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베어먹은 늑대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25
이상인 지음, 김지원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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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에서 동시와 그림의 관계는 교집합일까, 합집합일까?]

어린이의 경험과 생각을 잘 표현한 동시를 읽었을 때는 마음 깊은 곳까지 그 동시가 전하는 울림이 반짝거리거나 일렁이곤 한다. 그 시절을 까마득히 잊었다고 여겼지만 그날의 그 감정을 온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쉰 살이 지난 어른의 마음을 헤집은 동시 하나를 소개한다.

햇살 좋은 가을날 // 할머니 / 앞마당에 콩대 쌓아놓고 / 막대기로 두둘기신다. // 튀어라 튀어! // 콩깍지에 잠들었던/ 콩들이 모진 매를 피해 / 사방으로 달아난다. // 이 놈들, 어디로 숨는 게야 // 할머니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 콩을 잡아다가 / 콩 자루에 가두신다.
(「콩타작」 전문)

‘어릴 적 나의 할머니를 알고 있는 걸까? 할머니가 콩 타작하던 모습을 그대로 썼잖아? 할머니의 몸베*와 고무신, 머릿수건까지 그렸잖아! 도리깨질 대신 부지깽이처럼 생긴 막대기로 콩을 두들겨패듯 터신 건 어떻게 알았을까?’ (「콩 타작」 동시와 그림을 감상한 나의 생각임)

“엄마, 할머니랑 똑같아. 지난번에 할머니가 나한테 콩 털어보라고 몽둥이 줬었잖아. 그 몽둥이 들고 할머니가 콩을 털고 있었거든. 내가 해보고 싶다니까 이렇게 두들기라고 하시며 그 몽둥이 내게 주시더니 어디선가 몽둥이를 또 가져오시더라고. 그날 콩 실컷 두들겨 팼어. 그리고 빗자루로 쓸어모아 자루에 담았거든. 똑같다. 똑같아.” (「콩 타작」 동시와 그림을 감상한 아들의 말임)

나의 할머니와 아들의 할머니가 같은 모습으로 구현되다니 놀랍다. 세상이 좋아지고 변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고, 그 모습이 할머니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음에 더 반가웠다.

동시집 속 동시와 그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준 일화였다. 동시집에 동시만 가득 들어있다면 동시는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집에 한 컷씩 들어간 그림이 그 동시를 살아 움직이게 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달을 베어먹은 늑대』 동시집의 동시와 그림의 관계는 합집합일까? 아니면 교집합일까? 동시집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동시와 그림을 감상하며 집합 모양을 동그랗게 그려본다.

*몸빼:허리와 허벅지 부분이 넓고, 발목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며, 허리에는 고무줄이나 끈이 달려있어 편하게 입을 수 있어서 일 할 때 입는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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