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나에게 엄지 척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42
고영미 지음, 이영아 그림 / 초록달팽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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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 속에는 여럿의 내가 살고 있다. ‘새처럼 이야기’하는 나, 모든 것이 ‘내 것’인 나, ‘조약돌’이나 ‘벼꽃’을 발견하는 나, ‘나무 발등에 잔뜩 묻은 흙’을 예사로이 보지 않는 나, ‘영원히 내 편’인 나, ‘너를 높이려는’ 나, ‘노래와 구름’의 진가를 알아보는 나, 꽃숭어리 속 ‘어린 송이 하나’를 알아보는 나, ‘아빠가 보고 싶을 땐 별을 그리는’ 나, ‘코자면 엄마 꿈꾸는’ 나, ‘아빠 마중’하는 나……. 여럿의 내가 살고 있다. 각각의 방에서 살고 있다. 서로를 알지만,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한다. 서로를 이어주는 문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문은 잠겨있다. 그 문을 여는 ‘마음 여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나는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얘가 애냐고?”,“어른이지, 천상 어른이야.”, “어른보다 낫다.”

 

‘꽃 닮은 너 / 참 예쁘다.’ / 꽃그늘 아래서 / 새처럼 이야기해..... <수양벚꽃> 중,

봄볕에 / 몸이 자유로울 무렵 / 달그락 기지개 켠다 ..... <조약돌> 중,

벌 나비 없이 / 바람을 기다리는 / 소소한 꽃 // 보일 듯 말 듯 피어도 / 농부 눈에 잘 보이는 / 반가운 꽃 .....<벼꽃> 중,

흩날려 올 것 같아서 / 엄마하고 부를 것 같아서 / 만발한 꽃숭어리 / 그중에 / 어린 송이 하나 // 흔들리는 / 어린 송이 하나.....<꽃> 중.

 

 

나는 ‘아이는 아이구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얘는 애라고. 잘 들어봐. 이 아이의 말들을...”

 

머리칼 날려주는 바람도 내 것 / 발자국 남기며 걷는 길도 내 것 / 따스한 햇살 손도 내 것 / 가볍게 걷는 동안 모두 내 것 / 그러다 운 좋으면 첫눈도 내 것......<산책>,

 

모두 자는 때 / 마을을 쏘다녔을 거야 // ..... 나무 발등에 잔뜩 묻은 흙 좀 봐.....<나무> 중,

나는, 나는 내 편, 힘을 줬어요. / 나는 영원히 내 편, 약속했어요. .....<나에게> 중,

나는 너를 / 높이려고 / 쿵덕 // 너는 나를 / 올리려고 / 쿵덕 .....<시소> 중,

노래와 구름은 / 언제나 좋은 친구//..... 낙낙하고 / 자유로운 / 쉼표를 주지 .....<참 좋은 친구> 중.

 

나는 ‘어른 아이’가 되었다.

 

아빠가 보고 싶을 땐 별을 그렸다. 어느새 공책에는 별이 가득하다. .....<내일은 반짝이겠지> 중,

진우가 할머니에게 / 엄마는 바보 같다고 / 바람이 하는 말 / 나무도 아는데 / 엄마만 모른다고 // -해지면 엄마 보고 싶은데 / -코자면 엄마 꿈꾸는데 .....<엄마만 모르는 말> 중,

세상에 / 단둘이라도 / 든든하다 / 아빠 앞에 내가 있고 / 내 뒤에 아빠 있으니까! .....<아빠 마중> 중.

 

얼마전 종영된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계속 보고 있는 중이다. 『빛나는 나에게 엄지 척』과 이 드라마는 감정 교차가 많다. <산책>에서 세상이 다 내 것이고, <열쇠>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문의 열쇠는 내가 가지고 있다. ‘황동만스러운’ 시라서 더 좋다. 엄지 척이다.

 

마음 여는 / 열쇠가 / 냉동고에 있다 // 초코, 바닐라, 딸기, 바나나…. // 언제나, 날 / 사르르 녹이는 / 맞춤 열쇠 // 꽉 잠긴 마음부터 / 막힌 수학 문제까지 / 사르르 푸는 .....<열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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