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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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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대학교 4학년이다. 아마 지금이 고3이후로 겪는 내 미래에 대해 조급하고 가장 불안한 시기일 것이다. 그런 내가 <창가의 토토>라는 책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창가의 토토>는 초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인데, 그 당시 나는 토토가 다니는 학교에 나도 다니고 싶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보는 토토의 학교는 어떨까? 그리고 10여년전 읽었던 학교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바뀌었을까?

<창가의 토토>에 삽입되어 있는 이와사키 치히로의 일러스트. 어린 아이 특유의 형태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창가의 토토>와 어울린다.

 

창가의 토토는 토토가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토토는 수업시간에 창가에 서서 친돈야 아저씨를 기다리고, 책걸상을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방해하는 아이다. 도무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토토는 결국 초등학교 1학년 임에도 퇴학당하고 만다. 토토가 그 다음으로 엄마 손에 이끌려 간 곳이 바로 '도모에 학교'. 도모에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꿈의 학교다. 사용하지 않는 열차들을 이어 개조해 놓은 교실, 수업은 선생님이 하루에 할 일들을 칠판에 적어 하고 싶은 일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이뤄진다. 심지어 자리도 정해져 있지 않아 토토와 아이들은 마음대로 그날 앉고 싶은 곳에 앉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토토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나에겐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몇가지 장면들이 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햇빛이 너무 쨍쨍해 근처 교회 그늘에서 쉬면서 보았던 바깥 풍경, 집에서 엄마와 동생과 함께 만두를 빚으며 아직 익히지도 않은 만두속을 몰래 퍼먹었던 일, 육교 아래에서 샀던 병아리 두 마리와 메추라기 두 마리가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나에게 쫑쫑거리며 달려왔던 일, 지나가는 선생님에게 '우리는 삼총사예요!'라는 말을 친구들과 함께 외치며 깔깔 웃었던 일, 우리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엄마가 정말 맛있는 토스트를 만들어 주어서 뿌듯했던 감정, 여름이면 홍천 서석에 있는 고모네 학교부지에서 캠프를 하며 망원경으로 본 별과 달들... 정말 사소하지만 그 때의 기억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추억은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창가의 토토>의 구성 또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듯 모든 에피소드들이 기억의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그렇다고 아예 단절돼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관된 방향을 향해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더욱 나의 어린 시절을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창가의 토토는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1940년대 일본이 배경이다. 도모에 학교는 전쟁의 영향에서 가장 벗어나 있는 학교로, 다른 학교 학생들이 군국주의에 물든 노래와 격식있는 행동을 할 때, '자연스런' 어린아의의 모습 그대로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예전엔 미쳐 몰랐었는데, 역사 공부를 하고나서 한국인으로서 다시 보니 약간 씁쓸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고,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을 때이기에 마침 책에서는 마사오라는 이름의 한국인 남자아이도 등장한다. 토토와 같은 시기, 같은 공간, 같은 나이의 어린이지만 한 아이는 조센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토토의 엄마는 마사오도 같은 어린아이일 뿐이고 한국인이라고 차별하면 안된다고 토토에게 말해준다.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사실은 넌 참 착한 아이야! (240p)”

 

고바야시 선생님이 토토에게 항상 해주었던 말 "너는 사실은 참 착한 아이야!" 이 말은 테츠고가 자라오면서 버틸 수 있게 해준 지지대와 같은 말이었다. 나는 사실 어렸을 때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편이다. 그래서 더욱 착하게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와서 '착한 아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바야시 선생님은 말썽꾸러기라고만 여겨지는 토토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 이 책을 읽을 때에는 토토에 내 감정을 대입해 읽었다면, 지금은 토토의 감정보다는 선생님과 엄마의 마음에 대입해 읽게 되었다.

 

<창가의 토토>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현재 일본에서 유명한 MC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송해 정도...? 테츠코는 어린 시절 만약 자신이 도모에 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고바야시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무슨 일을 하든 '나쁜 아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테츠코를 있도록 만든 것은 도모에 학교에서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도모에 학교와 비슷한 학교로는 대안학교가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안학교에 가기보다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도모에 학교처럼 우리는 수업시간에 산책을 나가고, 발개벗고 학교 운동장에서 수영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토토가 전학온 첫날, 토토의 이야기를 네시간이나 들어준 고바야시 선생님처럼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본연의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이 되는 것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는 참 착한 아이야!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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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 출산율 제로 시대를 바라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
조영태 외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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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기 전

 

위 합계출산율 그래프를 보면 매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래프가 어떤 곡선을 그릴지도 눈에 훤히 보인다. 반면 노인 인구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인구 분포표는 점점 머리가 커지고 있다.

(합계출산율 -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

나는 대학교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 여러 가지 여성 문제와 페미니즘을 접하며 결혼과 출산이 쉽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여러 여성 문제를 보고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네이버 웹툰인 아기 낳는 만화와 아이를 낳고 난 뒤 겪는 여성들의 후기, 유튜브 영상으로 아이를 낳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을 때다. 이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를 낳는 일이 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공포만화에나 나올 법한 괴담처럼 들렸다.

우리나라 전체적인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혼인한 부부의 경우 일단 아이를 낳는 비율이 높다. 그러나 결혼 자체가 줄고 있기에 사회 전체적으로 아이가 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혼인 장려부터 해야 하는 것일까?

나 스스로도 아이를 낳길 거부하는데, 어떤 정책을 세워야 국민들이 아이를 낳고, 인구절벽의 시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현 시대의 인구 감소 현상을 긍정적이게 본다. 지금까지는 인구 과잉의 시대였고, 이로 인해 심각한 경쟁 속에서 살았다.

남은 과제는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아이들과 아이를 낳은 젊은 청년 부부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읽으며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이 실패한 이유 = 개인적 공감 없는 사회구조적 단순 지원

 

이 책은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소가 주관한 토크콘서트 <#헬조선 #소확행 #자식농사? -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학계의 시각과 견해>의 내용을 토대로 기획되었다. 책은 정부가 분석한 저출산의 원인을 1)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 2) 주거문제, 3) 사교육비 등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가의 대응은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정책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위 캡쳐본은 네이버에 '출산율'이라고 검색한 뒤 상위에 있는 뉴스 기사들을 캡쳐한 것이다.

이를 봐도 정부의 단순 퍼주기식 출산 지원금 정책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책은 정부의 정책 실패 문제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측면으로만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나 또한 이에 동감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저출산의 문제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지원은 출산율 증가라는 직접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를 바라봤던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검토하기 위해 7개의 분야에서 문제를 분석한다. 때문에 저출산 현상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학자들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사태를 조망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보다 진취적이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분야 (구체적으로는 7가지 분야)로 나뉘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설명한다.

    

생물학적인 관점 - 장대익 교수(진화학), 장구 교수 (동물학)

심리학적 관점 - 서은국 교수(행복심리학), 허지원교수(임상심리학)

사회과학적 관점 -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빅데이터), 주경철 교수(역사학), 조영태 교수(인구학)

 

각각의 관점은 지금까지 저출산 담론에서 이뤄졌던 범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중 몇 가지 흥미로웠던 분석을 요약해보고자 한다.

 

[진화학] 저출산, 정책의 실패인가 진화의 결과인가 (장대익 교수)

진화학 관점의 경우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정책의 실패이기 이전에 진화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인구 밀도가 좁고 경쟁이 치열한 경우 인간은 자기 종족의 번식을 늘리기 보다(인원이 늘어나면 더욱 경쟁을 해야 해서 생존률이 떨어지므로)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취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경쟁이 치열하다고 지각하는 것'을 잘 조절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출산율이 더 적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경쟁에 대한 지각을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경쟁에 대한 인식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서 더 경쟁하도록 부추긴 셈이다. 따라서 저자는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복지 비용을 유연하게 지출해야함을 주장한다.

 

 

[행복심리학] : 출산으로 건너가는 파란 신호등, 행복 (서은국 교수)

인간은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담은 행복감이 재생산과도 관련이 있다.

인간의 결정과 선택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감정이다. 이는 출산과 같은 중대한 결정에도 해당됩니다. (58p)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에 의 긍정 정서의 확장 축적이론에 의하면 먼 미래를 염두에 두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가서 새로운 자원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긍정 정서 경험이 필요하다. 행복감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판단하게 한다. 그러나 출산과 관련한 결정에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돼 있지 않다.

 

[임상심리학] 좌절에 대처하는 방법 : 비출산의 심리학적 기제와 기능 (허지원 교수)

비출산이나 비혼에도 기능이 있다. , 비출산, 비혼은 청년 세대가 다양한좌절에 대해 여러 대처 방법을 고려하고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 소셜 빅데이터에서 찾은 삶의 다른 방식, 엄마처럼 안 살아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구글 검색창에 '엄마처럼'을 쓰면 연관어로 "안 살아""살기 싫다"가 뜬다. 이제는 자식 농사라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고, 부모를 모시는 방법도 달라졌다. 자녀의 자녀도 돌봐야 하고, 노인들은 노인정에 가지 않는다. 때문에 결국 나라면 자식을 낳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소셜 빅데이터에서는 결혼 출산과 관련한 부정적 키위드 중 '시월드' 보다 '독박육아'가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결혼 자체에 대한 언급도 줄어들고 있다.

 

마치며

나는 책을 읽으며 왜 저출산을 분석하는 전문가 중에 인류학자가 없는지 의아했다. 다양한 시각에서 저출산에 대해 다루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각 전문가들을 초청했다면, 인류학자가 꼭 있었어야 한다. 질적 연구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파악하는 인류학은 심리학, 빅데이터, 생물학 등이 중요하게 다루는 양적 자료, 숫자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양식과 문화를 통해 삶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책에는 양적 방법으로 분석한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만 서술돼 있어서 아쉽다.

따라서 만약 개정판이 나온다면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저출산 버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위 학자들이 분석한 방법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개인적인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내용은 단순히 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관련된 영상 및 카드뉴스와 같은 시각적 콘텐츠로 다시 제작되었으면 한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으로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보았을 때 뜨는 관련된 콘텐츠가 책 리뷰를 제외하고는 없다. 토크콘서트의 내용을 기반으로 기획되었기에 관련한 토크콘서트 기사 사진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현재 저출산 문제는 국가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다시 재구성해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저출산 현상은 구조적인 가부장제, 경제적 상황에서 서서히 바뀐 개인들의 인식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여성에게만, 남성에게만 주워졌던 부담이 아직도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더이상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출산과 관련한 긍정 경험이 없어 비용 부담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2030 청년들에게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개인적이고 세부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에 집합적인 숫자와 통계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무게를 줄여주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엄마들은 예전의 엄마와 같이 자신을 지우고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지원만이 아닙니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키운 뒤 자신이 돌아갈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보육 수당과 같은 비용 보전만 언급한다면, 엄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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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정민 산문집 2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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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정민)_삶을 채우는 글과 사람

 

읽기전

책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표지 디자인이 세련되게 잘 되었다는 점이었다. 표지 디자인 만으로도 잔잔하고 차분한 내용으로 전개될 것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 향기가 나는 책이라는 뒷표지 카피처럼 단아하게 그려져 있는 꽃 그림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최근 학교 수업으로 북커버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매주 디자인을 컨펌 받고 교수님의 요구에 따라 발전시키면서 이런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에도 디자이너와 편집자의 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책 표지를 보고 '예쁘다!'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라는 주어와 서술어가 뒤바뀐 듯한 제목은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나 또한 제목에 한 번 더 눈길을 주고 곱씹어 보았다.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는 제목은 사람이라는 text를 읽고 분석했다는 의미와, 책과의 만남이 준 감동을 간직하려는 뜻이라고 한다. 왜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는 표현을 쓰게 되었을까? 책을 읽기도 전에 따뜻하고 잔잔한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읽으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생각하고 음미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나는 책의 서문부터 가슴에 와닿았다.

 

사람의 평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좋은 만남은 나를 들어 올려주고, 이전의 삶과 구획 지어준다. 몇백 년 전의 고인이 현재의 내 삶에 간섭하고, 나를 변화시킨다. 책 속의 짧은 일별로 나른하던 일상에 생기가 차오른다. 지금의 나는 이 같은 만남이 가져다준 변화와 소통의 결과일 뿐이다. 옛사람과 만나 나눈 대화와, 지금은 곁을 떠난 스승이나 선학에 대한 기억은 그간 내 삶을 견인해온 힘의 원천이다.

'사람을 읽고 책을 만나다' 서문 (4p)

 

저자와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사람을 만나온 것은 아니지만, 서문의 문장은 무척 공감되었다. 사람의 평생은 만남의 연속이고 헤어짐의 연속이다. 그 만남은 사람대 사람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책과 사람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라는 제목이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예상하지도 못했던 사람에 의해 내 삶이 변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는 문장이 나를 만들어 가는 요소가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러 사람들과 문장들을 만나며 나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다른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이 문장은 두고두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 또한 다른 사람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요소가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과 만나고 책과 소통하는 과정을 '나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말한 서문부분에서 크게 와닿았기에 책의 다른 부분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1부 표정있는 사람

1부 표정있는 사람에서는 이덕무, 정철조, 박제가, 장조 등 유명한 고전 작가들의 작품과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한 명 한 명 소홀히 하지 않고 친절하게 작가의 일생을 들려준다. 내가 1부에서 가장 인상깊었는 부분은 장조의 청언소품집 부분이다.

 

인생을 살아간다 함은 꾸다 만 희미한 꿈의 그림자일 뿐이다. 꿈을 잡을 수 있는가? 그림자를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꿈이 있기에 인생이 그윽한 깊이를 지닐 수 있고, 그림자가 있어 삶에 여백이 깃들 수 있다. 정보는 홍수처럼 넘쳐나고, 삶의 속도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빨라져서, 어떤 새것도 나오는 즉시 낡은 것이 되고 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새것도 전혀 새롭지가 않다 보니, 낡은 것은 쳐다보기도 싫어한다. 입만 열면 정보의 바다를 말하고, ‘인터넷의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다. 공허한 울림 뿐이다. 삶을 직관으로 투시하는 지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얄팍한 상술로 위장된 값싼 정보만이 횡행하고 있다.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_희미한 꿈의 그림자_장조의 청언소품집_40p, 46p

 

청언소품집은 숨어 사는 이의 꿈 그림자라고 옮길 수 있다. 장조가 말하는 인생은 희미한 꿈의 그림자를 쫒는 것이라고 한다. 꿈과 그림자는 잡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의 존재 여부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쫒고 있는 것 같은 지금의 나에게 이 구절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몇백년전 옛 사람의 생각이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것이 놀랍다. 다음 구절은 정민 교수가 생각하는 오늘 날의 모습이다. 사실 나는 완전히 공감하지는 않는다. 어느 시대에든 값싼 정보와 얄팍한 상술, 공허한 말들이 있었다. 다만 그 방식이 디지털로 바뀌고, 더욱 쉽게 확산되는 것 뿐이다. 지금 시대를 비하하고 한탄하는 것이 아닌, 어떤 시대에서든 알맹이를 찾기 위해서는 꿈 그림자를 쫒는 것처럼 자신의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1부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정민 교수의 필체에 따라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중간중간 그가 실제로 만났던 사람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 그가 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몇몇 있었다.

 

2: 향기나는 책

 

2부에서는 정민 교수가 읽었던 작품들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나의 양반문화 탐방기, 삼국유사, 금오신화 등 한시를 사랑하는 저자의 취향이 잘 보이는 챕터이다. 그 중 내가 가장 흥미 있었던 책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소개한 '조용하긴 뭐가 조용하단 말인가' 부분이다.

 

조선 후기의 과거 열풍을 이야기하다가 느닷없이 부란한 고용구조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무원이 갖는 직원의 안정성, 신분의 수직상승, 권력과 돈의 대한 기대 등이 얽혀 빚어지는 고시열풍의 병리적 현상에 메스를 가한다.이렇게 보면 그는 옛날을 통해 인간의 현재를 이해하는 통로를 마련하려고 이 책의 곳곳에서 애를 쓰고 있는 셈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다. 그때그때 놓인 상황에 따른 반응이 달랐던 것 뿐이다. 인간은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거침없이 내뱉듯이 이야기 하므로 그의 글은 언제나 시원시원하고 통쾌하다.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_조용하긴 뭐가 조용하단 말인가 <조선의 뒷골목 풍경> _강명관 교수 (213p)

 

이 대목을 읽으며 옛날을 통해 인간의 현재를 이해한다는 부분이 정민 교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민교수가 소개하는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라는 책이 정말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보면 과거와 현재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통찰하는 것에서 옛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정민 교수의 정신과 닮았다. 나도 읽으며 만남과 소통을 통해 지금의 나를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며

 

한 주제당 2페이지~5페이지 정도로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이라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30대부터 5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품을 보고 썼던 글을 한 데 묶어 이렇게 책으로 출판했다.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편하게 쓴 글인만큼, 독자도 언제 어디서나, 어떤 대목이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잠시 일상에서 위로를 받고, 과거 사람들과 글의 향을 맡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사람의 평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좋은 만남은 나를 들어 올려주고, 이전의 삶과 구획 지어준다. 몇백 년 전의 고인이 현재의 내 삶에 간섭하고, 나를 변화시킨다. 책 속의 짧은 일별로 나른하던 일상에 생기가 차오른다. 지금의 나는 이 같은 만남이 가져다준 변화와 소통의 결과일 뿐이다. 옛사람과 만나 나눈 대화와, 지금은 곁을 떠난 스승이나 선학에 대한 기억은 그간 내 삶을 견인해온 힘의 원천이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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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 - 미래를 꿰뚫어 보고 변화를 주도하는 생각의 도구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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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구조화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변하는 세상에 앞서가기 위한 지침서 

 

나는 학보사 기자 생활을 하면서 한 해가 지나가는 연말이 되면 항상 2019년 트렌드 코리아., 2020년의 미래시장 따위의 책의 목차를 뒤져보며 다음 학기 기사 기획을 찾았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여러 키워드를 보며, 정말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날까? 라는 의문을 품었었는데, 항상 해당 연도가 되면 미리 예상됐던 트렌드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슈가 되었다. 작년의 소확행이나 미닝아웃과 같은 용어들이 대표적이다. 나는 이러한 트렌드가 필연적으로 생길만한 상황이기에 이를 정확히 예측한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2019년의 핫 키워드라고 정의내렸기 때문에 언론의 홍보로 그것이 트렌드가 되는 것인지 그 인과관계가 의문이었고, 사실은 후자의 영향이 더욱 크다고 생각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아직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의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정말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먼저 들기는 했지만, 어떤 방법을 제시할 지 기대를 품고 책장을 넘겼다.

 

통찰 (洞察. Insight)

 

우선 통찰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찰은 한자로 밝을 통(), 살필 찰()을 쓴다. 환히 살펴본다는 의미다. (20p) 또한 통찰은 영어로 'Insight'. in을 들여다본다sight는 뜻이다.(24p) 이때 최윤식 저자가 말하는 통찰의 과정과 효과는 다음과 같다. "이치를 통달하면 모든 변화나 복잡한 현상의 최종 결론을 알게 된다. 결론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현란한 현상에 속지 않고 올바른 선택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기에 모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확한 의사결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용은 기업의 속도를 높인다. 속도가 높아지면 변화의 뒤꽁무니를 따라가지 않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변화를 주도하니 미래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미래가 내게 변화를 강요하면 고통이지만, 내가 미래를 주도하면 변화가 곧 기회다. (24~25p)" 사실 이 말만 읽으면 당연한 말이기에 단순히 말로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통찰은 단순히 미래를 점치고, 근거 없이 예상하는 마술이나 미신따위가 아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객관성과 엄밀성, 진지한 사유를 무시하면 미래학은 지적 사기가 된다. 상상력을 펼치더라도, 팩트와 논리성과 확률적 가능성에 기초해야 한다." 이 말은 곧 객관적인 것 (=fact, 논리, 확률적 가능성)만이 통찰의 기본 재료가 될 수 있고, 그 밖의 것은 지적 사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통찰은 미래를 점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통찰은 왜 필요할까?저자는 기업의 생존은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찰력에 있다고 밝힌다. 단순히 좋은 기술은 지금 당장은 좋은 성과를 낼 수 는 있어도, 100년이 넘도록 오래 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보다 이를 꿰뚫고 주도할 수 있는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윤식 저자는 세상을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다. 국가, 사회, 회사, 조직, 가족뿐만 아니라 개인까지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보는 것이다. 변화는 이러한 시스템의 작동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많은 자료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잘 읽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통찰력 발휘의 순서는 통찰의 대상을 선정하고 - 그 통찰 대상보다 넓은 범위의 정보와 지식을 입력한 뒤 - 생각의 기술/기계적 도구로 사전처리 - 대상 범위에 선정된 정보와 지식에 몰입하기 - 통찰값 산출의 과정을 거친다. 또한 저자는 직접 연습해 볼 것을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를 선정해 질문을 만들어 보라고 권유한다. 나는 출판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종이책의 미래는? 이라는 주제를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 배운 통찰 기술들을 바탕으로 한번 이번학기동안 분석해보고자 한다.

 

<미래학자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10가지 마인드> 1) 미래에 관심을 갖고 생각하라 2) 많이 그리고 잘 읽으라 3)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별하라 4)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생각하라 5) 어떻게 연결할지 생각하라 6) 미래예측은 그림 퍼즐 맞추기다 7) 사고 실험을 하라 8) 사람을 생각하라 9)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라 10) 기회와 위기에 대한 생각 습관을 만들라

이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별하라는 부분이었다. 나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며, 내가 그곳에 적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윤식 저자에 의하면 실제로 변하는 것은 10~20%정도고, 나머지 90~80%는 그대로 있다고 한다. 변하지 않는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다만 파악해야 하는 것은 관계의 변화로, 관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으려면 결국 구조적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인상깊었던 신문 읽기 방법.마치 비문학 지문을 푸는 것 같았다. 사실/주장 등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변수를 추출해내는 과정과 이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연결시키는지에 대한 과정을 보여준다. 책에는 이처럼 복잡한 마인드맵 형식으로 정보를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체계화 하고, 이를 통해 다시 의미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 실제로 통찰력 훈련을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모니터링 기법, 환경스캐닝 기법,생태학적 사회구조 분석, 시스템사고, 다층적 시스템 시나리오 기법, 미래 모델링 기법 등 다양한 정보 분석 방법을 알려준다.

 

미래가 내게 변화를 강요하면 고통이지만, 내가 미래를 주도하면 변화가 곧 기회다 (25p)

 

이 말을 읽고 1998년에 출판된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생각났다. 이 책 또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변화를 미리 예측하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20년이 지난 책에서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주도하라고 말하고 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갈구하고 있던 것이다. 다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미래학자의 통찰의 기술'이 다른 점은 물고기가 있다고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까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직접 물고기를 잡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저자는 위에서 정리한 내용과 같이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꾸준한 훈련을 통해 '누구나', '후천적으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연습해보고, 실천하는 방법만이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 나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직접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신청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다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늘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를 확실하게 구조화해서 해석할 수 있는 방법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더이상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 아니게 된다. 오히려 내가 먼저 발벗고 뛰어 들어 주도해야할 새로운 공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미래가 내게 변화를 강요하면 고통이지만, 내가 미래를 주도하면 변화가 곧 기회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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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 이수네 집 와글와글 행복 탐험기
김나윤 지음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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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서에서 얻은 위로. 일상에서 힘을 얻다. 아이를 가진 부모뿐만 아니라 방황하는 청춘에게도 추천한다.#육아도서로_위로받기 #영재발굴단 #김나윤작가

 

나는 일전에 SBS <영재발굴단>에서 이수를 본 적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동화를 쓰고, 캔버스 뿐만 아니라 차나 벽에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과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이수의 모습을 보며 어린아이지만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은 그런 이수의 엄마인 김나윤 작가의 이야기다.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라는 제목과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표지 일러스트가 잘 어울린다. 이 책의 첫인상은 편안하고 화목한 가족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와는 아직 멀고 상관없는, 육아에 대한 내용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냥 단순히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육아 노하우 따위가 적혀있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표지 일러스트는 이수와 우태가, 본문 일러스트는 김나윤 작가와 이수, 우태가 그렸다고 한다)

 

이 책은 이수와 우태, 유담이와 유정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그 에피소드가 엄마의 시선과 생각으로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육아서들보다 특별한 점은 모든 에피소드가 김나윤 작가의 삶에 대한 철학으로 일관된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 내가 엄마가 되면 저렇게 육아해야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 먼저 ', 나도 저런 삶에 대한 태도로 살아야겠구나'라는 깨달음이 먼저 찾아온다. 이는 내가 아직 육아와는 거리가 있는 입장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게 보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김나윤 작가였고, 또 다시 곰곰이 읽다보면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영재발굴단>으로 유명해진 이수나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울린건 김나윤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다. 나도 김나윤 작가처럼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다는 이유로 아예 초반부터 포기해버렸다. '그냥 취미로만 가지고 있어도 괜찮겠지 미술은 비용도 너무 많이들고 남들 다 공부 하니까 나도 공부 하는게 맞을거야' 라는 생각에 미술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난 요즘 그 때 당시의 어린 내가 포기했던 그림이 너무나도 다시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때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김나윤 작가가 바라는 삶의 방식과는 정말 딱! 반대로 살아왔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해왔다. 김나윤 작가가 중학교 시절 만난 안 선생님이 보여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통해 작가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독특하다는 것을 믿고,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신념이 독특하고 나 자신의 소유임을 믿어야 한다(194p).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이 글을 보고 새삼 부끄러웠다. 당연히 알고 있는 말인데도, 내 삶에서 실천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은 이수, 우태, 유담, 유정이와 김나윤 작가가 엄마로서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중간중간 김나윤 작가가 엄마가 되기전, 오로지 김나윤 작가만의 이야기가 함께 수록돼 있는데, 사실 나는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작가가 소록도에 갔던 이야기나, 안 선생님이 처음으로 영화를 보여준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어 김나윤이란 사람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이 책을 읽으면 작가가 스스로를 울보라고 칭하며 참 많이도 울었다는 대목이 종종 등장하는데, 사실 나도 책을 읽으며 함께 울었다. 특히 김나윤 작가가 소록도에서 한센병이 걸린 노인분들을 위해 일년간 봉사를 하고 다시 섬에서 나올 때 할머니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서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부분에서 나도 많이 울었다. 그래서 이 책은 꼭 아이가 있는 부모뿐만 아니라 아직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한채 방황하거나 삶에 대한 지지대가 없는 젊은 세대가 읽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위로 받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육아에 대한 방법을 담은 책이라기보다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재발굴단>에 이수가 천재 동화작가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지자 어떻게 아이를 키웠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김나윤 작가 개인이 더 나은 나로 발전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키우지만 결국 이 말은 김나윤 작가가 살면서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나도 이 말을 통해서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다

-17p

 

김나윤 작가의 육아방식은 믿어주고 기다리며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이 책의 제목인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라는 말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글로, 말로 하면 당연히 쉬운 것들이지만 실제로는 지키기 어려운 것들을 몸소 실천한다.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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