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을 구하라 - 환경교육 전문가가 동화로 풀어 쓴 기후변화 이야기
이리 칸델러 지음, 한경희 옮김, 김종석 그림 / 검둥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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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사를 하면서 수평을 맞추지 않아 냉장고 앞문이 내려앉은 일이 있었다. 오래된 모델이라 수리가 안되고 통째로 바꿔야하는데 다른 곳은 멀쩡한 냉장고를 버리고 다시 사야한다니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냉장고 없이 살면 어떨까 싶었다. 때마침 그렇게 살고 있는 분을 TV에서 본 것도 일조를 했다. 이런 문명의 이기를 하나씩 덜 쓰면서 나도 환경에 일조하고 싶다는 부푼 꿈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말라는 남편의 말 한 마디로 없던 일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때 나는 그런 남편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어찌 그런 황당한 생각을 했을까싶다. 김치를 제대로 담가 먹기를 하나 바지런하기를 하나 매 끼니마다 반찬을 만들기를 하나. 한마디로 마음만 앞서고 현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생각이 소록소록 떠올랐다. 지은이는 나처럼 허무맹랑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부터 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때에 맞춰 학교에서는 이런 저런 주제에 맞춰 글도 쓰고 포스터나 표어도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고 그에 따른 상도 준다. 환경에 대한 부분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은 그 행사나 주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만 시키니까 할 뿐인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왜 오염되고 있고 그래서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 아이들은 시험 답안 외우듯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대부분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아이들도 과제물만 제출하고 나면 모든 걸 잊는 듯 하다. 그러니 내가 생활하면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개의치 않고 관심도 안둔다. 

이 책의 날씨탐험대는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기후가 왜 변하는지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는 생각을 '조금씩'만 바꾸고 '하찮은' 일들을 '모두'가 함께 하면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기상학자인 알피 삼촌은 기상학자로 일하면서 기후보다 인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만족하며 사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말이다. 이 말은 단순히 가까운 거리는 걷자, 전기를 아끼자, 물을 아끼자 같은 구호가 가져다 주는 공허함이 아닌 큰 울림을 준다.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어나가면서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부록에 시각적인 자료가 곁들여졌더라면 하는 아쉼움이 다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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