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
크리스 버터워스 지음, 샬롯 보아케 그림, 박소연 옮김 / 달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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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와 함께 자랐다.

나는 우리집의 분위기상 식목일에는 어김없이 나무를 심었고 식목일이 아닌 날에도 집주위에 공터에, 도로가에도 은행나무며 차나무며 장소만 달리하며 심으며 자랐다. 내 인생에 나무와 같지 하지 않았던 때가 언제였을까를 문득 생각해본 적이 있었지만 내가 도시로 나와 사는 이 순간에도 베란다 창을 통해 나무는 어김없이 가지를 흔들며 인사를 하며 반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은 언제일까?

얼마 전 까지 어설픈 새눈을 들어낼까말까 하던 수줍던 순간인지 아님 꽃들을 머금어 향기로움을 뽑내는 순간인지, 지금처럼 싱그러움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잎사귀에 드러내며 연두빛이 초록으로 들어가 전인지 그것도 아니면 세상을 녹일듯한 뜨거움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순간인지, 대지의 풍성함을 한껏 영롱하게 담아내는 순간인지 또는 한없이 버림으로 민낯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순간인지를 떠올리게 되었지만 늘 나무랑 함께하는 순간은 내게 삶이었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지금은 나무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순간이다. 연둣빛을 띠는 새 잎은 쭈글쭈글해 보이지만 아직 작고 여린 아주 보드라운 잎이다.

 

    

  나는 이 장면에 많이 머물렀다. 학교 가던 길, 집에 오던 길을 심심않게 했던 마을 비탈길에 뽕나무랑 같이 있던 수양버들이 문득 보고싶어졌다. 이렇게 그네를 탈 수 없었지만 동네아이들 모두 그 나무만 보면 입을 맞춘 듯이 가지를 잡고 타며 아아아~ 타잔하고 열심히 놀았던 그 나무가,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무성한 잎을 드리우면서 한 여름의 땡볕을 즐거움과 추억으로 남겨주었던 수양버들은 도로 확장으로 없어져버렸지만 나무는 내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주었다.

    

 책으로 다시 돌아오면 이 책은 생태 책에 가까운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다

책에 충실하자면 그림과 글이 잘 매칭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줄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적극적 삶에 끌어놓고 읽으면 그 깊이가 남다르게 다가올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도 파악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랑했던 나무, 나의 삶에 들어왔던 나무, 그 순간을 떠올리면 나무는 언제나 나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같이 즐거워하며 놀아줄 수 있는 친구, 변함없이 나를 바라봐주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었다.

 

나무는 오늘도 나와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보며 서 있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는 온몸으로 계절을 즐기면서 나에게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내게 생태 책이자, 추억을 소환하는 책이었으며 나무가 들려주는 인생책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은 나무와 함께하던 매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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