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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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를 꿈꾸는 작가를 위한 최고의 안내서.
그간 다양한 작법서와 책 쓰기, 그리고 글쓰기 책을 가리지 않고 읽었다. 나도 차츰 탄탄한 문장력과 특색 있는 묘사 방법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조금 교만했던 마음일까. 이 책도 다른 글쓰기 책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믿고 읽었다. 그러나 나의 착각이었다.😢

항해하는 글쓰기를 보면서 내 글쓰기 실력을 돌아보고 좌절까지 하고야 말았다. 그만큼 아직 멀었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일시적인 좌절일 뿐,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적용하게 되었다.
이 책은,
'어슐러 K 르 귄'이란 작가의 글쓰기 책으로, 그녀는 1969년 출간한 책으로 각종 상을 휩쓸었다. 평생을 작가로서 활동하며 소설은 물론이고, 수필과 시, 동화, 평론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집필해왔다. 88세의 나이로 별세한 작가인 만큼 많은 유작을 남긴 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는 문장에 대한 내용부터 퇴고까지 일반적인 글쓰기 책과 그 구성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하나 하나 깊이 있게 들어가 보면, 확실히 다른 점을 느낄 수가 있다.

먼저 글쓰기 책을 처음 보는 사람이 보기엔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초보자보다는 글쓰기를 열심히 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언급했다.

작가가 주장하는 방법론 중, 나에게 크게 와닿은 것을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문장의 길이
최근 많은 글쓰기 책을 보면 장문 보다 단문을 쓰라고 말한다. 여러 작법서에서도 불필요한 장문보다는 단문이 더 낫다고 말한다. 심지어 문장 길이는 몇 자 이상 넘지 말라고 한계까지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장문보다는 단문을 선호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단문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독성을 흐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단문을 써야 하는 건가" 라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때로는 장문으로 표현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글의 리듬 아닐까. 글의 리듬을 잃지 않는다면 장문이 단문과 함께 어울러지는 게 좋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브런치나 에세이를 쓸 때 이런 방법으로 한다)

저자는 무조건 단문이 좋다는 말에 크게 반박한다.
최적의 문장 길이는 없고, 다양하기 때문에 무조건 단문을 선호하기 보다는 글의 리듬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2. 시점과 시제
그간 나는 글을 쓸 때 1인칭과 3인칭과 같은 시점에 집중했다. (에세이는 주로 1인칭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인칭은 차치하더라도 "시제"라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르 귄의 시제에 대한 설명을 일고 내가 썼던 글을 다시 복기해봤다. 생각 없이 과거형과 현재형을 쓰고 있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시제는 빠른 속도의 전개 방식에 적합하다.
반면 과거 시제는 시간, 장소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시제 자체만으로도 적절한 쓰임이 있는데, 나는 그걸 모른 체 글을 쓰고 있던 거였다.

3. 글의 시점
글의 시점은 내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이다. 또한 글을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점에 따라 글의 매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시점이란 - 에세이를 쓰다 보니 주로 1인칭 위주의 글을 써왔다 - 카메라 렌즈라고만 생각했다. 전체적인 배경을 묘사하거나, 때론 인물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카메라 감독이 촬영하는 것처럼.

르 귄은 시점을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는데, 먼저 시점의 종류가 내가 알고 있는 4가지가 아니라 더 많았딘.
무려 종류만 여섯 가지가 나왔다. 각각의 시점마다 상세한 예시까지 있다.
특히 관여적 작가 시점(전지적 작가 시점)을 한번 쯤 사용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여적 작가 시점은 전체적인 배경을 보여주다, 갑자기 하나의 인물을 통해서 스토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관여적 작가 시점이다. "반지의 제왕"이 이 방법으로 쓴 소설이다.

4. 스토리텔링
스토리에는 플롯이 있어야 하는가? 나는 플롯이 있어야 스토리의 재미를 강조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플롯의 구조를 따라가진 않는다.

플롯에는 갈등이란 내러티브 구조가 필요한데 어디 모든 스토리에 이 구조를 담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광기의 소설가인 "스티븐 킹"도 그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플롯보다는 이야기의 배경을 만들고, 인물을 어떤 상황에 던져 두고. 그 상황에서 인물이 행동하도록 하는 것. 이 방법을 선호하지 처음부터 짜임새 있는 플롯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같은 취지로 르 귄 역시 플롯은 스토리텔링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멋진 장치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고 한다.

플롯이란 장치가 없어도 인물과 대화, 상황, 장소 안에서 글을 쓰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항해술이라 비유한 건지도.


나는 에세이나 소설을 읽을 때 구조와 캐릭터의 특성, 각본을 주의 깊게 살피는 편이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포인트에서는 "왜 재미를 느꼈는지, 왜 감동했는지" 따져본다. 게다가 이 부분이 소설의 구조상 어디쯤에 해당하는지 생각하는 편이다.

르 귄의 항해하는 글쓰기를 보면서 이 구조에 더해, 작가마다 시점 이동에 대한 것을 면밀히 살펴 보고 싶었다.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나의 글쓰기 실력을 한단계 도약하길 원한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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