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랬어
야엘 프랑켈 지음, 문주선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 모자를 쓰고 파랑 가방을 맨 아이가 캠프에 간다.

한 손에는 손전등도 야무지게 들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벌써부터 신이 나 있다.

떠나는 아이 뒷모습을 보며 손인사하는 엄마를 돌아보면서

아이는 이야기한다.

"캠프를 가는 건 나지만, 뭘 가져갈지 정하는 건 엄마예요"

엄마의 목록은 끝도 없고, 갈수록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햇빛 가릴 모자, 장마철이니 우산,

길을 잃을 지 모르니 지도도,

밤하늘 별자리 그릴 연필,

작은 벌레를 관찰할 돋보기,

아침에 추울 지 모르니 외투도 한 벌 더,

햑예회 연습할 리코더,

나비 잡을 수 있는 곤충망,

매듭 만들기 연습할 줄,

낚싯대와 침낭 밑에 깔 담요,

수영할 지 모르니 튜브,

그리고 손거울

아이는 엄마의 말에 하나의 토도 달지 않고

엄마가 말한 물건을 챙겨간다.

그리고 엄마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지?

친구들 많이 사귀고 와"

늘 엄마 말을 잘 듣는다고 하는 아이는

과연 캠프에 가서 엄마가 챙겨준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책을 읽기 전에 책 소개를 대충 훑어봤을 때에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바라는 엄마에 대해

답답해하는 아이의 이야기일 것처럼 상상되었던 책이었어요.

책 표지만 봐도 사실 그런 느낌이 '팍' 들긴 했어요

책을 받아보고 바로 읽어봤는데 이건 웬걸?

너무나도 위트 넘치고 정감가는 이야기였어요.

엄마의 끝없이 만들어내는 목록도

뒤로 갈수록은 황당함을 넘어서 웃기기까지 했지만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서 "네!"하고

"엄마 말을 잘 듣는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아이의 모습도 너무 귀여웠죠

"엄마는 뭐든 알고 있다"라는 생각은

결국 아이의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었던거죠.

무엇보다도 엄마가 챙겨 준 물건을

캠프에 가서 야무지게 활용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물론, 엄마가 상상했던 용도는 아니었지만요

글과 그림이 서로 엇갈리게 표현된 것이 그림책의 묘미를 잘 살린 구성이었어요

글은 엄마가 아이에게 물건을 챙겨주는 '목록'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림은 아이가 캠프에 가서 그 물건으로 뭘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거든요

그림을 꼭 유심히 살펴보길 바라요.

과연 어디에 엄마가 챙겨 준 '물건'이 쓰이고 있는지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그림책이랍니다.

엄마들은 대체로 걱정이 많죠.

이 엄마는 특히나 걱정도 많고 물건도 원체 많이 챙기는 성격인 것 같아요.

캠프에 가는데 학예회 준비할 리코더까지 챙기라는 걸 보면 말이에요.

엄마의 걱정을 단순한 '잔소리'로 듣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엄마는 평소에도 아이를 진심으로 대했던 것 같아요.

아이에게 엄마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 보면

신기하고 부럽고 대견하거든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이것 저것 엄마 주도로 물건을 챙기는 상황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죠.

어쨌거나 아이는 캠프에서 돌아오면서

엄마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 '친구 많이 만들기!'에 성공한 듯 보여요

결국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 육아를 하면서는 '기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죠

서로 다른 기질의 엄마와 아이가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고 지지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건 뭘까요?

엄마는 아이에게 물건을 챙겨주지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그래서인지 아이는 엄마가 챙겨주는 물건을 일단 가방에 챙겨가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지게 활용하죠.

물론 이 그림책의 엄마와 아이가 캠프가 끝나고 집에서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했을지는 상상에 맡겨야 하겠지만

아이가 이렇게 성장해 갈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그 물건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들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줄 수 있는

허용적인 혹은 수용적인 엄마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엄마가 아이의 삶의 많은 부분에 개입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의 삶의 여정에 든 선택의 순간에

중요하거나 사소한 결정을 엄마가 독점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겠죠

결국 선택은 아이의 몫이고 그것을 엄마는 최대한 존중해 주고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면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 길을 곧게 걸을 것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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