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이명인 지음 / 문이당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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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년의 소설의 화자 ‘야목’은 홀로 제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시아버지가 넘쳐나는 욕망으로 불행한 여인에게서 낳은 아들인 남편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난 뒤 출가해 버렸고 늙었지만 애정 행각을 포기하지 않는 시아버지와 그의 자녀들이 벌이는 갈등, 그들 사이에 섬처럼 떠서 자신의 생을 관조하며 ‘남우’(나무)라는 젊은 남자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을 억제하는 야목. 그녀의 내밀한 감성들이 같은 40대인 이명인작가의 시적인 문장에 얹혀 담담하게 그려진다. 제주의 순수한 풍광과 토속어에 묻혀 사는 나날의 감정변화와 진행은 단숨에 끝까지 읽게끔 하는 묘한 글발이다.

“너랑 나 거리의/ 나무처럼 살자./ 잎이 무성할 때 서로의 그늘에 몸을 누이고/ 잎 떨구면 고요히 안으로 침잠했다가/ 때로 헤살거리는 연한 새순 수줍게 바라보며/ 거리의 나무처럼 살자./ 두 팔 벌린 거리만큼 물러서서.”
이 담백하고 애틋한 사랑의 말은 소설가 이명인작가의 말이다. 40대는 “낡은 스웨터처럼 편안하고 안락할 거라고” 믿었지만 정작 “이제 누군가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살 비비며 살자고 할 수도 없게 되었고, 행여 그런 이를 만나면 이렇게 밖에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명인작가는 적었는데 읽는 동안 내내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의 고백처럼 몸의 ‘사막화’ 현상은 감정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몸은 비록 낡아도 감정은 죽지 않고 비온 뒤 사막의 ‘와디’처럼 흐르니, 사랑이라는 주제는 나이와 시대를 뛰어넘는 불멸의 소재인 것이다. ‘낙타’는 그가 살고 있는 제주의 풍광처럼 담백하고 서늘하며 아름답다. 나무처럼 두 팔 벌린 거리로 떨어져서 나누고 싶은 겸손한 사랑이 그렇다. 중년의 안정감이 그 사랑을 잃지는 안고 싶지만 빠지지도 않는 절제의 기운이 느꺼지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은하의 청춘과 전경옥의 혼자사랑도 건질만한 노래다. 소설을 읽고 난 후 감상하거나 들으면서 읽으니 그것 또한 또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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