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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사생활 텍스트T 8
조우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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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아 샀는데 재밌어요!! 웃다 울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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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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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하고 단단해 보이는 눈동자를 가진 아이, 푸른 나비가 손끝에 앉아 있다. 이쪽을 살짝 돌아보는 아이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 장난스럽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어서 그럴까. 부드러운 라벤더 빛의 바람이 꽃향기와 함께 피어오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서 레아는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이야기의 수호자, 모든 외로운 이들의 친구, 나를 닮은 또 다른 존재 레아. 레아를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이 안에 있다.


'레아'는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지만 특별한 지점이 있다. 마치 고전을 읽는 듯 우아한 문장과 심상, 우리가 클래식이란 단어를 말할 때 떠오르는 정서,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을 우직하고 정통적인 문학성이 있다. 트렌디하고 가볍고 유행에 민감한 이야기가 요즘의 추세라지만 십대의 고민과 아픔, 상처, 슬픔을 이토록 깊이 있게 다가서 다독여주는 이야기를 만나긴 힘들다. 그 보드랍고 조심스러운 문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작고 다정한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내게 기울어진 따스한 어깨를 보는 것처럼.


'언제부터인이 린영은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차차 거짓말도 하지 않고 내 물건을 감추지도 않았다. 물건을 조심히 다루는 것은 물론, 부러 넘어지지도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딱히 이유는 알 수 없어다. 어쩌면 그것은 서서히 일어나는 바람과 같은 게 아니었을까. 우리는 차차 닮은 꼴이 되어갔다. 말할 때 말꼬리를 늘인다든지, 팔자걸음을 걷는다든지, 왼손도 곧잘 쓰는 소소한 것들..(중략)'


<물풀의 아이>에서 각자 따로 입양된 두 아이는 동생의 친모를 찾아가는 여행을 한다. 이야기는 친모를 찾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서로가 가족이 되기 위한 시간이었던 과거로도 동시에 회귀한다. 특히 두 아이가 서로의 언니와 동생이 되기 위해 지나야 했던 시간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가족을 완성하는 건 핏줄이 아니라 함께 한 시간'이라고. '서서히 일어나는 바람'처럼 린영과 나는 서로를 닮아가며 누구보다 애틋하게 가족이 되어간다. 손을 맞잡고 상대의 친모를 함께 만나러 가주는 마음. 나는 린영이 상처 받지 않기를 기도하며 문밖에서 동생을 기다린다. 한참 뒤 생모를 만나고 문밖으로 나온 동생은 훌쩍 자라 있다.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은 눈빛을 하고 어디든 다른 곳을 향해 갈 수 있게 된 존재가 되어. 나는 그런 린영을 안으며 말한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있자고. 이렇게 두 자매는 같은 시간 함께 자라나며 서로의 성장을 목격한다.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코끼리의 방식>은 신비롭고 동화적인 서사를 가진다. 생을 다해 가는 순간 꿈에 나온 코끼리가 또다른 시간과 장소로 나를 인도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슬픔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의 시선에 이입해 보기 때문에 그런 듯 하다. 하지만 참혹하기만한 슬픔이 아닌 삶의 서클(circle)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애를 가슴 저리도록 느끼게 한다. '그곳'에는 코끼리들 뿐만 아니라

'기린도 있고 영양도 있어. 꿀벌, 개미.....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생명들이야. 먼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어.'     

나는 내꿈에 찾아오는 코끼리 시누와 함께 조금 일찍 '그곳'으로 탐험을 떠나는 것 뿐이라고 아빠와 엄마에게 설명한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아빠와 엄마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긴 침묵 끝에 아빠는 말한다. '그래, 넌 탐험가가 꿈이었지.' 사막과 호수를 지나 초록빛이 가득한 대평원으로 나는 떠나지만 그곳은 외로운 곳이 아니다. 수많은 동물과 친구들이 나를 맞이해준다. 그리고 나는 무수한 꿈을 통해 아빠와 엄마를 찾아갈 것이다.


<물범의 시간>에서 진서는 카프카와 로맹가리, 뒤라스의 작품을 읽는 매력적인 고등학생이다. 그의 주변에는 한 명의 여자친구와 한 명의 남자친구가 있고 셋은 자신의 감정을 서로 확신할 수 없어 헤매고 돌고 돌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깊고 푸른 바다처럼 모든 게 혼란스럽고 어두운 바닥 깊이 가라앉아 있을 때에도 서로에게 해가 드는 단단한 바위 같은 존재가, 얼굴과 손발을 핥아주는 물범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

'순간의 갈피마다 담긴 진서의 마음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그것은 나를 지탱하게 해준 힘이다. 진서가 지나온 물범의 시간도 그 어디 쯤에 있지 않을까. 네가 나와 같은 곳을 보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멀리 아득한 심연에서 자먁질하는 진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별들의 장소>는 이 책의 여섯 편의 단편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며칠째 내리는 빗속에서 엄마와 여름 별장을 찾은 내가 낯선 남자애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나는 남자친구였던 윤우와 막 헤어졌지만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이다. 비가 내리는 호숫가, 호숫가 앞의 카페, 별이 가득한 밤, 주인공이 먹고 마시는 허브차, 커피, 사과파이, 홍차, 티라미수가 나오는 장면도 좋고 낯설고 신비로운 남자애와 나누는 대화도 어딘지 모르게 고풍스럽다. 세피아빛 흑백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오래되었지만 결코 바래지 않는 기억처럼, 막연하게 그리워지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은 정적이고 평화로우면서도 그 이면에 청춘의 유한성, 비극성 같은 것을 상기시킨다. 그 지점이 너무나 고유하다.


<신이 내린 날>은 우당탕탕 학교 소동극 같은 느낌으로 여섯 개의 이야기 중 가장 밝고 씩씩하다. 성별이 다른 쌍둥이가 배춧잎 흥정을 통해 상대의 학교에 하루 대신 가주는 내용이다. 여학교에 처음 가본 사춘기 남자아이의 멘탈이 박살나는 과정은 귀엽고 웃기다.


표제작인 <레아>는 학폭 바이러스를 옮기는 숙주인 창백한 머리박쥐를 소탕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학교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레아'는 밀웜을 과자처럼 주머니에서 꺼내먹으며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가지고 있는 어딘가 허술한 존재다. 하지만 학생들을 지키고 학교를 정화해 원상태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나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동시에 자신과 마음을 나눴던 존재가 학교폭력의 희생양으로 목숨을 놓아버린 것을 지켜본 목격자이기도 하다. 그 마음 속 깊이 자리한, 방관했다는 죄책감이 만들어 낸 게 레아라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레아이고 레아는 나이다. 나쁘고 무책임한 어른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학폭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모든 아이들이 '어깨를 활짝 펴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햇살 가득한 교정을 걸어다닐 수 있도록 그들의 싸움은 반드시 승리로 끝나야만 한다.  



"인간은 별의 후손이래. 그게 우리가 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고" 

<별들의 장소> 105p


아득한 밤하늘에서 별을 찾는 마음으로 빛나는 여섯 개의 이야기를 눈에 가득 담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던 별들을 이어 사람들은 별자리를 만들었다. [레아] 속 별자리처럼 이어진 여섯 개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오래오래 빛나기를 바란다.          



[소설의 첫문장]
‘버스에 오른 뒤 10여분이 지났다. 린영과 나는 나란히 앉아 각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여느 때라면 벌써 종알거렸을 린영이었다. 나는 린영을 힐끗 쳐다보았다. 감정이라고는 한 톨도 실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해맑은 표정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가슴이 알알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리다면 어린 나이다. 얼굴도 모르는 생모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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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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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레아‘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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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문학동네 청소년 60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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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사람들을 산산히 부서지지 않게 버티게 하는 건 아주 작은 선의, 그 마음이 그저 전부라는 것. 애틋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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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괴되지 않아 저스트YA 1
박하령 지음 / 책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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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이다. 청소년 소설의 필요성과 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십대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 어떤 성교육보다 의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태도로 이 왜곡되고 혼돈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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