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기엔 그저 그런 내용인지 몰라도 존 버닝햄 작품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떤 요소가 꼭 들어 있는 것 같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등을 좋아한 딸을 위해 존 버닝햄 작품이라는 것만 보고 선뜻 골랐던 "장바구니"이다. 주인공 남자 아이 스티븐은 엄마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가게까지 다녀오게 된다. 돌아오는 도중에 곰, 원숭이, 코끼리 등의 여러 동물을 만나게 되는데, 동물들은 스티븐 장바구니 속의 물건을 탐내며 달라 한다. 그 때마다 스티븐은 재치있는 말로 동물을 약 올리거나 따돌린다. 동물들은 스티븐의 말에 오기를 부리거나 하지만 꼭 스티븐의 말대로 되고 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을 보인다. 왼편엔 그림이, 오른편엔 글과 장바구니 속의 물건들이 수량으로 나열되어 있는 형태가 반복된다. 동물들이 원하는 물건들은 그림에서 하나씩 지워져 간다. 수는 1부터 6까지 알 수 있으며 하나가 적어질 때의 수셈까지 할 수 있다. 가게에 다녀 오는 동안 벌어진 일을 까맣게 모르는 스티븐의 엄마는 스티븐에게 늦었다며 야단을 치지만, 주눅들거나 변명하지 않고 시치미를 뚝 떼는 스티븐의 모습도 재미있다. 존버닝햄과 헬렌 옥스버리를 따로따로 알고 있었는데 이 유명한 작가들이 부부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서로의 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고 영감을 주며 격려하는 사이가 아닐까 헤아려본다. 그 사이에서 나온 작품들이니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