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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6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기억의 유령'이라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가볍지 않은 긴장감과 스릴감이 있을 것 같은 추리소설이 내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이 소설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유력했던 W.G 제발트가 2001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그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어쩌면 제발트에 관한 책이라고 할수 있다.
2001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W. G. 제발트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세계 문학계는 세상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이 “기묘하고 불가해한 작가”의 죽음을 애도했다.
『기억의 유령』은 제발트가 1997년부터 사망하기 한 달 전까지의 심층 인터뷰와 유명 평론가들의 에세이를 엄선한 책이다.
제발트는 오늘날 어떤 작가보다도 새롭게 글을 썼다. “굽이치며 최면을 거는 듯한 문장은 뒤엉킨 불안뿐 아니라 무기력을 동반한 현대적 감성의 패러다임 그 자체다.” 제발트는 현대 소설에서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구체화하여 ‘산문 픽션’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고안했다. 그리고 “유령 사냥꾼”이 되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일과 그 일의 불가능성을 다루는 데 헌신했다. 이 책에서 제발트는 알프스 고산 지대에서 꽁꽁 언 시신과 함께 지내곤 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나치가 아닌 체하는” 교수들에 불만을 품고 독일을 떠난 이유, ‘산문 픽션’의 탄생, 애완견을 보고 배운 글쓰기 방식, 모국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 조국의 “집단 기억상실”과 기억하는 일의 압도적 중요성을 신랄하고 재치 있게 이야기한다. 『기억의 유령』은 홀로코스트를 겪은 이상,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는 아도르노의 금언에 배치되는 “진정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제발트 면모를 치밀하면서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 기억의 유령은 제발트의 여러 담화와 글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적 문체보다는, 제발트라는 작가가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는지를 엿볼 수 있다. 폴 첼란, 카프카, 나보코프와 같은 작가들에 대한 사유를 통해, 그가 ‘문학’을 단순히 글쓰기 이상의 행위로 여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쉽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하지만 그 난해함 속에서 어렴풋이 잡히는 어떤 분위기, 시대를 견뎌낸 자만이 품을 수 있는 슬픔 같은 것이 내 마음을 건드렸다. 어쩌면 제발트의 문학은 그렇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그의 유명한 작품을 통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력했던 그의 문체와 진정한 매력을 느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