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은 아이들 단행본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가 4살 무렵일 때 약 40권 정도를 구입하였는데 7세가 된 지금에도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이 책들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였고 덕분에 버지니아 리 버튼, 모리스 샌닥, 존 버닝햄 등 세계 그림책 거장들 이름도 외울 수 있게 되었네요. 이번에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0권 출간 기념으로 "네버랜드 그림책을 빛낸 거장들"이 출간되었어요. 그림책 역사에 빠질 수 없는 세계적 거장들에 대한 소개와 대표작들을 한 눈에 보여주는 점 좋았구요. 작가들에 대해 엄마가 알고나면 이후 책 읽어줄 때 감상 포인트도 잘 짚을 수 있을 것 같고 좋아요. 떠오르는 새로운 작가들도 시공주니어와 함께 주목할 만 하네요. 엄마들 좋아하는 칼데콧 상(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하죠) 수상작들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어요. 번역가, 문학평론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림책을 보고 느낀 점도 실려 있어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함께 나누는 재미도 있네요. 세계 그림책 역사와 함께해 왔다고도 할 수 있는 네버랜드 그림책, 200권 발간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괴짜라고 불리면 섭섭한 특별한 박물관 이야기
이 책 안에 소개되는 박물관은 정말로 제가 보았던 유럽의 대형 박물관들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책을 읽다 보니 다녀 본 박물관하고 비교도 해보면서 옛 추억을 더듬곤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곳에 소개된 박물관들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과연 내 일생에 한번은 가보게 될까 의구심이 드는 그런 특별한 박물관들이면서 책을 통해서라도 이렇게 한번 만나게 된 것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책 표지를 장식하는 기뇰(꼭두각시 인형의 하나)..이러한 인형들을 모은 ‘마리오네트 박물관’은 리옹에 있다네요. 리옹을 여행했지만 몰랐었어요..사실 대형 박물관들을 다닐 때 세계 각국에서 약탈(?)해 온 작품들을 전시하는 모양새가 썩 그리 좋지는 않았었지요. 이 책에서는 각자 의미 있는 물건들을 중심으로 색다른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저~기 시골 구석의 작은 박물관들을 만날 수 있어요. 또 단순히 그러한 박물관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지식이 될 만한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많아 저자의 박식함(물론 전공이시지만..)에 놀라고 또 많은 도움받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인데 이 책을 읽지 않고 마리오네트 박물관을 갔었더라면 인형들 뒤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눈물을 제가 알 턱이 있었겠나요.. 그런데 이 박물관들은 "괴짜"라고 보기는 좀 그렇네요. 어쩌면 괴짜라는 것이 반어법으로 쓰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류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자기만의 색깔과 사연이 있는 그런 박물관 본연의 박물관이지 어쩌면 대형 박물관이 괴짜일 수 있잖아요. 오히려 이 책의 저자가 괴짜가 아니신가 할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냉철한 주관과 표현에 섬뜩할 때가 많았답니다. 저는 못 가보는 저 먼 나라의 박물관 소개와 다양한 사진 감상에 기대를 걸었던 터라, 박물관을 직접 가보지 못하는 대신 저자의 글과 사진으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전시품이라든지 사진이 좀 자세하고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여행 에서이 정도의 기준으로 책을 접하실 분들에게는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말놀이 동시집은 정말 말 그대로 말을 갖고 노는 것처럼 재미난 동시들로 가득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리즈잖아요.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는 시를 정말 재미나게 쉽게 풀어 쓴 느낌을 받아요. 이 책 속의 동시를 몇편 읽으면 아이들이 자기도 동시를 써보고 싶은 자극을 받는답니다. 이 책은 주제가 "리듬"인 만큼 더욱 말의 운율이 살아있는 동시 모음 같아요. 우리 말의 우수성은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이러한 말을 가지고 시를 만드는 일은 참 중요하고도 대단한 것 같아요. 몇 달 전 타악기로 배우는 신나는 동시교실도 참여했던 터라 우리 아이(7세)가 아주 좋아라 하며 동시들을 읽어가고 있어요. 그 중 가장 사랑받는 동시는 번데기 ^^ 타악기로 배우는 신나는 동시교실에서 드럼과 함께 읽었던 동시라 아이가 아주 외우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아지랑이.. 반복되는 어구 속에 우리말의 리듬이 살아나지요? 또 주변 사물에 대해 아이의 창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아이다운 질문과 상상력이 곳곳에 묻어난답니다. 동시는 짧은 문장 안에 함축적인 의미 전달이 되기 때문에 동시를 많이 접해 본 아이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신의 감정 또한 잘 표현할 줄 알게 된답니다. 책읽기 중간중간 동시읽기를 넣어주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글 읽기 활동을 할 수 있어요. 동시 주제도 주변 친숙한 사물들이기 때문에 독후활동할 소재도 굉장히 풍부한 것 같습니다.
처음 어린 나이의 아이한테 글자없는 그림책을 읽어줄 때에는 꼭 완결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에 머리가 아팠답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림을 보는 그 자체를 부담없이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래서 저 또한 그럼 부담을 떨쳐버리고 그림에 집중하게 되었지요. 그런 그림책을 여러번 보다 보니 매번 새로운 이야깃 거리가 생각나고 그림에서도 새로이 느껴지는 점이 와닿게 되었습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은 늘 어렵지만 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수지 님의 "거울 속으로" 역시 글자 없는 그림책이예요. 특히 이 책은 군더더기 없이 한 소녀와 거울 속 상상을 목탄 크로키처럼 그려낸 것이라 그림과 그 안의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 수가 있었답니다. 소녀가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웅크리고 있어요. 뭔가 괴로운 일이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외로운 느낌에 애처로운 생각이 듭니다. 그 때 소녀는 자기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다른 소녀를 보고 흠칫 놀라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아요. 어느덧 적응하여 즐겁게 춤도 추고 웃습니다. 나비와 같은 데칼코마니 그림은 불꽃놀이처럼 변했다가 거울 속의 소녀와 실제 소녀는 완전히 하나가 되어 책 속에서 사라집니다. 책 가운데 하얀 빈 페이지는 굉장히 이색적이네요! 다시 나타난 소녀들은 아까와는 다른 모습이네요. 닯은 얼굴이지만 하는 행동은 다르네요. 어느 순간 자신과 다른 춤을 추고 있는 거울 속 나에게 화가 나서 소녀는 거울을 밀치고 맙니다. 후회도 잠시..거울은 그만 깨어져 버리고 소녀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거울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떨까요.. 갓 태어난 아기도 거울을 몇 번 보여주면 그것이 자신의 모습임을 알고 빙그레 미소를 짓습니다. 거울은 사람의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유용한 수단임에 틀림없어요. 거울을 이용해 어릴 적 많은 놀이를 해보셨을 거예요. 이 책도 그러한 거울 놀이 판타지라고 할 수 있네요. 주인공만을 부각시키는 그림, 움직임이 살아 있는 그림의 선.. 책 속에 빠져 소녀처럼 무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그림과 주제인 것 같아요. 길쭉한 책의 판형도 거울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