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작가는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 책을 사랑하는 엄마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으신 분 같아요. 저는 "뻔뻔한 실수", "들키고 싶은 비밀" 등을 읽어 보았는데요. 아이들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과 같은 심리묘사를 하셔서 반해버렸답니다. 이번에 나온 신작,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주인공 명하는 친구 귀영이와 신경전을 벌입니다. 열살 생일이 지난 귀영이는 자기 그물도 있고 소사천에 가서 실뱀장어도 잡을 수 있지요. 귀영이는 명하를 무시하고 늦둥이, 쉰둥이라고 놀려요. 동네 형들은 싸움을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아주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어요.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상대와의 치열한 다툼, 아이들은 깊이 매료될 거예요. 명하의 하소연에 아버지는 손수 은빛 그물을 만들어 주십니다. 위험하다고 말리신 아버지였지만 아버지는 명하를 엄청 사랑하셔서 지고 다니는 것은 못봐주시지요. 책을 읽다 보니 사실 명하 앞에 자식이 있었대요. 큰 자식을 잃은 아버지이니 더욱 명하에게 애틋할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는 뒤에서 항상 관심있게 명하를 지켜봅니다. 책 속에서 아버지의 진한 부정을 느낄 수 있어요. 은빛 그물을 가지고 명하는 실뱀장어를 잡으러 다녀요. 명하와 귀영이는 끝까지 자존심을 세우며 화해하지 않는데, 어느날 명하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신발이 명하집에 있는 것을 보아요. 귀영이가 챙겨온 것이지요. 명하는 실뱀장어를 잡은 대가로 받은 과자를 귀영이집에 몰래 두고 옵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이심전심이라고 할까요? 아이들은 이렇게 화해하고 또 성장합니다. 예전에 강이었던 곳은 사라지고 없어요. 개발 목적으로 자연이 훼손되고 점점 설 곳이 없어지는 안타까운 모습도 담겨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