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거리
야마시타 히로카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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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거리[욕찌거리]
"욕설"을 속되게 이르는 말

사람들은 바른 말을 사용하여 예의바르게 이야기를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세상에 대한, 삶에 대한 욕을 외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러하기에...

이 소설을 읽다보면 모두 마음속으로 욕지거리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솔직한 마음을 실천하는 것은 "할망구" 한 명이다.

엄마와 그 엄마의 전남편의 어머니 그리고 손녀.. 이상한 가족 구성원이다.

p.87
우리는 네모 바퀴로 굴러가는 가족이었다.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은 가족이라는 형태에서 엄마와 손녀는 왜 그리 애쓰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해 나가고 있는 책이다. 그러다 보니 쉼없이 읽어내려갈수 있었지만 확실하게 어떤 결말인지도 모른 이야기의 끝에서 조용히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쓰는 소설은 반드시 끝을 맞이하고 좋게든 나쁘게든 결말이 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띠지에 적힌 작가의 생각이 결말에 녹아 있는게 아닐까?

화려한 미사어구가 있거나 심하게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어느시절에 어느 시간에 존재할만한 절망과 현실들을 이야기 해주는 책임에 분명하다.

윤슬_인의 문장 PICK!

p.24
할망구는 내게 욕지거리를 한다. 나는 되받아친다. 아빠가 없게 되고부터 쭉, 나와 키이장은 할망구와 공방을 이어왔다.

p.25

키이짱은 언제나 자기 시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쓰며 살아간다.
할망구가 제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뿐이다. 그 인간은 남의 시간까지 잡아먹으며 살고 있다

p.45
내년이면 성인이 되는 딸을 키이짱은 맹목적으로 칭찬한다. 뭐가 됐건 전적으로 긍정해준다.
어린 내가 숨은 순진무구한 굼은 어느덧 키이짱의 희망이 되었다. 키이짱의 희마은, 내게 무거운 짐이었다.

p.66
할망구느 고개를 기울여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한낮의 햇살이 눈뷘지 실눈을 뜨며, "유이치는 병문안 안 온대냐"하고 툭 내뱉었다.

p.77
키이짱은 짊어진 것들을 내려놓는 방법을 모르며, 한번 오르기 시작한 산을 중도 하산하는 법이 없다.

p.89
깡마른 두 팔도, 튀어나온 어깨뼈도, 살이 간신히 붙어 있는 다리도, 온갖 것들이 떨어져 나가 심이 되어가는 과정 같은, 생의 경계를 건드리고 있는 듯한 공포와 거북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p.107~108
이기적이고 거만하고 신경질적이고, 말로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고, 얄밉게 욕지거리만 해대는 감당 못 할 여자로 여겨지는 게 마음 편했다. 그래양만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p.136
학벌도 없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도 기술도 없었다. 내가 가진 건 젊음 뿐이었다. 젊음이란 가능성을 뜻한다. 나는 내 가능성이 사라져가는 걸 극도로 두려웧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라져갈 것에 매달리고 두려워하는 스스로에게 공허함을 느꼈다.

p.145
나이가 들면 세상과의 거리가 생긴다. 위태로운 거리다. 젊을 적엔 아무렇지 않게 오르내리던 계단 단차도 거뜬히 손 닿던 부엌 찬장도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도 모조리 다 멀다.

p. 162
할망구는 남들이 키이짱을 며느리라고 말하면 딸이라고 정정하려 든다. 노망이 나서 그런건 아니다.그냥 딸이라고 주장하고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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