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몇년전 교토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너무 좋았고,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다시 가고픈 마음만 간절했는데. 당장 떠날 수 없지만 책으로라도 여행을 가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그 마음이 전해졌을까 이렇게 예쁘고 멋진 책이 나왔다. 5권으로 구성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읽을 엄두조차 못했는데 집약된 이 한권을 읽고 보니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져서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책을 받지마자 정말 열심히 읽어야지 했는데 일상에 쫓기다 보니 겨우겨우 한번 훑어보는 수준에 그친거 같아 아쉽지만 옆에 두고 두고 계속 읽어볼 수 있을 거 같아 참 좋다.
서문과 차례만 봐도 이 책의 성격과 교토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림이 조금은 그려진다. 느린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교토는 참 좋은 여행지였는데 이틀이라는 짧은 일정에 아무 준비도 없이 떠난 여행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다. 하루 3만보 가까이 걸으면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던 기억도 이제는 다 좋은 시간들로 다가온다. 일본은 도쿄만 몇번 가봤을 뿐이었고 처음 떠나는 오사카 일정에 교토를 이틀 넣었다.
사찰과 편안한 도시 분위기가 경주를 생각나게 했었다. 생각해보니 은각사 금각사 청수사 정도만 알고 갔던 나에게 걷다보면 나타나던 작은 사찰과 탑들은 우연이 아니었다. 책 속에 소개된 내용을 읽다보니 한밤중에 도심 한가운데서 만났던 그 탑과 사찰이 있는 이유도 알게되었고.
사실 몸도 마음도 많이 아픈 그때 나는 그저 <철학의 길>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은각사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고 천천히 걸었던 그 길이 내겐 큰 위로와 평안이 되었는데 알고보면 오래되지 않은 그저 산책로에 불과할지라도 내 교토 여행의 8할이 여기였던 거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윤동주, 정지용 두 분의 시비가 이렇게 있었는데 정말 생각도 못하고 있었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지 못했으니 갈 생각조차 못했나보다.
멋진 사찰과 정원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고요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역사의 순간순간 우리나라와 이어진 수많은 인연의 흔적들도 많다.
이 책 속에는 교토의 아름다운 사찰과 명승지를 소개하는 중간 중간 우리나라의 좋은 곳들과 다양한 책들과 역사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폭넓게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부록 3종만 꼼꼼히 챙겨 읽어도 이 책은 충분히 값어치가 넘치고도 남는다.
교토 지도. 17개 의 교토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교토답사 3박4일 일정표.
다시 책을 꼼꼼히 읽고 교토 여행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언제가 될 진 몰라도.
수십 권의 여행서 보다 더 유용한 답사기. 감사하고 감사하다.
벤치 마킹의 귀재인 일본은 1968년에 이 길을 정비하면서 ‘철학의 길‘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고 물가에는 어느 독지가가 기증한 벗꽃을 심었다. 그 나무가 제법 크게 자라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의 명소로 이름이 났고, 여름엔 반딧불이 모여들어 열대야의 피서처로 유명하다. ....
그리고 철학의 길이라는 넉 자로 인하여 들떠 있는 사람의 발길에 적당한 사색의 무게를 실어준다. 길 중간에는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의 비가 이렇게 쓰여 있다.
사람은 사람, 나는 나, 어찌됐든 내가 가는 길은 나는 간다. - P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