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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공감 -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
셰르민 크루즈 지음, 신동숙 옮김 / 청림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셰르민 크루즈 『단단한 공감』 서평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
공감이라고 하면 흔히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모습을 떠올린다. 상대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고, 힘들어하면 그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공감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셰르민 크루즈의 『단단한 공감』은 공감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중심과 경계를 지키면서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공감이다. 저자는 이를 ‘전략적 공감’ 또는 ‘스토아적 공감’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부제인 ‘감정의 낭비를 끝내고 확실한 변화를 이루는 법’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공감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공감은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거나 양보하는 일이 아니다. 나와 상대의 감정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관계와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실천적인 힘이다.
전쟁과 이민의 경험에서 시작된 전략적 공감
저자인 셰르민 크루즈는 협상 전문가이자 법학 교수이며, 작가이자 TEDx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1977년 사회적·정치적 격변이 끊이지 않던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정부의 탄압과 전쟁의 위기를 일상에서 마주하며 성장했고, 열 살 무렵부터 페르시아어로 시를 쓰며 글쓰기를 익혔다.
열한 살이 되던 해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 가방 몇 개만 들고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러나 전쟁을 피해 도착한 새로운 나라에서도 이민자로서 차별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저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감정적인 호소력과 논리적인 설득력을 함께 갖추기 위해 말과 글을 끊임없이 훈련했다.
이후 토론토대학교에서 철학과 신경심리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했다. 국제 비즈니스 법률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의 길을 걸으며 로펌 파트너로 17년 동안 근무했고, LVMH와 구글,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대리했다.
분쟁 해결과 고위험 협상, 국제 거래와 기업 경영을 다루며 쌓은 경험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전략적 공감’의 토대가 되었다.
현재는 노스웨스턴대학교 프리츠커 로스쿨 교수로 일하며 전략적 공감에 기반한 협상과 리더십, 국제 거래 등을 가르치고 있다. TEDx 총괄 프로듀서와 강연자로도 활동했으며, 2022년에는 인지적 공감을 활용한 협상에 관한 강연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작가의 이력을 알고 책을 읽으면 『단단한 공감』이 책상 위에서 이론으로만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쟁과 이민, 차별과 법률 분쟁을 직접 겪고, 수많은 협상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온 경험이 이 책의 문장 곳곳에 녹아 있다. 그래서 다른 공감 관련 책보다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전쟁 이야기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전쟁을 직접 겪지 않고 주로 텔레비전이나 뉴스를 통해 보아온 세대인 나에게 저자의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특별한 상황에만 머물지 않는다.
직장에서 동료와 의견이 부딪칠 때, 가족과의 대화가 자꾸 어긋날 때, 상대를 설득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관계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누군가의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기보다 나까지 함께 지쳐버릴 수 있다. 상대의 슬픔과 분노를 모두 끌어안은 채 감정적으로 소진되면 정작 문제를 해결할 힘은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냉정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답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단단한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경계를 잃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되 반드시 같은 의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상대의 마음을 인정하더라도 부당한 요구까지 받아줄 필요는 없다.
상대와 함께 무너지는 공감이 아니라 서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를 따라 배우는 공감의 힘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공감의 힘’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은 상대를 조종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의 입장과 욕구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간다는 뜻에 가깝다.
1장에서는 스토아 철학에서 배우는 내적 통제력과 공감이 만들어내는 외적 영향력을 살펴본다. 저자가 이민자 소녀에서 변호사와 협상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이 장에서 만날 수 있다.
2장에서는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 동정과 연민의 차이를 설명한다. 공감이 때로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이유와, 공감을 건강한 힘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에서는 전략적 공감을 실천하는 다섯 단계를 소개한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집중해서 들으며, 침묵으로 대화하고, 상대에게 맞춰주고 따라 하며, 질문을 통해 더 깊이 탐색하는 과정이다.
2부에서는 ‘삶의 주도권을 얻는 스토아 철학의 방법’을 다룬다.
5장과 6장에서는 감정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이해하고 다스릴 것인지, 감정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감정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생각의 초점을 바꾸면 감정과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7장과 8장에서는 삶의 어려움을 견디고 주도권을 되찾는 스토아 철학의 다섯 가지 도구를 소개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통제의 이분법’, 불편함을 무조건 피하지 않는 태도, 어려움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체계적인 훈련, 삶의 유한함을 기억하는 ‘메멘토 모리’,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하는 ‘도덕적 용기’가 그것이다.
마지막 9장에서는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한 윤리적 삶의 열 가지 기둥을 제시한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하며, 개인의 선의를 넘어 사회의 부당함에도 목소리를 내는 삶을 이야기한다.
책의 목차는 공감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 감정을 다스리고, 역경을 이겨내며, 더 나은 관계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실천하는 책
이 책에서 또 하나 좋았던 점은 각 장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 장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해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독자가 직접 자신의 생각과 행동 계획을 작성할 수 있는 부분도 마련되어 있다.
공감에 관한 좋은 내용을 읽는 것과 실제 관계에서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아무리 상대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감정이 앞서는 순간에는 내 이야기부터 꺼내기 쉽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상대의 반응에 계속 마음을 빼앗길 때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은 뒤 나의 상황을 돌아보고 직접 적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감정이 앞섰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써보면 책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꺼번에 모든 방법을 실천하려 하기보다 각 장을 읽을 때마다 한 가지씩 자신의 생활에 적용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읽고, 생각하고, 직접 써보고, 관계 속에서 실천해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구성도 잘 짜인 책이었다.
공감을 머리로만 이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실제 행동과 변화로 연결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느껴졌다.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의 차이
책에서 특히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을 구분한 내용이었다.
감정적 공감이 상대방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상대가 왜 그렇게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는 감정적 공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상대의 말과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이유와 욕구를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견에 모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과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협상 전문가인 저자가 공감을 단순한 친절이나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공감을 실천하는 다섯 단계
저자가 소개하는 전략적 공감의 다섯 단계는 일상에서도 활용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서운함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에서 공감은 시작된다.
두 번째는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내 대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속에 담긴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는 침묵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순간을 말로 채우지 않고 상대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도 중요한 공감의 방법이다.
네 번째는 상대에게 맞춰주고 따라 하는 것이다. 말의 속도나 자세,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살피고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면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질문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판단하거나 몰아붙이는 질문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설명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방법들이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덮기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거나 협상이 필요한 순간에 다시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공감
『단단한 공감』을 읽으며 공감은 타인만을 위한 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알아차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에서 공감이 시작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대의 반응에 매달리기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말과 행동에 집중하는 것, 상대를 이해하면서도 나의 필요와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 단단한 공감의 핵심이다.
저자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 할 때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당한 상황에서는 선을 긋고, 개인적인 친절을 넘어 사회의 불평등과 부당함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감은 무조건적인 양보도 아니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나를 숨기는 일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나를 지키는 힘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함께할 때 공감은 세상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관계가 어렵고 감정에 쉽게 지치는 사람에게
『단단한 공감』은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상대의 감정에 쉽게 휩쓸려 지치는 사람,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피하거나 반대로 감정부터 앞서는 사람, 협상과 설득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 사이에서 건강하게 대화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특히 자기계발서를 읽고도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지 몰라 책을 덮어버리곤 했던 사람이라면, 각 장의 실천 내용을 직접 써보면서 한 가지씩 생활에 적용해보아도 좋겠다.
공감은 타고난 성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 감정에 빠져 함께 흔들리지 않는 것,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는 것.
저자가 전쟁과 이민, 차별과 수많은 협상의 현장을 지나며 발견한 공감은 부드럽지만 약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단단한 공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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