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모음] 소소한 풍경

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소소한 풍경

박범신 저 /자음과 모음 펴냄

 

소소한 풍경은 독특하면서도 이해하기 좀 난해한 이야기였습니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세 사람의 관계는 질투, 시기, 갈등이 없는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지극히 소소함이었습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이 없습니다.

다만 ㄱ, ㄴ, ㄷ 으로 불리는 것부터

여느 소설과의 차별성,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지요.

ㄱ...결혼식까지 올렸으나 혼인신고를 미뤄 1년여간 동거형태로 살았던 첫번째 남자와 헤어진 여자..

ㄴ...다세대주택 외벽에 발을 대고 물구나무를 섰던 갈 곳이 없던 남자..

그 둘이 함께 살게 되어 좋다는 걸 알게 됩니다.

탈북자였던 ㄷ....키 작고 동그란 눈을 가진 소년 같은 얼굴의 한 탈북자 처녀가 찾아오게 되고

​두 여자와 한 남자가 함께 한 덩어리로 뭉쳐져 살아갑니다.

그들은 저마다 선인장 가시를 가득 품은채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살았고,

​혼자라서 좋고 둘이라서 더 좋고 셋이면 행복해지는 것이 삶이었습니다.

 

 

ㄴ은 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열심히 우물을 파내려가고,

ㄴ의 우물 파기가 완성된 날,

세 사람은 우물에서 나오는 첫 물을 마시며 밤을 보내지만

ㄴ은 결국 자신이 파 내려간 우물속으로 몸을 던지고 ㄱ과 ㄷ만이 남게 됩니다.

 

ㄱ의 집에 머무는 동안

열심히 우물을 팠던 ㄴ의 데스마스크와 유골이 ㄱ의 집터에서 발견되지만,

사건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처리됩니다.

완전범죄가 성립된 것 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법이 미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영역에

세사람의 사랑이 위치해 있음을 환기시키는 것입니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소소한 풍경>은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아웃사이더들의 과거도 미래도 없는 삶을 표현하며

서로에게 소소한 풍경처럼, 원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없었던 것 같기도 했던 것처럼 그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