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2 - 그는 어떻게 청중을 설득하는가?
김경태 지음 / 멘토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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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럽지만 설레이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것. 바로 프레젠테이션이다. 나는 이번 학기 때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수업을 2개를 수강하고 있다. 첫 번째. 전공과목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은 오로지 ppt를 만드는 기술만을 배운다. 두 번째, 비즈니스ICT과목에서는 ppt작성은 기본으로 가져가고 청중들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기술을 배운다. 이 두 가지가 잘 접목되어 이번학기의 프레젠테이션 수업은 매우 만족스럽다.

 

나는 주로 감성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자신 있게 한다. 수치화 하고 계산을 요하는 발표보다는 어떤 교훈을 주거나 여운을 주는 프레젠테이션을 선호한다. (나의 ppt작성 능력도 감성적인 발표를 할 때 더욱 빛이 난다.) 그런데 내가 듣는 이 두 프레젠테이션 수업 교수님의 성향은 완전히 반대다. 전공 교수님은 틀을 깨고 청중이 좀 더 신선하게 볼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원하고, ICT교수님은 틀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보이지 않는 말의 채찍으로 틀 안에 다시 가두신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신 교수님들 덕분에 양쪽다 요구하는대로 맞출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ICT시간 때 나의 신선한 PPT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참기는 아직 힘들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책을 읽는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속이 시원하고 흥미로웠다. 내가 원하던 틀에서 벗어난, 신선한 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ICT시간 때 인사말로 이렇게 한적이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으신 여러분 모두 제 발표를 들으신 후 이 문밖을 나가실 때 고민거리가 생기실 겁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내 발표가 끝이 난 후 처음 인사말을 지적하셨다. 인사말은 반드시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던가 오늘은 날씨가 참 서늘하네요.”라는 내가 볼 땐 지극히 형식적인 인사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청중이라면 이런 뻔한 인사말에 시작부터 지루함을 느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러한 답답함을 스티브 잡스가 속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그의 인사말은 이러했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는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의 주인공은 발표를 진행하는 스티브 잡스이다. 청중들은 말 그대로 청중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자는 말 한 마디로 청중들을 역사적인 신제품 발표 현장의 산 증인으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잡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객석의 앉아 있던 청중들을 인사말로 아군을 만들어갔다.

나는 잡스의 틀에서 벗어난 이러한 발표가 너무 욕심이 난다. 책을 읽으며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점이 수없이 많았지만 그중 몇 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 이미지화이다. 잡스의 PPT를 보면 깨알 같은 글씨보단 잡스 몸채만한 그림이 뒤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그림과 정말 간단한 텍스트로 잡스가 말하고자 내용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함축한 뒤 잡스에게 집중 할 수 있도록 한다. 나도 이와 같은 방법을 ICT시간 때 해보았으나 역시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잡스의 검은색과 남색 그라데이션이 조화를 이룬 배경을 따라했는데 교수님은 초상집 분위기 같다며 발표 자료에는 절대 검은 배경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다. 결국 배경을 새하얀 색으로 바꾸며 이렇게 나와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두 번째, 욕심이 나는 것은 아날로그 느낌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것이다. 잡스는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에서 구입한 콘텐츠컴퓨터로 다운아이팟 으로 옮김애플 TV를 큰 화면의 와이드 TV에 접속시키는 순으로 설명을 했다. 어떻게 보면 복잡하고 딱딱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설명을 네 개의 그림에 펜으로 동그라미, 화살표를 그린 것처럼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가미하여 디지털 이미지들 속에서 눈에 띄어 마치 살아있는 콘텐츠처럼 보이게 했다. ppt를 만들 때 무조건 세련되고 디지털 느낌이 나는 것만 추구했는데 잡스의 ppt를 보니 핸드라이팅과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 접목된다면 청중이 보기에 더욱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욕심나면서 배워야 할 것 세 번째, 스크린이 아닌 프레젠터에게 집중하게 하라! 인데 사실 난 내용보다는 ppt를 포장 하는 데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덕분에 청중들은 화려하고 흥미로운 ppt와 열변을 토하는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기 바쁘다. ppt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줄여야 할 것 같다. 물론 메리비안의 법칙처럼 시각적인 요소가 58%를 차지한다고는 하나 발표가 끝났을 때는 화려한 슬라이드 보다 인상 깊었던 몇 문장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읽고 나니 내가 추구해왔던 발표철학에 대해 용기가 자신감이 생긴다. 잡스에게 배울 것이 많지만 청중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발표를 한다면 이미 그 발표는 성공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ICT과목의 기말고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것인데 이 책을 읽으며 배운 몇가지를 당당히 써먹어 볼 것이다. 정해진 형식과 양식에서 벗어나 효율성을 따질 때 더욱 신선한 발표가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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