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구에게 친구가 생겼어요 -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아이들 ㅣ 생각을 더하는 그림책
카트리네 마리에 굴다게르 지음, 시리 멜키오르 그림, 김호정 옮김, 조시온 해설 / 책속물고기 / 2023년 7월
평점 :
세 명이면 안 될까?
드라마 속에는 여자 삼총사의 끈끈한 우정 이야기가 진부하리만큼 만연한데, 현실에서 세 명이라는 위태위태한 수는 매번 마음을 졸이게 한다. 책 속의 르네와 닌같은 딸이 셋인 나는 매 학년 초에 마음이 동동거린다. 짝수 맞춰 놀아야 할텐데... 합이 잘 맞는 셋이어도 불안하다. 단둘도 아쉽다. 짝수인 무리를 이루어야 일 년이 그나마 무난히 지나갈 거라는 믿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고해진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른다.
친구는 소유할 수 있나?
어린 아이들에게 내 친구는 아주 중요하다. ‘내 친구’의 ‘나의’라는 소유격 표현은 타인을 자기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의미화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나와 내 친구 사이의 마음의 크기나 집중도가 비슷할 때는 더없이 좋지만, 둘 중 한 명의 힘이 약해지거나 시선이 분산되는 순간 얼마든지 내가 정한 친구의 의미는 깨어질 수 있다. 의리나 우정이라는 단어로 좀 더 고차원적인 연대를 맺어 두기도 하지만, 과연 그것은 믿을만 할까? 변하는 마음을 배신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실제 주변에서도 제법 경험했던 카린 같은 아이, 카린이 하는 문제 행동(말을 왜곡해서 전하거나 거짓말 하는 행동)이 닌을 정당화 시켜주는 것 같지만, 그건 카린의 문제이고 닌은 닌대로 한 친구가 아닌 여러 친구와 관계맺는 법을 터득한다면 더 좋겠다..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자연스러운 욕망
주목받고 싶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고,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은 르네의 원초적 욕망을 이해한다. 가장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닌의 욕망을 이해한다. 심지어 거짓말을 해서라도 내 편을 만들고 싶은 카린의 욕망을 이해한다. 그런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특히 아이들이라면 자신의 욕망을 객관적으로 알아차리기 어렵겠지. 그래서 저자는 그 욕망을 한 번 짚어준다. 그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욕망이 빚어낸 불편함을 바라볼 수 있다면, 돌이킬 방법도 찾을 수 있겠지?
어른인 부모로서
르네를 관찰하고 변화를 알아차려 타이밍을 보고 소통을 하는 르네 엄마는 참 좋은 어른이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권하고 기회를 주며 기다리는 현명함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의 중요한 지점이 여기라는 걸 읽는 모든 이는 알 수 있다. 이런 어른다운 태도가 아이들의 문제를 더 크게 만들지 않고 스스로 겪고 싶패하고 일어서게 하는 정도(正道)일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자기의 방식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판단하고 해결을 종용하는 것이 사건을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함이겠지만, 솔직히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작은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나도 부모로서 수없이 겪는 딜레마다. 조급하고 불친절한 모습으로, 남의 자식 아니고 내 자식이니까 그러는 거라고 핑계대면서 아이를 다그친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아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부모보다 자신을 믿어준 부모를 더 오래 기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침착하게 기다릴 줄 아는 어른, 어리지만 올바른 선택을 할 거라고 믿으면서 진심을 담아 조언을 전하는 어른, 때론 내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해도 비난보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어른, 혼자 책임지라고 떠밀지 않고 함께 책임져주는 어른...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내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