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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정여랑 지음 / 위키드위키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탄소나노튜브로 수소 자동차를 만들고 우주에서는 골디락스존을 찾아 광속우주선으로 ‘알파 센타루리B’ 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한국에서 여성은 제아무리 천재과학자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결혼만 하면 “신랑 아침은 어떡하니?”라는 질문을 받으며, “아이는 한살이라도 어릴 때 낳아야지.” 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녀의 삶은 마치 인공위성처럼 우리 할머니와 엄마가 지나왔으며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고민의 궤도를 영락없이 뒤쫓아 돌고 있을 것이다.
100년간 같은 삶을 반복해서 살아온 우리가 #5년후 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정여랑의 소설 <5년 후>에서는 결혼과 출산, 돌봄의 문제를 완전히 새롭게 풀어낸다.
5년마다 결혼을 ‘갱신제’ 혹은 ‘종신제’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결혼이 사회적 시선과 가부장제도의 무게를 지고 시작하는 거대한 관문이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겪는 변화 가운데서 “사랑의 색을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p.134) 해주는 선택적인 제도가 된다면 어떨까. 또 결혼 안에서만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고정관점을 깨고, 혼인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의 임신과 출산과정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의료적으로 지원하며, ‘기본소득’으로 생계를 보존해 준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출산한 아이는 ‘국립인구지원센터’와 같은 국가기관이 ‘공동양육자’를 자청해 아이의 연령과 발달단계에 따라 함께 책임지고 키운다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부르짖으며 죄책감을 어깨에 메고 출근했던 엄마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집에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정당한 노동가치를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경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미 곪아 터진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물론 노인 일자리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동안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관습의 틀을 깨고, #결혼갱신제 와 같은 새로운 제도와 다양한 국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삶을 개척해 나간다.
#5년후 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면,
N번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즐겼던 26만명의 범죄자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소아성착취 영상으로 사회를 파괴시킨 범죄자가 겨우 18개월의 형량을 받은 것은 비현실적이라 생각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기존 결혼제도에 의문을 가지거나, 출산과 양육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과,
“왜 결혼을 안 하지?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임신하면 보건소에서 엽산도 주고, 애 놓으면 양육수당도 주는데 왜 그러지? 요즘 여자들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라떼”들에게 이 책은 필수이다. 또한 출산장려정책에 매년 수천억을 쏟아 붓는데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는 정치인들도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5년후 를 공약하는 정치인에게 내 한 표를 던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