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화 - 안니바오베이 장편소설
안니바오베이 지음, 서은숙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5월
평점 :
중국작가 안니 바오웨이의 <연화>를 읽다. 중국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인 바오웨이는 나에게 깊은 위안을 준다. 이건 말 그대로 위안이다. 확실한 영감이나 지적인 쾌감이 아닌 마음 깊숙한 곳을 어루만지는 위로다. 언젠가 작가 안니와 마주앉아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좀처럼 끝이 안날만큼 마음이 잘 통할 것 같은 사람. 상당히 관념적이어서 단순한 스토리에 끝없는 말들이 이어진다.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칭자오가 내면세계에 침잠에 스스로를 정화하는 시간들, 샨성이 오랜세월에 걸쳐 단단한 껍질을 서서히 부수며, 깊이 매료되었으되 결코 포용하지 못했던 쑤네이허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이십여년의 여정. 베이징에서 티베트로, 티베트에서 험준한 모퉈로, 대자연에 목숨을 내놓을 때 비로소 포기할 수 있는 것, 깨달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담담한 읊조림.
연화를 읽고나니 나또한, 비로소 얼마간은 방황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든다. 나는 오히려 샨셩에 가까웠다. 그 남자처럼 내면에 화산을 품고 태연한 척하며 흠없이 완벽한 삶을 추구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문득 보았다. 안니가 보여준 모퉈에 황량함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