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그것을 믿었다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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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슈 중에 '황우석 사건'이 있었다.

그때 황박사를 모르면 간첩이었고, 자신의 전세금마저 연구에 바쳐 오직 아픈 사람과 국익을 위해 헌신하던 사람이라 모두들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에 엄청난 충격이었지.

아직도 그에 대한 믿음과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는 사람도 많고.

나 역시도 대단한 사람이다 생각했고, 그 모든 게 조작이었다는 걸 믿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까. 언론에서 괜히 시기해서, 다른 의학 연구자들이 수의학 전공자의 뛰어남을 시기해서 음해하는 걸로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속속 밝혀지는 것들에 느꼈던 황망함이라니...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다가 영화 <제보자>를 봤다.

그 당시 모두의 적이었던 피디수첩 피디의 시선, 제보자의 시선이 가미된 영화를.

생각보다 그때의 정황을 다 살필 순 없었고, 대중을 생각해서였는지 오락성을 너무 넣었지 싶지만, 자신들이 믿는 사명이랄지 믿음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이 대단해보였고, 솔직히 부러웠다.

다 보고 나서는 궁금해졌다. 그 당시 피디의 마음이.

그래서 혹시나 싶어 찾아 봤더니 책이 있길래 이번 연휴에 읽어봤다.

영화에선 몰랐던, 그 당시를 지나온 사람이지만 몰랐던 얘기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실제 당사자가 쓴 내용이라 그런지, 저자가 글을 잘 써서 그런지 무척 몰입해서 읽었다.

흡사 내가 좋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아무래도 내가 그때를 기억해서 그런지 '맞아, 이랬었지. 아니 이런 망할...' 이런 생각이 막 들면서 단숨에 읽었다.

남들이 귀 막고 눈 감은 상황에서 뚝심 있게 자신이 믿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뭔가를 강행한다는 건 혼자로는 불가능하다. 여기서도 결국 팀원들이 공통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지지해주고 도와줬으니까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거겠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요즘 우리 사회는 이게 가능할까?'란 생각도 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뒷맛은 좀 썼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살면서 옳지 않은 건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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