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난 수염 - 스리랑카 땅별그림책 4
시빌 웨타신하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보림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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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별.그림.책.스리랑카/시빌 웨타신하 지음/엄혜숙 옮김/보림2011

 

옛날 스리랑카에서는 수염을 자를 가위가 없어서 길게 길렀다고 한다.

하지만 슬기로운 바분 할아버지는 수염을 자를 새로운 방법을 찾아 생쥐를 길렀고

생쥐와 공생의 관계를 맺게 된다.

어느날 수염이 잘리지 않아, 생쥐의 이빨이 뭉툭해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수염이 살아나는 과정이었다.

수염이 살아난다고? 재미난 상상력이 돋보인다.

수염은 아마도 생쥐의 이빨에 사라지긴 싫었나 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분 할아버지의 수염만이 살아나서

마을 이곳 저곳을 휘젓고 다녔으니 말이다.

수염은 장난꾸러기여서 짐승들과 새, 그리고 사람들을 친친 묶어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난데없는 봉변에 놀란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지만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소리치며 울던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수염에서 빠져나와 춤추는 사람들, 이젠 수염이 짧아져서 더이상 자르지 않아도 되는 바분 아저씨도 흥겹게 춤을 춘다. 소박한 삶, 긍정적인 삶의 모습이 보인다.

 

그림책을 본 다음 딸아이와 함께 세계지도에서 스리랑카를 찾아봤다.

남쪽의 작은 섬나라였다.

그림에서 사물의 테두리를 검정색으로 굵게 칠했는데, 그런 방식이 어떻게 보면 유아적인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는지, 딸아이에게 책을 본 소감을 물었더니, 그림을 좀 못 그린 것 같단다.

색다른 그림 방식일 것이라고 설명해 주고, 덕분에 한참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며 여행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림책을 볼 때는 글을 먼저 읽게 되지만, 그후에 몇 번씩 그림만을 보면서 훑어보곤 한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의도를 알려고 애쓰고, 등장인물과 배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면 꽤 흥미롭다.

바분 할아버지가 생쥐와 잘 살고 있던 장면에 나오는 땔감 줍는 소녀가 뒤에 나오는 라투 메니카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선 재미있어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수염이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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