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표지 그림을 한번 봅니다. 외할머니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이모(엄마의 쌍둥이)와 외할머니의 사진이네요. 이모는 외할머니가 이모에게 꼭 주고 싶었던 분홍원피스 차림입니다. 외할머니는 분홍원피스를 전해주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총성이 울리고 이모는 그만 채 꽃도 피우지 못한 여린 꽃봉우리와 같은 생을 마감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현실이 다시 한번 가슴아파옵니다. 외할머니의 간절한 바램 속에서, 주인공 나빛의 마음 속에서 이러한 사진이 찍힐 것입니다. 밤마다 곳간으로 가시는 외할머니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질곡의 세월 속에 결코 녹록치 않았을 외할머니의 인생을 예감하며 저도 따라가 보았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으로 딸을 잃은 외할머니의 기억 속으로 말이지요. 나빛은 현실에서는 엄마 속을 썩이는 딸이었지만, 외할머니를 돕고 엄마의 상처도 치유해 줍니다. 5.18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 가족이라는 것이 너무 괴로와 외면하고 싶었던 엄마의 오래된 상처를, 나빛은 얼마나 위대한 희생인지 숭고한지를 알고 있다며 힘주어 말하지요. 어른도 생각지 못할 바른 인식과 신념을 가진 나빛의 모습에 놀랐답니다. 또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바른 생각을 심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제 주변에도 5.18 민주화 운동에서 어머니를 잃은 선배 언니가 계셨어요. 슬픔을 승화시켜 어머니께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해 살고계신 그 분을 생각합니다. 많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합니다. 곳간 안의 전구가 깜박이며 불이 켜지고 불이 나가는 것처럼, 순간순간 바뀌는 장면들은 치매에 걸리신 외할머니의 기억 속이라 뒤죽박죽이지만 사건의 해결을 위한 전개를 갖고 긴박감 있게 펼쳐지네요. 바로 알아야 할 역사의 진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가슴 뜨겁게 느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