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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
루크 아담 호커 지음,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은 어쩌면 제목에서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과 나무란 두 가지 조합에서 기시감이 든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이미 많이 보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가 어떻게 뻔하지 않게 주제를 표현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읽기 전부터 들었다.
책장이 넘어가면서 미국 대도시가 아니라 해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올리브란 아이는 지친 표정으로 아빠를 기다렸다가 품에 안긴다. 기다림의 끝에는 아빠가 있고,
여느 아이들도 지하철에서 엄마나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창밖 풍경도 검은 펜 선으로 유기적으로 그려져 있지만, 그저 일상적이고 전혀 위화감 따위 들지 않는다.
이름도 올리브 나무의 올리브에서 따온 거겠지?
그러나.. 올리브와 아빠가 관람하러 입장하는 곳이 자못 심상치 않다.
박물관? 이상할 건 없다. 거기엔 공룡 뼈나, 우리에게 보이지 않아 잊혀 가는 중요한 것들을 보존하고 수집하여 전시한다.
전시 주제가 길거리에 흔하게 있는 나무라면 어떨까?
우리의 삶에서 나무가 사라져 박물관에나 가야 그런 것이 존재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면?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숨 쉬며, 만지며 느끼며 오감으로 체험했던 것들을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면. 나무가 사라졌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작가의 상상에도 소름이 끼쳤다.
올리브는 나무의 전시품 앞에 서있다.
나무가 혹은 올리브가 서로 통하는 듯이 내면의 언어를 속삭인다. 나무는 올리브를 받아들이기로 결정이라도 했을까,
올리브는 액자 너머를 통과해 마지막 나무가 있던 세상으로 이동한다.
올리브는 용감하게 씩씩하게 깊은 나무와 숲의 세상을 탐험한다. 그것은 올리브의 현실 세상에서는 불가능하고 부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곳에서는 팔을 벌리고 가만히 광활함을 느끼고 있어도, 길을 잃어도 괜찮다.
숲에서도 올리브의 친구들을 찾을 수 있으니, 혼자이어도 꼭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될 테니.
나무가 남겨 준 선물이 있으니 앞으로 그 세상이 어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후 우울증이란 말이 있을 만큼 지구 환경의 변화가 생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공포스럽게 와닿고 있다.
당장 내일 우리가 마지막 나무를 마주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의연히 마지막 나무를 심어야 할까?
이상한 세계와 달리 초연하게 아름다운 그림과 책이 호소하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우리는 나무도 함께 살아가는 생명임을 알고 이상한 세계에서 할 일을 하자.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