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제목이 너무 딱 와닿았던 책입니다.
불혹이라고 하는 마흔..
어릴 적에는 불혹이라고 하면 아주 먼 미래의 일만 같고, 흔들림없는 기반을 닦아 놓은 중년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었지요.
그런 제가 이제 불혹을 앞에 두고 있네요.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우리는 지금 어느 시점에 와 있는 걸까요.
치열한 20-30대를 보내고 이제 40대를 맞이하면서 인생의 또 다른 플랜을 짤 시기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합니다.
또 역사는 지난 일에 대한 해석이라고 합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영웅도 되었다가 매국노도 되었다가 하는 것이죠.
마흔을 앞둔 시점에서 이 책의 책장을 다 덮은 지금..
마흔 언저리의 저와 남편, 둘 다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영역 확장의 업적으로만 알고 있는 광개토대왕..모두가 대륙으로 눈을 돌릴 때 유연한 사고력으로 한반도로 집중한 그..장수왕을 위한 기반을 닦아준 것도 존경스러구요.
"대왕"이라고 불리어 마땅한 세종의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얼마 전 영화를 통해 재조명받았던 광해군 등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가 있었습니다.
책을 펴내면서 한글을 병기한 광해군에게서 세종의 백성을 어루만지는 마음을 이해한 단 하나가 광해군이었다는 미시사적 작가의 코멘트도 수긍이 되네요.
근현대로 와서 박정희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분도 굉장히 울컥하면서 읽었습니다.
5%대 지지율을 가지기도 했던 노무현 대통령 서거시, 국민 열에 하나는 추모행렬에 동참했다는 부분에 있어서 서거 당시의 제 감정도 떠오르구요. 자신을 낮추면서 당위성을 입증하는 우리의 바보 대통령..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어떤 기로에서 결정을 지어야 했던 시대의 숙명을 짊어진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나 가치관, 처세..미시사가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글을 읽다 보니 참고할 점이 많았습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새롭게 무언가 시작하기가 두렵습니다.
큰 모험을 하지 말고, 그동안 쌓아온 것을 이제 지켜나가야 할 나이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매번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합니다.
역사 속 인물들로부터 어떤 결정을 지어야할 때에 발휘할 수 있는 결단력과 지혜를 얻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