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왕 큰북작은북 그림책 9
주디 시라 지음, 김은정 옮김, 마크 브라운 그림 / 큰북작은북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 만했을 때, 아동문학 시장은 계몽사라는 출판사가 거의 독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우리 엄마가 알고 있는 출판사가 그것뿐이었던지. 그러나 동갑이지만 차원이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했던 고종사촌네도 여지없이 빨간딱지의 책들이 줄줄이 꽂혀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내 추측이 틀리지는 않는 듯 하다.

나는 그 하얀딱지, 빨간딱지의 계몽사 책들을 통해 이원수와 이주홍의 재미난 동화들을 알았고, 빨간머리 주근깨 소녀 앤, 고아 소녀를 남몰래 돕는 키다리 아저씨, 남미의 영웅 쾌걸 조로며 최후를 맞이한 모히칸족들도 만날 수 있었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이나 코닉스버그의 '클로디아의 비밀'도 그때 읽었다. 퍽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 그 책들을 머지 않아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게 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살림을 하는 입장이 되어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넉넉치 않은 살림이었지만 책읽기를 즐겨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몇달 할부로 책을 마련하곤 했던 듯하다. 고마운 엄마.

지금 우리집에도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면서 책읽기에 빠져있는 아이가 있다. 30여 년전의 아이는 그냥 손이 닿는 대로 읽기만 하면 됐다. 문제는 다양한 책이 없다는 거지 시간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아이는 책읽을 틈을 찾기에 바쁘다. 학원 한군데 보내는 곳도 없건만 왜 그리 시간은 없는지...

계몽사도 모르는 아이는 가끔씩 이 책이 재밌냐, 저 책이 재밌냐라고 묻는 엄마한테, " 이 책은 이래서 재밌고 저 책은 저래서 재밌지, 재밌고 안재밌는 책이 어딨냐"며 타박을 놓는다. 모르는 척하며 책이 왜 재밌냐고 물으니 이렇다할 대답을 않는다. 그저 재밌으니까 재밌을 뿐이다라고만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아이는 책읽기 왕 '샘'처럼 책 속에서 새로운 친구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것을. 그러면서 현실의 자신을 더 여물게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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