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제목부터 유머를 담고 있어서 유쾌하기만 한 책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일본의 실버세대들이 센류의 형식으로 쓴 짧은 시 모음집이었다.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옛 시조 같은 형식이 아닐까 싶다. 노년세대의 흰 머리를 상징하는 실버 색깔을 빗대어 실버세대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의 이야기를 센류 형식으로 짧은 글로 전달해주는 메세지들의 모음집이다. 전국유로실버타운협회에서 주최하는 센류 공모전에서 입선작들의 모음집이다.
처음에는 책이 잘못 프린트되었나하고 착각을 했는데, 일본 특유의 형식으로 표지부터 속지까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방식이다. 좀 신선했고 센류형식의 글과 더욱 걸맞아서 좋았던 느낌을 받았다.
짧으면서도 강렬한 메세지들이 있다. 그만큼 공감을 주면서 마음 한 켠이 짠해지기도 하는 글이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딱히 원인을 못찾으면 스트레스를 잘 풀라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많으신 분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노환입니다.” “연세가 많으십니다.”
그게 병명이냐?? ㅋㅋㅋ
버럭!! 하며 말 같지도 않은, 뻔하다 뻔한, 의사가 아닌 나도 말할 수 있는 말을 내뱉는 의사에게 너무나도 화를 내며 던지는 이 분들의 외침이 귓가를 때리는 듯 했다.
누가 몰라서 그 말 들으러 온 줄 아냐? 라고 되받아치고 싶고, 세월에 장사없음에 세월을 탓해본다.
센류 왼쪽에는 이름과 나이가 표시되어 있다. 나이를 보고 메세지에 더욱 공감을 느끼게 된다.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아빠가 생각났다. 예전에 아빠에게 이 말을 들었다. 눈에는 눈동자의 위치를 바꿀 때마다 반짝하고 나타나는 모기.. 아빠는 나비라고 표현했다. 귀에는 매미소리처럼 매앰매앰 웨에웨엥 울어대는 이명..
날이 갈수록 비밀번호를 기억할 것도 많아서 카드 뒤에 통장 뒤에 나만 아는 암호를 써놓는다.
비밀번호 뿐만 아니라, 사람이름, 명사들이 생각이 안나서 무슨 말을 할 때마다.. 그거 있잖어~ 로 시작하며 스무고개를 시작한다. 의도치않은 스무고개 낱말찾기!
나이 사십이 넘으니 어김없이 찾아오는 노안. 나도 모르게 손을 눈으로부터 슬며시 멀리 해본다.
푸풉… 나이드신 분만 할 수 있는 개그가 담긴 글들도 있다.
1-4부로 나뉘어져서 무슨 이유로 나뉜거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맨 뒷 부분에 친절하게 입선작들의 구분임을 설명해주었다.
들으면 푸풉 하고 튀어나오는 웃음이 있고, 마음 한 켠에 희꾸무래하고 힘 없는 노인의 연약함이 짠하고, 늙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유쾌함으로 승화시키는 해탈하심에 감히 박수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한글로 풀어서 써져 있어서 보기에는 편했는데, 센류 원래의 일본글도 같이 쓰여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었다.
짧은 글들이어서 금방 읽어버렸지만 여운은 오래 남는 그런 책이었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내 주위의 어른들을 생각하게 했고, 곧 늙어질 나의 미래도 상상해보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사랑인줄알았는데부정맥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편집부 #포레스트북스 #센류 #실버센류 #노인들의유쾌한글 #실버센류모음집 #책세상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