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
박영택 지음 / 지식채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하루

작가
박영택
출판
지식채널
발매
20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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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어느 날, 그림이 내게로 왔다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

 

 




북 커버를 벗기면 나타나는 풍경


"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바로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 " -벽암록

 

 

'일상'을 다룬 작업들을 모아 보았는데, 일상이란 주제는 너무 광범위하고 그것을 다룬 작업을 명확히 구분하기도 어려워서

하루를 시간대별로 나누어 표현한 작품들을 추려보았다. 이른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의 24시간을 다룬 이미지 50여 컷.

새벽, 아침, 정오, 오후, 저녁, 늦은 밤, 그리고 더러 특정한 시간대를 가리키는 작업들. 그래서 <<하루>>

 

시간의 추이에 따라 이미지를 배치하고 그 하나하나의 이미지에 대해 떠오르는 작가의 단상을 썼는데

그 단상은 결국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하루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울러 미술작품 자체에 대한 내용도 빠짐없이. 그렇게 또 배우고 느끼어보고.

 

 

 

 

 

#1 at dawn

아침은 그렇게 기적처럼 찾아온다

   

새벽의 얼굴_ 이윤호 <새벽>

눈부신 아침 햇살의 기적_ 민경숙 <모닝>

주인을 닮은 방_ 김경덕 <일상-보물>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_ 유근택 <샤워>

홀로 남겨진 옷걸이_ 김수강 <코트 행거>

불길한 싱크대 풍경_ 김선심 <검은 꽃>

 

 

일상은 매일같이 반복되거에 하루하루가 다르거나 이전과 커다란 격차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은 늘 오늘이다. 그것은 매일매일 다소 지루하게 반복된다.

그러나 그 반복된 과정 속에 미세한 편차를 만들어 놓은 것이 또한 일상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하등의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유심히 그리고 섬세하게 들여다 보면 그 안에서는 경이로운 차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2 in the morning

마음 한 자락을 들여다본다

 

아침 8시의 고속도로_ 권기동 <8AM>

도시의 속도_ 이정섭 <지하철 2호선>

어떤 아침, 버스 정류장_ 최성석 <Bus stop>

자동차가 놓인 거리 풍경_ 이준규 <street 201201>

분주한 도심의 한순간_ 윤세열 <20080610>

오전 11시 41분, 기억의 수집_ 윤정선 <0704 11:41>

 

 

이른 아침부터 떼 지어 들어선 사람들은 다소 느리게 온다고 생각되는 전철을 마냥 초조하게 기다리며 시계를 들여다보고 조바심을 낸다.

이런 풍경은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어딘지 슬픈 풍경이다.

짐짝처럼 실려 갔다가 풀려나는 한순간을 견디면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덮쳐드는 거대한 철로 이루어진 기구에 몸을 의탁해 어디론가 떠날 것이다.

 

 

 

 

 

#3 at midday

낯선 존재가 되는 시간

 

낮 12시의 기운_ 김범석 <낮 12시>

푸른 풍경, 망각의 도시_ 금혜원 <Blue Sunday>

도시의 리얼리티_ 박강원 <서울 37>

가장 나른한 시간의 공포_ 전금자 <오후 2시경>

오후 3시가 들려주는 지혜_ 이왈종 < 제주생활의 중도>

권태에 관한 몇 가지 충고_ 이영춘 <3시 반>

함께 늙어가는 사물들_ 전영근 <The Room>

느닷없는 벼락_ 김호득 <문득-오후>

순간 멈춤, 인생을 완성시키는 시간_ 민재영 <멈춤-오후>

아이스크림 먹는 시간_ 고위 <행복한 시간>

사랑에 빠지는 시간_ 노석미 <나는 사랑에 너무 쉽게 빠져>

사우나장의 두 남자_ 이흥덕 <두 남자>

바다에는 '사이렌'이 산다_ 김지원 <낭만 풍경>

초원을 바라보는 시간_ 이민호 <휴대용 풍경>

 

 

삶은 자신에게 부여된 공간과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

그로부터의 탈주를 부단히 꿈꾸지만 매번 낙담하고 절망하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누추한 몸들을 기억해본다.

이런 식의 삶이 아닌 다른 식의 삶을 격렬하게 품어본다.

더없이 지루하고 권태롭고 그래서 사는 게, 일이 너무 지긋지긋해질 때

잠시 손깍지를 끼고 다른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몽상에 잠겨보는 것이다.

 

 

 

 

 

#4 late in the afternoon

때론, 은밀한 일탈이 낭만적인 이유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_ 좌혜선 <부엌, 여자>

엄마 그리고 고독한 낙원_ 서상익 <엄마의 정원>

오이마사지하는 여자_ 김호석 <하늘에 눕다>

한여름 밤의 행복_ 서은애 <늘어지게 기분 좋은 어느 여름밤>

강제된 휴식_ 민성식 <당신은 큰 TV를 갖고 있군요!>

일요일을 보내는 방식_ 최석운 <김씨의 일요일>

 

 

일요일은 일주일 단위의 삶의 주기가, 생활패턴이 작동을 멈추는 날이다.

그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에서 풀려나 자신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한다.

그러나 그 소중한 휴일은 진정한 휴식과 충전의 시간이기보다는 고독하고 권태롭거나 무료한가 하면

여전히 소비와 욕망, 노동의 순환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5 in the evening

하루가 지워지는 일몰의 그 순간

   

하루가 지워지는 순간_ 김상우 <귀로歸路>

'저녁'은 없다_ 강경구 <퇴근길>

하루를 보낸 얼굴_ 고찬규 <하루>

뒷모습_ 여주경 <무제>

한 잔이 필요한 날_ 변윤희 <도저히 이 기분으로 그냥 집에 갈 수 없어 들렸던 그 곳>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을까_ 이청운 <모퉁이 이야기>

흘러가는 사람들_ 이민혁 <도시 야경이 보이는 8층 Bar>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기 직전, 태양이 사라지면서 마지막으로 뿜어내는 그 빛에 의해 적셔진 세계의 풍경은 황홀하다.

오로지 그 시간의 풍경만이 아름답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은 찰나적이다.

그 짧은 순간에 세상이 자아내는 색채는 모든 언어와 문자, 이미지를 무력하게 만든다.

동시에 그 시간은 사람들에게 드디어 오늘 하루가 지워지고 있음을 초조하게 알린다.

 

 

 

 

 

#6 a late night

고독한 낙원에서 살아남기

 

매일매일을 살아낸다는 것_ 허보리 <완전 피곤 오징어 바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_ 신하순 <오늘 하루>

즐거운 일기_ 오순환 <단 꿈>

생의 증거를 품은 밤_ 이일호 <한밤중>

불면의 장면_ 이동환 <문득 깨어 있는 밤>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결국 부처가 아니겠느냐.

비록 선하고 강한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아직 가슴은 따스함을 꿈꿔야 한다고 그의 그림은 넌지시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결국 진정한 보살이라는 의미가 서늘하게 깃들어 있는 것이다.

 

 

 

 

 

#7 learly

삶의 흔적을 기억한다는 것

 

거기 위안처럼 달이 떠 있다_ 김성용 <위로하는 빛>

상흔을 지닌 밤의 도시_ 김승연 <Street Landscape>

다소 눈물겨운 일상_ 김현정 <끈적한 밤, 목소리>

밤의 상형문자_ 정동석 <밤의 꿈>

사물이 건네는 성찰의 시간_ 이채영 <새벽 2시 35분>

24시간, 잠들지 못하는 이유_ 이승민 <새벽 4시 30분>

 

 

달은 슬픔과 처량함, 스산함과 적막함과 더 밀접해 보인다.

달은 어딘지 쓸쓸하고 아련하고 슬프고 적막해야 제 맛이다.

지치고 힘들고 고독한 이들이 고개를 들어 저 달을 본다. 거기 위안처럼 달이 떠 있다.

세상에 속하지 못해 세상을 등지고 싶은 이들에게 달은 안식처를 제공한다.

 

 

 

 

○ 슬프다는 것은 일회적 삶을 사는 우리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시간을 상처처럼

떠올릴 대이기도 하고 내가 본 이 풍경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때다.

끔 내 앞에 있는 저 사람, 대상을 다시는 못 보리라고 분명히 예감할 때 조금 슬프다.

든 것은 사라진다. 우리는 사라지기 직전에 기적처럼 살아 이렇게 걷고 보고 느낀다.

 

● 사람들 모두 저마다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이런 모습으로, 이런 얼굴 하나를 기념처럼

간직한 채 귀가를 서두를 것이다. 하루를 위해 힘껏 희생된 얼굴이다. 간절하고 눈물겹게

하루뿐인 생을 살아낸 흔적이다. 우리는 어쩌면 이 하루를 보내기 위해 하루를 사는지도 모르겠다.

 

 

 

 

지은이성관珹款 박영택

그림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미술평론가이자 경기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예술학과 교수.

<명작 스캔들>, <TV미술관> 등에 고정 패널로 출연, 여러 매체에 미술 관련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미술교육, 미술사, 큐레이터 관련, 비엔날레/전시/행사 총감독 등을 역임. 다양한 저서를 남기었다.

 

이메일 ; wabh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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