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렘 입숨의 책 - 구병모 미니픽션
구병모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 당첨*ㅎㅎ

안온북스 세 번째 미니픽션집

구병모 새 소설 4편과 기고작 9편

소설마다 짧은 설명과 실린 지면이 적혀있다.

다양한 지면만큼 다양한 주제의 소설들.

저자가 지난 인터뷰마다 답습하지 않고 끝없이 변하기를 원한다고 했던 답변들의 실천이나 증명으로도 보인다.

인간과 그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 가진 불친절한 면모를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소설들.

먼발치에서 냉담한 시선을 툭 던지기도 하고, 냉혹한 세상속에서 말 그대로 얼어붙은듯하기도, ​아니면 오히려 잿더미가 될 때까지 타오르기도 한다.

「화장花葬의 도시」, 시간의 벽감壁龕」, 입회인

'매몽'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로 이끌어가는 영 원의 꿈에서도 사회와 세태에 대한 서늘한 감각이 잘 느껴진다.

한 발 물러선 관찰이 아닌, 완전히 그 안에 속한 관점의 소설들도 있다.
사건이나 세계에 푹- 하고 들어간다는 것은 절망이나 좌절의 농도도 그만큼 깊어진다는 뜻이다.
「궁서와 하멜른의 남자」처럼 밀접한 관점의 소설에서는 공감이 크게 작용한다. 집 내놓기의 고통을 겪어본 이는 이 소설의 모든 소음과 고통을 너무 밀접하게 공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고도의 개인화 시대, 뭐든지 발전하고 발달하고 존중 받을 것 같지만 사실 아직도 돈 앞에서 힘 없이 짓밣히는 것이 너무 많다. 하나의 집에 소유주와 거주자와 중개인이 얽히고설킨듯이, 사회의 지반에 온갖 이해관계가 얼기설기 엉망진창. 차라리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은 닫힌 문」, 동사를 가질 권리」, 지당하고 그럴듯한」에서는 예술이나 글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인터뷰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끝없는 변화에 대한 욕구를 담은 소설들. 동사를 가질 권리」에 덧붙인 작가의 말이 정말 좋다. 잘 읽히는 글을 쓸 생각이 없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다는 작가. 그 아이러니는 이 짧은 「동사를 가질 권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8쪽 정도의 소설에서 2쪽은 주인공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비'라는 단어, 개념을 해체하는 내용. 하지만 오히려 비의 모습과 감촉과 원리가 그 언제보다도 생생하게 드러나버린다.

표지는 쩡찌 작가의 일러스트. 숨은 요소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표지의 해골들로 알 수 있듯이 책에는 죽음과 혈흔이 낭자하고, 다수의 쥐와 비관과 냉소와 씁쓸함과...
그래도 한 스푼의 따스함..☆ - 「롱슬리브」
밑줄은 따스함에 긋겠어요.


어른이 되고 난 뒤로 그 애가 팔이 긴 만큼 있는 힘껏 두 팔을 벌려 많은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다는 사실을, ...... 중요한 것은 그 팔의 길이가 아니라 그것이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에 달려 있을 거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기다란 팔이라는 스펙터클에 압도된 사람들은 굳이 그런 걸 생각하지 않으려 할 테고, 그 애에 대해서는 나만 알고 있어도 된다. - P1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