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여러 작가들에게, 여러 list에서 사상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전쟁과 평화’ 1권을 읽게 되었다.

 

 

최근 출간된 세계문학 전집에서 완간된 것은 문학동네가 처음이다.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중이라고는 하는데, 아직 출간된 곳은 없다) 필자도, 하도 번역본이 안 나와서 아래의 펭귄 출판사의 영역 양장본을 샀었는데, 얼마 안 되어 국역본이 나와서 허무했던 기억이 난다.

 

역자는 노문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박형규 선생인데, 1세대 번역자 중 한 분이다 보니, 약간의 호불호는 존재하고 있다. 아마도 약간은 old, 요즘 세대에는 좀 안 어울릴 문체에 대한 걱정이 아닐까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염려 놓으시고 읽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오히려 너무나 모던해서 1800년대 느낌이 안 날 정도이니, 역본의 가독성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등장인물 중에 귀족들이 많다보니, 원작에서는 당시 귀족층의 일반적인 언어였던 불어의 분량이 상당히 많다. 위에서 보여드린 펭귄 영역본은 Anthony Briggs가 번역자인데, 최근 독자들은 불어를 잘 모른다는 판단 하에, 이전의 많은 역본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불어를 영역하는 선택을 했다. 요즘 러시아 문학 영역본 계에서 가장 저명한 역자는 Pevear & Volokhonsky 일텐데, 이 역본(Vintage )은 본문의 불어는 살리고, 그 아래 각주로 영역을 등재하는 식으로 처리를 했다. 문학동네 역본은 불어 부분은 이탤릭체로 표기하는 정도로 처리를 해놓았다. 가독성에서는 당연히 해당 언어로 번역을 하는 것이 합당하겠으나, 당시 귀족들의 허영과 우월의식을 느끼기 위해서는 불어를 찾아 읽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흥미로운 선택이 되겠으니, 필요한 분들은 불어가 포함된 역본을 구비하면 될 듯하다. 참고로, 톨스토이 본인도 초판에서는 엄청났던 불어 분량을, 후일 재간 때는 대폭 줄여서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1권은 3부로 구성이 되는데, 1부는 당시 러시아 사교계를 중심으로 주요 등장인물 소개가 진행되고, 2부부터 본격적으로 소위 전쟁내용이 시작된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지만, 중심 등장인물은 피예르와 안드레이로 보면 될듯하다. 1부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사생아였던 피예르가 베주호프 백작으로 거듭나게 되고, 안드레이는 임신중인 부인을 아버지 댁에 맡기고 전쟁터로 향하게 된다. 2,3부에서는 보나파르트의 프랑스군과 대적하는 러시아군의 고전이 이어지는데, 참전한 주요 등장인물들도 예외는 아니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 정도만 기술하기로 한다.

가독성 있는 번역도 큰 역할을 했지만, 1800년대라는 배경과 매우 긴 분량이 있다는 공포감에도 불구, 내용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고, 잘 읽혔기 때문에, 고전이라서 어렵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대단히 많은 등장인물이 순차적으로 소개됨에도 불구, 각 인물의 외모와 성격적 특징이 아주 잘 묘사가 되고 있어서, 각인이 잘 된다. (물론 러시아소설의 특징인 한 인물에 대한 여러 가지 호칭으로 인한 약간의 혼란은 고려해야 한다)

1권만 읽고 책 전체를 평한다는 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전쟁보다는 사람에 더 중점을 둔 소설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본다. 끊임없이 전개되는 복잡한 내러티브에도 불구, 톨스토이는 각 개인의 고민과 갈등, 사랑과 증오 등을 아주 세심하게 묘사한다. 물론, ‘전쟁을 기대해도, ‘로맨스를 기대해도, 책의 배경인 1805~1820 간의 역사소설을 기대해도, 워낙 뛰어난 내용을 갖춘 소설이기에, 소기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결국은 여기 등장하는 환상적인 인물들이 가장 매력적이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신분이나 재력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피예르와 안드레이도 여러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되고,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게 된다. 소설 전체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성 인물은 나타샤가 아닐까 하는데, 1권에서도 아직은 어리지만 활기찬 그녀의 모습도 주목해서 읽으면 좋을듯하다. 아마도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은 귀천에 상관 없이, 삶과 죽음은 평등하게 다가온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고전이라는 명함이 어울리지 않게 매우 재미있는 소설이니, 다른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소위 ‘1세대번역자의 역본에 예상되는 문제점은 찾기 어려우니, 선택의 고민은 접어 두셔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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