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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 출산율 제로 시대를 바라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
조영태 외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읽기 전
위 합계출산율 그래프를 보면 매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그래프가 어떤 곡선을 그릴지도 눈에 훤히 보인다. 반면 노인 인구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인구 분포표는 점점 머리가 커지고 있다.
(합계출산율 -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
나는 대학교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 여러 가지 여성 문제와 페미니즘을 접하며 결혼과 출산이 쉽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여러 여성 문제를 보고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네이버 웹툰인 ‘아기 낳는 만화’와 아이를 낳고 난 뒤 겪는 여성들의 후기, 유튜브 영상으로 아이를 낳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을 때다. 이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를 낳는 일이 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공포만화에나 나올 법한 괴담처럼 들렸다.
우리나라 전체적인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혼인한 부부의 경우 일단 아이를 낳는 비율이 높다. 그러나 결혼 자체가 줄고 있기에 사회 전체적으로 아이가 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혼인 장려부터 해야 하는 것일까?
나 스스로도 아이를 낳길 거부하는데, 어떤 정책을 세워야 국민들이 아이를 낳고, 인구절벽의 시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현 시대의 인구 감소 현상을 긍정적이게 본다. 지금까지는 인구 과잉의 시대였고, 이로 인해 심각한 경쟁 속에서 살았다.
남은 과제는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아이들과 아이를 낳은 젊은 청년 부부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 읽으며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이 실패한 이유 = 개인적 공감 없는 사회구조적 단순 지원
이 책은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소가 주관한 토크콘서트 <#헬조선 #소확행 #자식농사? -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학계의 시각과 견해>의 내용을 토대로 기획되었다. 책은 정부가 분석한 저출산의 원인을 1)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 2) 주거문제, 3) 사교육비 등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가의 대응은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정책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위 캡쳐본은 네이버에 '출산율'이라고 검색한 뒤 상위에 있는 뉴스 기사들을 캡쳐한 것이다.
이를 봐도 정부의 단순 퍼주기식 출산 지원금 정책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책은 정부의 정책 실패 문제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측면으로만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나 또한 이에 동감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저출산의 문제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지원은 출산율 증가라는 직접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를 바라봤던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검토하기 위해 7개의 분야에서 문제를 분석한다. 때문에 저출산 현상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학자들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사태를 조망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보다 진취적이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분야 (구체적으로는 7가지 분야)로 나뉘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설명한다.
생물학적인 관점 - 장대익 교수(진화학), 장구 교수 (동물학)
심리학적 관점 - 서은국 교수(행복심리학), 허지원교수(임상심리학)
사회과학적 관점 -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빅데이터), 주경철 교수(역사학), 조영태 교수(인구학)
각각의 관점은 지금까지 저출산 담론에서 이뤄졌던 범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중 몇 가지 흥미로웠던 분석을 요약해보고자 한다.
[진화학] 저출산, 정책의 실패인가 진화의 결과인가 (장대익 교수)
진화학 관점의 경우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정책의 실패이기 이전에 진화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인구 밀도가 좁고 경쟁이 치열한 경우 인간은 자기 종족의 번식을 늘리기 보다(인원이 늘어나면 더욱 경쟁을 해야 해서 생존률이 떨어지므로)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취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경쟁이 치열하다고 지각하는 것'을 잘 조절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출산율이 더 적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경쟁에 대한 지각을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경쟁에 대한 인식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서 더 경쟁하도록 부추긴 셈이다. 따라서 저자는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복지 비용을 유연하게 지출해야함을 주장한다.
[행복심리학] : 출산으로 건너가는 파란 신호등, 행복 (서은국 교수)
인간은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담은 행복감이 재생산과도 관련이 있다.
인간의 결정과 선택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감정이다. 이는 출산과 같은 중대한 결정에도 해당됩니다. (58p)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에 의 ‘긍정 정서의 확장 축적’이론에 의하면 먼 미래를 염두에 두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가서 새로운 자원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긍정 정서 경험이 필요하다. 행복감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판단하게 한다. 그러나 출산과 관련한 결정에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돼 있지 않다.
[임상심리학] 좌절에 대처하는 방법 : 비출산의 심리학적 기제와 기능 (허지원 교수)
비출산이나 비혼에도 기능이 있다. 즉, 비출산, 비혼은 청년 세대가 다양한좌절에 대해 여러 대처 방법을 고려하고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 소셜 빅데이터에서 찾은 삶의 다른 방식, 엄마처럼 안 살아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구글 검색창에 '엄마처럼'을 쓰면 연관어로 "안 살아"와 "살기 싫다"가 뜬다. 이제는 자식 농사라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고, 부모를 모시는 방법도 달라졌다. 자녀의 자녀도 돌봐야 하고, 노인들은 노인정에 가지 않는다. 때문에 결국 나라면 자식을 낳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소셜 빅데이터에서는 결혼 출산과 관련한 부정적 키위드 중 '시월드' 보다 '독박육아'가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결혼 자체에 대한 언급도 줄어들고 있다.
◆ 마치며
나는 책을 읽으며 왜 저출산을 분석하는 전문가 중에 인류학자가 없는지 의아했다. 다양한 시각에서 저출산에 대해 다루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각 전문가들을 초청했다면, 인류학자가 꼭 있었어야 한다. 질적 연구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파악하는 인류학은 심리학, 빅데이터, 생물학 등이 중요하게 다루는 양적 자료, 숫자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양식과 문화를 통해 삶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책에는 양적 방법으로 분석한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만 서술돼 있어서 아쉽다.
따라서 만약 개정판이 나온다면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저출산 버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위 학자들이 분석한 방법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개인적인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내용은 단순히 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관련된 영상 및 카드뉴스와 같은 시각적 콘텐츠로 다시 제작되었으면 한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으로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보았을 때 뜨는 관련된 콘텐츠가 책 리뷰를 제외하고는 없다. 토크콘서트의 내용을 기반으로 기획되었기에 관련한 토크콘서트 기사 사진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현재 저출산 문제는 국가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다시 재구성해 조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저출산 현상은 구조적인 가부장제, 경제적 상황에서 서서히 바뀐 개인들의 인식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여성에게만, 남성에게만 주워졌던 부담이 아직도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더이상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출산과 관련한 긍정 경험이 없어 비용 부담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2030 청년들에게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개인적이고 세부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에 집합적인 숫자와 통계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무게를 줄여주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엄마들은 예전의 엄마와 같이 자신을 지우고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지원만이 아닙니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키운 뒤 자신이 돌아갈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보육 수당과 같은 비용 보전만 언급한다면, 엄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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