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알고 있지
최은영 지음, 송준하 그림 / 패트릭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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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알고 있지-최은영/패트릭>


웃다 울다가 다시 웃다가 또 울다가... 

며칠 밤 잠자리 맡에서 그러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괜찮아?”


 괜찮지 않았다. 

최은영 선생님의 살아있는 묘사와 서술, 그녀의 선택과 대처,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삶의 방향이 부러워서 괜찮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책 속에서 나를 보아 괜찮지 않았다. 

내 생각을, 내 소망을, 내 좌절을, 내 아픔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듯한 공감되는 부분마다 줄을 치다 보니 그녀의 책이 내 책이 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6부작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기분 좋은 열린 결말의 드라마, 연중행사로 돌려보는 인생 드라마처럼 이 책을 덮으며 ‘오래 만나자’라는 인사를 전했다. 


*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자신감

 자신을 ‘그림책 삐끼’라고 소개하는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서 그림책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젠 체하는 자신감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오는 자신감.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자신감이 긴 세월을 아낌없이 바치게 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별하게 했고, 꿈을 꾸게 했다. 


 “그 무엇보다 좋은 점은 그 이름(그림책 삐끼)으로 불릴 때, 말괄량이 삐삐 언니의 동생이 된 것 같다는 거다.”(p. 263)


* 은영스타일 

이렇게 생생한 문체의 에세이가 얼마만인가? 

이 책은 눈으로 볼 책이 아니라 소리내어 읽는게 더 제맛이겠다 싶었다. 

실감나게 읽지 않아도 실감나게 들릴 책이다. 꼭 시도해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림책에 대한 그녀의 해석을 읽다가 ‘꽃자리그림책상생학교’를 검색하게 된다. 

어떤 사람일지 너무 궁금하다. 같은 책을 보았는데 그녀가 발견한 그림책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나의 괴물을 알아보고 그의 괴물을 이해하는 것, 온갖 괴물같은 심성과 습성이 한두 번의 노력으로 사라질 거라 조바심내지 않는 것..(중략) 이 모든 것을 천천히 조금씩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 할 것이 아주 많다.”(p.136)


* 육아育兒와 육아育我

 그녀는 아이를 키우며 만나는 많은 어려움을 그림책 안에서, 그림책 덕분에 만난 사람들 간에서 풀어간다.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가 분명했던 사람은 당당했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생각대로 걸어갔다. 

시행착오를 거듭했고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 나 살고 너 살고. 


“그림책 덕분에 아이를 키우고 나도 키웠다. 내게 그림책과 동화가 없었더라면 육아育兒와 육아育我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을까. 그림책을 통해 배움엔 때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때가 없음을 깨우쳤다. 혼자 해도 좋은 일을 같이 하면 재미까지 있다는 것을 배웠고 그렇게 나이 들면 세상 무서울 것이 없다는 것도 배웠다.”(p. 172)


이전보다 더 그림책이 알고 싶어졌다. 

그림책이 알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좀 더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세라처럼, 앤처럼, 하이디처럼, 캔디처럼, 삐삐처럼,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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