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갤브레이스라는 학자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경제학과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경제학에 관련된 저서를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학자는 아주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기있는 학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서점에도 별로 구비되지 않았습니다. 내용과 분량을 상관하지 않고 인터넷 서점에 주문했는데 그 중 한 권이 이 경제의 진실입니다. 사실 좀 놀랍도록 얇아서 가장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갤브레이스의 마지막 저서였습니다. 1908년에 태어나 2006년에 돌아가셨으니 거의 백년을 사셨습니다. 이 책은 2004년에 발매되었으니 인생의 거의 막바지에 쓰여진 책입니다. 각별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 책이 쓰여진 것은 아직 경제위기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갤브레이스는 호황을 자축하기보다는 현대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강대해진 기업 권력과 부자들을 위한 경제학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기업이 막대한 힘을 가지고 견제받지 않는 현실을 강력하게 비판합니다.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를 ‘시장체제(Market System)’으로 기술하는 경향에 대해 일침을 놓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가진 부정적인 뉘앙스를 피하기 위해서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절대 ‘중립적인 시장’에 의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갤브레이스는 이 용어의 사용이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갤브레이스는 차라리 '기업체제(Corporate system)'라는 용어를 쓰자고 말합니다. '소비자 주권'이라는 용어에 대한 비판도 같은 맥락입니다. 실제로 소비자에게 주권은 없으며 기업의 마케팅에 조작될 뿐입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를 내세워 거짓 주권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금융권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이 이어집니다. 주가를 중심으로 한 미래예측은 순전히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부를 몰아주는 사기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최고수준에 오른 주가에 대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주가가 20~30% 오를 여지가 남았다며 사람들을 혹하고 있죠.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을 사람들이 말이죠. 특히 기업의 지배에 대해서는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말이 많습니다. 갤브레이스는 경영진이 기업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경향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그런 미국의 기업은 우리의 기준에서 보면 정말 선진화되어 있죠. 우리나라는 소수의 재벌이 경제를 장악하는데다가 이 재벌들은 대주주도 아닌 소수의 창립자의 가족들이 절대 다수의 주주인 것처럼 행동하며 기업 자체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기업과 국가의 이익까지 팔아버리면서요.
기업 권력을 통제하지 못한 사회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