분이었다. 그렇게 미미는 갑작스럽게 우리집 식구가 되었다.

 

미미는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온 집안을 한참 동안 조심스럽게 살폈다. 위험 요소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난 뒤에야 밥과 물을 먹었다. 바깥 생활이 많이 고단했는지, 이내 방바닥에 엎드려 팔을 베고 잠을 잤다. 미미가 잠이 들자 그제야 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뭘 한 거지. 강아지처럼 끝까지 함께 사는 것만 자신 있었을 뿐, 고양이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나는 인터넷카페에 가입하고 부지런히 정보를 모았다.

 

서너 시간 검색 끝에 살 것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문제는 고양이의 성격과 습성이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고양이의 행동은 무얼 의미하는지, 왕초보 집사인 내겐 하나하나 검색으로 알아내긴 어려웠다. 믿을 건 고양이 관련 책자였다. 도서관에서 고양이 책을 서너 권 빌려 무작정 읽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식성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무척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4년 차 집사는 고양이 전문가가 되었을까. 글쎄다.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관리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집에 고양이 관련 책이 세 권이나 사 두었지만 늘 새로운 지식에 눈을 반짝인다. 고양이는 내게 말을 할 수 없으니 언제나 내기 매의 눈으로 고양이의 상태를 살필 수밖에 없다.

 

최근 나온 책 <고양이는 왜 이러는 걸까?>는 초보 집사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대부분 고양이 책이 너무 내용이 방대해서 읽기도 전에 질리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 모래의 종류부터 사료와 예방접종 등 그런 정보가 담긴 책도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고양이는 왜 이러는 걸까?>는 고양이의 행동과 성격을 고양이의 입장에서 명쾌하게 풀어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과 원치 않는 관계를 중단하거나 거절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중략) 사람이 고양이가 원치 않는데도 안아 들거나, 놀이나 쓰다듬기를 끝내자는 신체 언어를 무시할 때도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 종종 무료해서 짜증날 때에도 공격한다.” (141)

 

이 책은 문장이 짧고 정확해 이해하기가 쉬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람 집에 들어온 고양이가 어떤 감정 상태일지, 타고난 성향은 무엇인지, 고양이의 행동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각각의 질문에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살 때 어떤 느낌일지, 고양이의 입장에서 나와 집 환경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 집엔 고양이가 즐길 거리가 충분한가? 너무 무료하고 지루하진 않을까? 밖을 내다보며 쉴 수 있는 장소는 있나? 화장실 주위는 언제나 깨끗한가? 더불어, 고양이에게 해선 안 될 행동, 꼭 해주어야 하는 행동 등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정돈해 놓았다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4년 전, 강아지가 떠난 뒤 못 해준 게 자꾸 떠올라 지금까지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 언젠가 미미와 이별의 순간엔 최소한의 슬픔만 남겨두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미미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으니, 슬픔에서 한 발 멀어졌다고 봐도 될까. 사는 동안 고양이와 행복을 나누고 싶은 집사, 사랑하는 고양이와 헤어질 때 덜 슬퍼하고 싶은 집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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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언어학 -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양이의 속마음
주잔네 쇠츠 지음, 강영옥 옮김 / 책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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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미미는 2017년 여름, 코코는 2018년 여름에 우리 집으로 왔다. 오래 함께 살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너무 슬픔이 커 다시는 그 어떤 동물도 데려오지 않겠다고 작정을 했건만. 둘 다 길에서 하도 애처롭게 울고 다녀서 누군가 소음으로 민원이라도 넣을까 걱정이 되어 할 수 없이 입양을 했다. 두 마리는 사이가 좋지 않아 격리되어 산다. 덕분에 남편과 나도 각방을 쓰게 되었다. 그래도 꾸준히 합사 시도는 하고 있다. 요즘은 하루에 15분 씩 거실에 함께 있는 연습을 한다. 둘 중 누군가 도발하는 순간 곧바로 다시 격리를 한다. 신기하게도 둘이 싸우지 않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언젠가는 온 집안을 함께 누비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언젠가 다시 헤어질 걸 알면서도 고양이들과 정을 나누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언제나 조금 더 잘 해주고 싶은 건 모든 집사의 공통된 마음일 거다. 특히 고양이들이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우는 소리를 낼 때면, 그 의미를 알고 싶어 애간장이 탄다. 그동안 <고양이 언어학> 이 책이 얼마나 필요했는지 모른다.

 

책의 저자인 주잔네 쇠츠는 음성학 연구자이면서 여러 고양이의 집사다. 어려서부터 고양이 울음소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른이 되어 고양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활용해 울음 소리의 의미를 밝혀낸다. 이 책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고양이들은 자신의 주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나름의 음성 언어를 개발한다. 고양이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원할 때 야옹하고 울기만 해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고양이들은 우리가 야옹 소리에 즉시 반응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59)

 

고양이는 실제로 야옹, 우르르르, 웅웅, 칵칵, 하악 등 다양한 소리를 낸다. 보통 울음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면 음의 높낮이나 음의 길이를 잘 파악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실제 고양이 울음소리가 담긴 영상을 직접 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실어 놓았다.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인식시키면 곧바로 유튜브 링크가 화면에 뜬다. 영상은 수초 이내로 짧아서 금방 확인할 수 있고, 실제 고양이가 우는 모습이 재생되어 이해하기가 쉽다. 전 세계 독자들이 영상을 많이 보았는지 조회 수도 몇만 건이나 된다. 영상의 울음소리는 실제 우리 집 고양이들이 내는 소리와 흡사해 많이 놀랍고 반가웠다. 뭔가 불만스런 표현을 할 때 내는 소리, 신나는 걸 요구할 때 내는 소리, 그냥 아는 척을 하고 싶어 내는 소리들을 이제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의 의미를 알고 싶고, 깊은 소통을 하고 싶은 집사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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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 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 - 우울에 빠진 뇌를 재배선하는 10가지 실천 도구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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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과학책을 즐겨 읽는다. <우울할 땐 뇌과학>은 뇌와 우울증의 관계를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조망한 책이라 재밌게 읽었다. 책에 나온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가 ‘우울의 하강나선’으로 돌입할 기미가 보이면 실천으로 옮겨야겠단 생각을 했다. 책장을 덮은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안타깝게도 책 내용의 대부분은 내 머릿속에서 살아졌다. 아마 나와 같은 이들이 많았나 보다. 책 내용을 그대로 실습해볼 수 있는 실용서가 새로 나왔단 소식을 들었다. <우울할 땐 뇌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이 바로 그것이다. 뇌에 대한 지식으로 빼곡했던 전작에 비해 이 책은 크기가 커졌고, 빈칸이 많이 보였다. 빈칸에 직접 글을 쓸 수 있게 해놓은 거다. 책은 불안증이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설문지와 현재 감정과 신체 증상을 살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등 현 상황을 진단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뇌의 활동을 도울 활동일정표, 몸 움직이기에 좋은 일상 활동 리스트도 있고, 운동할 때 들을 만한 노래나 팟캐스트 채널을 직접 골라 적어넣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뇌를 긍정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내게 도움이 된 것은 <5장 잘 자기> 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낮밤이 바뀌어 대낮에 졸려서 낮잠을 자면 밤에는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책에 나온 대로, 잠들기 전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하는 일을 체크해보았다. 침대에서 전화 또는 노트북 사용하기, 아주 늦게 자자리에 들기, 취침 시간과 기상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점 등 나 스스로 고쳐야 할 점이 아주 많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책은 낮에 햇볓을 쬘 것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수면일기양식을 올려놓고, 이를 QR코드를 스캔해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 좋았다. 당장 바쁜 일이 끝나면 곧바로 일기를 작성해볼 생각이다.

살면서 누구나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기분에 빠질 수 있다. 그럴 때 이 책은 등대처럼 부정적인 기분에서 빠져나올 방향을 제시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누구든 이 책을 침대머리맡에 올려놓고 수시로 펼쳐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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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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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만든 세상, 아무도 알려 주지 않은 지옥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아이들. 세상이 당장 바뀌지 않을 테니, 우선 이 책을 중고등학생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들이 지옥을 피할 수 있도록, 그곳에서 나올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너무나 미안하고 참담하다. 대한민국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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