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신학으로 가는 길 - 공공신학과 현대 정치철학의 대화 에라스무스 총서 2
최경환 지음 / 도서출판100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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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공공신학 “알못”이다. 복음의 공공성이라는 듣기좋은 표현에 대하여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말이 현실의 교회와 사회에서 함의하는 바와, 그 역사적인 배경, 또 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사유의 작업을 해왔는지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했다. 저자에 의하면 공공신학적 논의의 역사는 생각보다 많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지만, 내가 다녔던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침례교 학교의 나이 지긋한 윤리학 교수는 공공신학이라는 단어 자체를 생소하게 여겼으니, 이 분야에 대한 나의 무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변명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나처럼 공공신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공공신학의 논의에 대하여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입문서로서 그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렵고 깊은 너무 전문적인 얘기는 피하면서도, 공공신학의 사상사적 배경을 포함한 비교적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시각에서도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하고 있다. 저자 본인이 인정한 바와 같이 아주 재미있고 쉬운 대중성을 책이 되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공공신학에 대하여 알아보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는 역할은 확실하게 해 주고 있다. 이 새롭다면 새롭다 할 수 있는 논의의 역사와 함께 관련된 사상가와 저술들에 대한 소개만으로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레퍼런스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신학에 대한 논의를 위하여, 저자는 첫 장을 공공성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이는 저자가 밝혀주고 있는대로 공공성 또는 공공신학이라는 표현에서부터 역사 속에서, 또 사람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어지는 각각의 장들은, 이처럼 공공신학에 대한 다른 관점들에 대한 소개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성과 공공신학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은 나름의 역사적인 흐름을 따라서 기술되어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그 역사적인 맥락과 논의의 요점을 놓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공공신학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에 등장하는 그 길은, 결국 저자가 서두에서부터 밝혀주고 있듯이 하나의 독보적인 길이 아니었다. 마치 현실 세계의 공론장이 그러하듯이,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에 따라서 여러 갈래의 길이 공존해 왔음을 인식하면서, 저자는 어느 한 쪽 길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이제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길을 개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공론장의 논의를 불러온 시민 사회의 형성과, 해방신학을 촉발시킨 정치 사회적 상황과, 세계화를 가능하게 했던 제국적 팽창 등 모든 공공신학의 논의는 역사적 상황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었기 때문에, 저자는 이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으로부터 공공성과 공공신학을 발전시켜가야 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이 책이 소개해 주고 있는 과거의 논의들은 새로운 공공신학 담론을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공공성의 담론에서 한동안 축소되거나 배제되었던 기독교적인 가치들이 다시금 공공성의 논의 가운데로 들어오는 현상을 새로운 공공신학 담론을 가능케 하는 토대로 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면서 저자는 '환대의 공공신학을 예로 들어서, 어떤 방식으로 교회가 기독교적인 가치를 통하여 현대의 공론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결국 공론장의 플레이어로서 “우리는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도그마와 사변에 머무르고 마는 교회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들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공론장에서 그 기독교적 가치를 드러내며, 더 나아가 공론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가 되어주는 공공신학을 추구하는 것이, 현대의 교회가 걸어야 할 우리의 공공신학으로 가는 하나의 길임을 설득력있게 말하는 것으로 책을 마치고 있다.
    부록에 정리해 놓은 공공신학 관련 저술들의 의미과 장점 등에 대한 저자 나름의 소개 역시도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작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신학”알못”을 공공신학 입문자로 바꾸어 줄 수 있는 감사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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