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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 1 - 눈썹달
윤이수 지음, 김희경 그림 / 열림원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네이버 연재로 쭉 따라가다가 나중에 종이책 나오면 봐야지 하고 중단했던 "구르미 그린 달빛".
(워낙에 사극 로맨스를 좋아하다보니 웹소설 연재 때도 일부러 챙겨보곤 했었는데 70회가 넘어가니 힘들어지더라구요.)
거기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효명세자와 김삿갓 등 현실 속의 인물이 허구와 어우러졌을 때 어떤 스토리가 탄생할까 궁금했던 부분도 컸지요.
일단 스토리를 보자면 남장여자, 궁중물입니다.
홀어머니와 아픈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가장으로서 '홍라온'은 어렸을 때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남장을 했지만 커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남장을 한 채 운종가의 삼놈이로 살아갑니다. 삼놈이는 여자의 심리를 잘 아는고로 온갖 연애상담과 연서 쓰기 대타를 하다가 세자인 '영'과 만나게 되죠. 당돌하고 스스럼 없는 성격의 라온은 영이 세자인 줄도 모르고, 영은 그런 라온을 맘에 들어합니다. 그러다가 오버하는 몇몇 시중에 의해 라온은 환관으로 궁에 들어가 영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병연도 만나게 되죠. 그렇게 만난 셋은 벗으로서 지내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에 세 사람 사이에 감정들도 생기고, 여러가지 사건들도 펑펑 터지고 해결되고를 반복하죠....
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과 세자로서의 '영', 아픈 과거를 가진 '병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의 주축이 되어가는 '라온'의 이야기. 구르미는 이렇게 세 사람의 얽히고 섥힌 관계와 또한 이들 주변에 있는 세력들간의 사건들 사이사이에 궁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감초처럼 섞어넣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경박하지 않게 나름 중도를 잘 지켜나가고 있는 책으로 보여집니다. 라온의 곁에 있는 내관 여러명은 이 책의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데 연재 때는 좀 지루하다 싶던 대사들이 책으로 읽으니 맛깔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또한 곳곳마다 배치되어 있는 인물들이 악연도, 조연도 드라마의 오롯한 한 인물처럼 와닿았어요. 작가님이 버리는 인물없이 잘 그려낸 필력 덕분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라온을 마음에 담는 '윤성'이라는 인물은 영과 병연에 전혀 뒤지지 않는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뭔가 더 섬뜩함이 느껴져서 앞으로 어떤 악연이 될지, 아니면 도움이 될지 기대가 되는 인물이고요.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이야기들을 다 풀어내지 못해서 1,2권만 보기엔 아쉬운 책이긴 합니다.
더군다나 2권 마지막은 절단신공까지. ㅋㅋㅋ
제가 사극 로맨스에 기대하는 엄청난 집중력과 진지함을 잠깐 내려놓는다면 이 책은 분명히 유머러스함과 스토리의 깊이도 있는 책입니다. 물론 젊은 나이에 승하한 효명세자와 방랑 시인 김삿갓의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가 없는 책인 거 같아요.(홍경래의 난 이야기도 나오구요.) 술술 읽히기는 하지만 어떤 스토리로 힘있게 5권까지 맥을 이어갈지는 아직 미지수인 것도 분명합니다.
다만 백성을 생각하는 영과 지혜로운 라온, 믿음직스러운 병연, 집착남 윤성... 이들을 보자면 캐릭터의 매력은 충분한 거 같아요.
고단수의 능글남, 계략남 영,
마음씨 착하고 순발력 있고 용기 있는 똑순이 라온,
우리가 또 그림자를 자처하는 남자 그냥 못지나가잖아요~ 병연...
거기다가 섬뜩함까지 느껴지는 집착의 전조가 보이는 윤성.
5권은 참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완결이 날때까지 이 인물들이 잘 자라나서 깊게 뿌리내리는 캐릭터들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역사가 스포이긴 하지만 그래도 작가님이 어떤 결말을 어떻게 풀어내셨을지 기대하며 3권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