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의 교만심 다루기.

말과 소년 ㅣ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3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7월

7권의 나니아 시리즈 중 유일하게 영국 아이들이 주인공이 아닌 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영국 아이들이 등장하기는 한다.)

나니아 남쪽의 아첸랜드를 넘어가면 거대한 사막이 있고 그 남쪽에 칼로르멘이라는 제국이 있다.

그들의 피부색은 검고, 아슬란을 믿지 않으며 (혹자는 이것을 통해 CS루이스를 인종차별론자라고 하지만 그 사람이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이 간다.) 타슈신을 믿지만 제대로 믿는지는 의심스럽다.

이 나라의 천한 계급으로 태어난 샤스타는 어느날 자신을 팔아넘기려는 양아버지에게서 탈출하여 나니아로 가고자 하는데…

마침 동반하게 된 말 ‘브레’ 역시 말할 줄 아는 동물로서 나니아로 가기 위해 샤스타를 돕게 된다.

여행 중 만난 칼로르멘의 공주 ‘아라비스’와 그녀의 말 ‘휜’도 칼로르멘을 탈출하고 있었기에 쉽게 일행이 될 수 있었고, 그들의 위험천만하면서도 재미있는 칼로르멘 탈출은 시작된다.

한편, 수잔 여왕은 칼로르멘의 왕자가 청혼한 일로 인해 에드워드 왕과 함께 칼로르멘에 잠시 오게 되고…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가운데 긴장은 고조되고 더욱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중간 중간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다면, 첫번재는 샤스타가 아슬란을 처음 만난 장면이다. 이때 샤스타는 몸집이 조금 큰 고양이를 본 줄로 생각하고, 두번째 보았을 때 매우 큰 고양이라고 생각하며, 세번재 보았을 때에야 사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장면은 2권에서 루시가 아슬란과 재회했을 때 아슬란에게 몸집이 더 커진듯 하다고 말하자 “그건 내가 자란 것이 아니라 네가 자랐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게 했다.

샤스타 역시 처음에는 아슬란을 그저 흉폭한 사자로 혹은 자신에게 뭔가 전해줄 말이 있는 고양이로만 생각했지만 그가 길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아슬란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며 말할 필요도 없이 사자 밑에 엎드렸다.

두번째 장면은 샤스타와 함께 도망쳤던 말 ‘브레’가 자만심에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갖가지 예들.

그는 변장하기 위해 일부러 삐죽삐죽하게 잘라버린 자신의 꼬리 때문에 나니아 왕국에서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걱정하며, (외양에 신경쓰기)

자신이 익혔던 전투마로서의 자질과 상관없이 위험에서 도망치게 되자 자기 경멸에 빠지고, (자아에 대한 과대평가)

심지어는 말하지 못하는 말들에게 배운 습관을 나니아에서도 계속 할 수 있을것인지 염려한다. (죄악의 본성을 버려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

세번째는 ‘브레’가 ‘휜’과 ‘아라비스’에게 아슬란에 대해 설명하던 중에 아슬란이 진짜 사자일리가 없다면서,

“뻔하지, 뭐. 사자만큼 강하고 사납다는 뜻에서 그냥 사자라고 부르는 거겠지. 혹은 그 비슷한 걸 거야. 아라비스, 네가 아무리 어린 여자 애라지만 그분을 진짜 사자로 상상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걸 알아야 해. 정말이지 무례한 거라고. 그분이 사자라면 우리처럼 짐승이라는 얘기잖아. 아이고, 참!”

이렇게 말하는 중에 아슬란이 소리없이 다가와 브레의 옆에 선다. 아슬란은 그들처럼 짐승이었던 것이다.

예수님의 인간으로 (정말 정말 그저 한 사람으로) 오셨다는 것을 깊이 깊이 느끼게 했던 장면이었다.

이러한 장면들 외에도 굉장히 많은 구절들 속에서 진리가 숨쉬고 있음을 느낀다. 읽어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