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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반듯 네모 동시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41
김경구 지음, 박인 그림 / 초록달팽이 / 2026년 5월
평점 :
반듯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웠다.
가족을 벗어나 사회 속 첫 공동체 생활이었던 나의 국민학교 시절.
필통 속의 연필들은 반듯하게 가지런히,
흑색화일 속의 갱지들을 반듯하게 철끈으로 꽉 묶고,
그 갱지에 처음 쓴 가로획과 세로획은 반듯하게,
교과서의 표지를 싸던 달력을 반듯하게 자르고,
반듯하게 접어,
반듯하게 책표지 위에 덧싸고,
반듯하게 내 이름을 써주시던 젊은 아빠,
그 교과서를 책가방 속에 방향을 맞추어 반듯하게 넣고,
가방을 반듯하게 잘 메고,
반듯하게 운동화를 돌려놓고 신고,
신었던 운동화를 벗어 교실 복도 신발장에 반듯하게 넣고,
책상 줄을 반듯하게 맞추어서,
반듯하게 의자에 앉아서,
반듯한 자세로,
선생님을 쳐다보아야 한다고.
'반듯한 것만이 옳은 것이요.'
라고 배웠다.
그래서 나는 반듯한 생각만을 하게 되었는데
인생의 절반을 더 살았을 지금에서야
반듯한 것이 다가 아님을 알게되었다.
가끔은 삐뚤어도 되고, 구불어져도 되고,
심지어는 끊어지거나 뾰족뽀족해도 되는 거시라는 걸.
반듯한 네모가 둥글어지는 게 세상사임을.
모든 네모난 것들 속에서 반짝이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다...
반듯반듯한 김경구 시인의 동시들을 만나며 마음이 둥글어진다. 반듯한 것들이 말없이 주던 주눅들, 그러니까 그 경각심들이 닳아지고 뭉글어지는 것 같았다. 직선과 직각이 부담스럽지않다. 되려 편안하다.
김경구 시인의 동시집《반듯반듯 네모 동시》는 《동글동글 동그라미 동시》가 손잡고 온다. 함께 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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