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책이네요. 어릴 적 저도 병아리를 학교앞에서 사다 키워보았지요. 봄이 되면 학교 앞에 매일 병아리 파는 아저씨가 나와 있었어요.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때의 생각들이 납니다. 노란 솜털 병아리를 두 손 가득 안았을 때, 병아리의 체온과 가느다란 떨림이 신기했지요. 연약한 생명이라 소중히 다루었던 기억이 납니다. 모이 주고 키워 오래오래 두고 싶었지만 어느날, 저의 실수로 그만 방문 사이에 병아리 다리가 끼어 한쪽 다리를 못쓰는 불구로 만들고 말았어요. ㅜㅜ 병아리를 안고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파요. 좁은 우리가 답답할까봐 방안에 병아리 풀어놓고 좁쌀도 주고, 병아리가 돌아다니며 싼 똥도 직접 걸레를 들고 닦았던 1학년 꼬마를 생각합니다. 병아리는 한쪽 다리로도 잘 자라 중닭이 되었지만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더니 그만 안녕을 말했습니다. 병아리 참 예쁘고 좋았지만 그 끝은 행복하기가 어려운 거였나봐요. 지금 생각해보면 양옥 집, 그것도 방 안에서 병아리를 키운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일이었어요. 그래도 그 때는 내 책임 하에 있는 하나의 생명이 어찌나 신기하고 이뻤던지.. 누구나 한번은 이렇게 아프게 노란 병아리를 키워 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 주인공 소녀도 학교앞에서 눈이 새까맣고 털 색깔이 가장 노란 병아리를 골라 삽니다. 지극 정성으로 집도 만들어 주고 돌봐주지만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병아리는 이미 죽어 있었어요. 병아리를 묻으며 노란 개나리로 피어날 것을 바라는 소녀.. 아이도 자기가 병아리 목욕시킨 것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며 많이 가슴 아파하겠지요. 이 책과 함께 엄마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니 아이가 신기해 합니다. 병아리 구경하기 힘든 요즘, 우리 아이 마음 속의 병아리는 이쁘고 깜찍한 건강함 모습이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