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현재 울산지법 형사합의부 부장판사가 쓴 책입니다. 저자는 '재판이라는 냉혹한 형식 안에도 따뜻하고 다정한 일면이 감춰져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이글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읽어보니 세심하게 그 마음이 잘 녹아 있습니다. 많은 책들과 영화들도 인용되는데 참 친근하게 다가 왔고, 좋은 문장들도 많았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신 분인듯...
소년재판과 산재재판은 참 마음이 아팠어요. 책의 부분부분 마음으로 울게 됩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담론>에서 20년 무기징역을 살아 오는동안 자살하지 않은 것은 겨울 독방에 들어온 신문지만 한 '햇볕'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햇볕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


◈ 구성면에서 1장는 저자가 기억에 남는 형사사건, 산재사건들과 그때 썼던 양형 이유를, 2장은 소년재판과 협의이혼사건등을 담고 있다. 마지막 3장는 저자가 본 사법농단의 참담한 심정과 '정의'에 대한 생각을 쓰고 있다.


◈ 평소에 법원관련 뉴스를 보면 몇 가지가 궁금했었다.
1. 흉악범이나 강간범의 양형이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형량이랑 선고된 형량이 너무 다를때.
2. 판결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비슷한 사건의 형량이 차이가 날 때처럼 객관성?을 얻을 수 있는가.
3. 비슷한 또래의 워킹맘 판사가 돌연사를 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판사수는 왜 늘리지 않는 것인가. 하는 것들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서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다.


※ 형사재판 절차는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디자인 된 것.(p.40)


※' 법감정'으로 일컬어지는 시대정신과 '법규정'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을 때 그 접점을 모색하는 작업은 판사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준다.(p.41)


※ 형사사건의 대부분은 탐욕과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범죄의 동기는 대부분 금전관계나 치정, 복수나 우발적 분노다.(p.52)


※ 재판에는 한 개의 정답만 있지 않고, 공평은 정의를 내리는 것조차 쉬지 않기 때문이다.(p.60)


※ 대기업 입장에서는 안전담당자 역시 소모품이다......형벌과 손해배상이 언제나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p.95~96)


※ 민사소송 절차는 '변론주의'가 원칙. 당사자의 능력 차에 따른 불평등한 결과(→석명권으로 질문, 입증 촉구)(pp.110~111)


※ 판사 수는 법률사항. 일거에 많이 늘릴 수 없음. 법정, 재판부 구성원도 같이 늘려야 함. 법원은 돈이 ×. 독자적 예산편성권×. (p.184)


※ 철학자가 아닌 실무자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정의에 대한 어떤 이론도 실제 상황에서는 그리 쓸모가 없다...(중략)...실제 사례에서 정의는...'본응적 직관'으로 나타난다......내가 생각하는 실전 정의의 어렴풋한 실루엣은 이런 모습이다.
당신의 천국이 나의 지옥이 되고, 나의 천국이 당신의 지옥이 되는 곳은 정의를 논하기 어렵다...정의는 치킨게임이 아니라 윈윈게임이거나 논제로섬게임이다. (p.254~256)


※ 판사는 결코 법이라는 인식의 틀을 닮으면 안 된다. 인식의 틀이 강퍅할수록 인식하는 주체는 다정다감해야 한다. (p.270)


※ 법이 곧 정의고, 법이 곧 사랑일 수는 없지만, 법은 정의이면서 사랑일 수 있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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