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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자화상. 자화상이란 말이 나는 이유 없이 좋은 것 같다. 그 어느 누구보다 세상에서 중요한 나 자신을 그리고 글로 쓰고 한다는 것이 왠지 모를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만 같아서 인지도 모른다.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 그리듯 이 한권의 책 속에 옮겨놓았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중학교를 다녔던 기억들, 자신의 대학시절, 그 속엔 많은 추억이 있었고 작가의 그때 그 시절 나름대로의 생각을 나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왠지 모를 이 느낌이 밀려온다.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많은 예쁨을 받고 자란 작가가 부럽기도 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중풍이 드셔서 수건에선 이상한 냄새가 나고 그런 할아버지셨지만 마치 내겐 한번도 뵌 적 없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예기도 들은 적이 없지만 할머니 방에 걸려있는 사진을 생각하며 이따금씩 생각하곤 했는데 책 속에 나온 작가의 할아버지를 나의 증조할아버지도 이러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읽으니 한결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가의 집안에서는 남아선호사상 이란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작가의 오빠나 작가나 거의 비슷한 대우를 받았던 것 같다. 우리집안도 남아선호사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자들이 일을 거의 다 한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할머니도 나를 많이 예뻐해 주셨고 할아버지 또한 나를 예뻐해 주신 것으로 기억되고 지금도 그렇게 보시니까. 작가의 학교생활은 모두 중학생이었다. 고등학생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인 것 같았고 중학교가 6학년까지 있었던 것으로 읽었던 것 같다. 아프다는 핑계로 한 달가량 학교를 빠지고 시골로 내려가서 들판과 산을 돌아다니며 작가가 만끽한 기쁨은 항상 우리 집을 떠나지 않는 나로서는 백퍼센트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직도 그 부분을 생각하면 나조차도 가슴이 뛰고 입가에 웃음이 번져버린다. 무언가 어디에서 벗어나 남모르는 기쁨을 만끽한다는 것 때문인지 마치 내가 작가가 된 것만 같았다.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릴 적 향수.. 일지도 모른다.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교생활을 벗어나 쏠쏠함을 맛볼 수 있던 작가가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작가가 겪은 전쟁 시기의 그 어려움과 공포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던 오빠의 그 모습.. 전쟁에 다녀온 초췌한 오빠의 모습.. 많은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무언가 두려움에 떨며 자꾸만 숨어들어가려 하는 오빠의 모습이. 징용에 끌려 나가기 전 그렇게 늠름하던 모습이 나약한 사람이 되어버렸다면 그 허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은 두 번째 처와 아이와 같이 잘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곤 한다. 책을 읽으며 오빠의 성격을 약간 엿볼 수 있었는데 오빠는 자신의 친척이 고위 간부를 맡고 있다고 해서 그러는 것인지 정말 착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기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남까지 그것도 자신이 징용에 글려갈 수 있었지만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근로자를 도운 것 같았다. 그건 내게 착한 본성이라기보다 오히려 친척의 직책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창씨개명도 안하고 나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많은 것을 바란 엄마에게 커다란 버팀목이 되었으리라. 또한 작가가 다른 직업이 아닌 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에도 영향도 끼친 것 같다.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작가가 되어야 갰다는 생각보다는 오빠가 사놓은 책들을 많이 읽고 자란 환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과를 나왔다는 사실도 포함이 되리라. 정말이지 아직까지도 잘은 아니지만 언뜻 기억나는 문장은 어떤 아이 머리에 이상한 것이 있는데 그것의 치료약이라고 쓴 것이 쥐를 잡아 그 껍데기를 벗겨 씌워놓는 것이라니... 정말 너무 더러웠다. 그 덕택에; 아이는 머리에서 구더기가 들끓게 되었지만.. 정말 구역질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 문장이 나온 책이 도대체 어떤 책이었는지.. 그 시대의 빈곤을 나타낸 문장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