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 사진과 카메라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1
서지원 지음, 조현숙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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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꿈꾸는사람들에서는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시리즈로 다양한 신문물을 소개할 계획인 듯 하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이 개화기 당시 사람들 사이에 마법상자라고 불렸던 사진기다. 앞으로 근대의학, 전기와 전구, 전차와 자동차 및 라디오와 전화도 다룬다니 아이들에게 다양한 역사물을 읽히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 관심이 가는 소식이다.

 이 책은 청계천 근처 땅굴에서 살던 삼식이가 잃어버린 동생이 사람들이 말하는 ‘마법상자’의 제물로 잡혀간 것은 아닐까 하여 동생을 찾아 헤매다 우연히 사진기를 접하고 익히게 되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책 뒷부분에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사진기를 들여왔다는 황철의 이름을 따서 ‘황철의 사진학교’라는 제목의 부록이 달려있다. 사진의 역사, 최초의 사진사들, 황실의 사진 촬영 그리고 사진 속 우리 조상들의 얼굴이 왜 그렇게 슬프고 초라해 보이는지에 대한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지식정보책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몇가지 아쉽거나 쉽게 동의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도대체 동생 계봉이는 어떻게 된 걸까? 처음에는 열심히 찾아다니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동생 얘기는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에도 간첩이니 국가 기밀누설이니 이런 단어들이 사용되었는지 또 한양에 살고 있는 아낙네가 강화도에서 벌어진 신미양요에 대해 어떻게 그리 소상하게 잘 알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작가는 머리글에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왕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개화기 신문물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계속해서 무식하고 무지하다 비난하고 심지어 주인공의 입을 빌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말한다. 정말 그러한가? 내가 이 책이 불편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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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을 구하라 - 환경교육 전문가가 동화로 풀어 쓴 기후변화 이야기
이리 칸델러 지음, 한경희 옮김, 김종석 그림 / 검둥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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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사를 하면서 수평을 맞추지 않아 냉장고 앞문이 내려앉은 일이 있었다. 오래된 모델이라 수리가 안되고 통째로 바꿔야하는데 다른 곳은 멀쩡한 냉장고를 버리고 다시 사야한다니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냉장고 없이 살면 어떨까 싶었다. 때마침 그렇게 살고 있는 분을 TV에서 본 것도 일조를 했다. 이런 문명의 이기를 하나씩 덜 쓰면서 나도 환경에 일조하고 싶다는 부푼 꿈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말라는 남편의 말 한 마디로 없던 일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때 나는 그런 남편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어찌 그런 황당한 생각을 했을까싶다. 김치를 제대로 담가 먹기를 하나 바지런하기를 하나 매 끼니마다 반찬을 만들기를 하나. 한마디로 마음만 앞서고 현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생각이 소록소록 떠올랐다. 지은이는 나처럼 허무맹랑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부터 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때에 맞춰 학교에서는 이런 저런 주제에 맞춰 글도 쓰고 포스터나 표어도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고 그에 따른 상도 준다. 환경에 대한 부분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은 그 행사나 주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만 시키니까 할 뿐인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왜 오염되고 있고 그래서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 아이들은 시험 답안 외우듯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대부분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아이들도 과제물만 제출하고 나면 모든 걸 잊는 듯 하다. 그러니 내가 생활하면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개의치 않고 관심도 안둔다. 

이 책의 날씨탐험대는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기후가 왜 변하는지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는 생각을 '조금씩'만 바꾸고 '하찮은' 일들을 '모두'가 함께 하면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기상학자인 알피 삼촌은 기상학자로 일하면서 기후보다 인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만족하며 사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말이다. 이 말은 단순히 가까운 거리는 걷자, 전기를 아끼자, 물을 아끼자 같은 구호가 가져다 주는 공허함이 아닌 큰 울림을 준다.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어나가면서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부록에 시각적인 자료가 곁들여졌더라면 하는 아쉼움이 다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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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말을 거는 생각미술관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15
박영대 지음, 김용연 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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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간송미술관에 다녀왔다. 그간에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 원화 전시회를 구경하느라 미술관을 찾았다면 그 날은 오롯이 나를 위한 발걸음이었다. 늘상 문을 여는 곳이 아니여서 인지 아니면 겸재 정선이란 대가의 특별전이 열려서인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전시된 작품들은 비교적 자주 접하는 것들이 많아서 덜 낯설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림을 볼 줄 아는 눈이 없던 우리들이 주고 받는 말을 더이상 듣기 어려웠던지 관람하던 분들이 설명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거다. 몇번 그러고 나니까 말도 잘 꺼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에는 전문가나 전문가에 맞먹는 분들이 많이 찾는 곳이란다. 

동양화든 서양화든 그림을 '잘' 읽어내기 위해서는 사전에 갖추고 있어야 할 지식들이 필요한 듯 하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나아가서는 주눅까지 들게 만든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은 내 경험을 토대로 이해하고 더 나아가 감정이입도 하면서 나름대로 읽으면 되지만 왠지 그림은 책과 다르게 여겨지는 것이다. 특별한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잘 그리고 제대로 읽어낼 거라는 생각이 드니 편안하게 즐기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줄곧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에서 작가는 '그림은 화가가 신나게 놀고 난 흔적이니 그림을 보면서 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편하고 자유롭게 즐기'라고 말한다. 나는 볼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한 번 볼때는 몰랐는데 두 번보니 저번에 안보이던 것이 보이고 그 다음에 보면 이전에 봤던 그것이 다르게 보이는 그런 그림책말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건네는 그림작가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림책의 그림도 그림아닌가. 내가 미술관에서 만나는 그림들도 알고 보면 내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소리 없는 말을 말이다. 바라보는 나는 그린이와 소통하려는 열린 마음을 갖고 건네는 말에 귀기울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린이의 말에 귀부터 기울이다 보면 나도 건넬 말이 생기지 않을까. 비록 그림속의 거울이 꽃이 곤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나만의 그림 읽기를 하면서 주눅든 마음을 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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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 어린이 디스커버리 10
필립 스틸 지음, 이충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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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미라하면 이집트를 떠올렸다. 지금도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그것이 이집트만의 문화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안다. 더욱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미라가 발견되지 않았던가. 그것도 여자 미라가. 이 경우는 공기가 통하지 않는 묘지 구조로 인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미라는 전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나 기후의 건조도나 더위가 수분 제거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에 북방 문화 쪽에는 드물고 주고 남방문화 계통에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고온에다 건조한 기후인 멕시코나 중남미 지방에서 천연 미라가 많이 만들어진 것도 그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아마도 토착신앙에 따라 영혼불멸사상을 믿던 곳에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만들었지만 특히 이집트에서 더 성행했던 듯 싶다. 미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신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파라오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으나 왕족이나 귀족 등 부유층들도 만들었다니 그 화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듯 하다. 이로 인해 장례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신분을 유지했을 테지만 말이다. 미라하면 투탕카멘 왕의 미라, 정확히 관을 먼저 떠올리게 되어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관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이 책이 계기가 되어 미라에 대한 자료를 좀 더 찾아보면서 이것 저것 알게 되었다.

아이랑 어떻게 홈스쿨링을 해볼까 궁리하다가 퍼즐을 만들어 봤다. 책에 나오는 신 이름이나 용어들을 죽 적어 놓은 후 가뿐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두 시간은 족히 끙끙거려야 했다. 워낙 개별적인 단어들이라 서로 연결이 안되는 것이다. 나중에는 국어사전을 뒤적여가며 연결고리를 찾았는데 퍼즐 만드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미라에 대한 책은 이미 몇 권 읽어 본 터라 낯설어 하지 않던 아이도 퍼즐을 채우려고 책장을 앞뒤로 뒤적여 댔다. 



국어 사전을 뒤적여봤으나 결국 나의 퍼즐은 블로커스 몇 조각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다. 아니나다를까 "퍼즐은 원래 이렇지 않아"라는 딸내미의 지적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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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 영혼을 보는 눈 세상을 사는 지혜
투이아비 지음, 에리히 쇼이어만 엮음, 유혜자 옮김, 이일영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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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다는 이 연설문은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의 추장이 썼다고 한다. 그는 선교사를 통해 서양 교육을 받고 문물에 눈을 뜬 후, 문화 사찰단으로 유럽을 방문하면서 보고 겪은 여러 가지 것들을 자기가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글을 쓴 듯 하다. 

그는 '큰 바다의 물을 맨손으로 퍼낼 수 없는 것같이 내 작은 지식으로 유럽이라는 큰 바다를 충분히 알리기는 어렵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리 길지 않은 동안 체류하면서 쓴 그의 글이 전부 와닿은 것은 아니다. 그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으니 내가 하는 말이 의심스럽더라도 그대로 믿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이렇게 진실을 다 말해 주는데도 빠빠라기를 흉내내면 절대로 안된다'며 애달아 하기도 한다. 악의 상징인 빠빠라기로부터 자신의 순진무구한 형제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불타는 그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 짓기도 했다. 몇 십년 먼저 살아본 경험으로 아이들에게 이거는 이렇고 저거는 저러니 이거는 하고, 저거는 하지 말아라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어른들의 모습이 살짝 오버랩되었나.

그렇지만 백여 년전에 쓰여진 그의 글을 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안타까워하는 그의 심정을 오롯이 전해 받으며 고개도 주억거리고 책장을 넘기던 손길도 잠시 늦춰 본다.

남에게 뭔가를 주고 그 대가를 바라는 사람들을 비웃는 고귀한 전통을 사랑하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거나 어떤 사람은 아주 많이 갖고 있고 어떤 사람은 전혀 없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전통을 사랑하자. 바로 옆에 있는 형제가 슬픔과 불행에 잠겨 있는데도 자기만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빠빠라기처럼 되지는 말자.

물건을 많이 필요로하는 사람은 궁핍하다. 그것은 곧 위대한 영혼이 빚어낸 것을 적게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빠라기는 사물에 집착하므로 가난하다.

 신문은 모든 인간이 똑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내 머리와 생각을 정복하려는 것이다.
(그의 통찰력에 가슴이 썰렁했다.)

빠빠라기들은 항상 뭔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뎌한다. 그래서 머리는 깨어 있는데 다른 감각은 쿨쿨 자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점점 머리로만 판단하려고 드는 내가 멈칫했다. 따뜻한 가슴은 왜 자꾸 잊어버리는지...)

 빠빠라기는 똑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에게도 많은 생각들을 머릿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억지로라도 매일 일정한 분량의 생각 거적을 갉아먹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생각들을 머릿속에 너무 많이 밀어 넣어 그 안이 가득 차는 바람에 한줄기 빛도 들어갈 수 없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것을 '교육한다'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그렇게 머리가 어지러운 상태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도처에 만연해 있다.

 
그를 통해 자꾸 잊게 되는 삶의 고갱이를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2009년 대한민국에 그가 온다면 그는 뭐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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