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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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있는 예쁜 카페를 찾았다. 왠지 이런 책은 꼭 카페에서 읽어야 할 것만 같았다.
주로 소설을 읽는 나는 에세이나 다른 종류의 책은 잘 읽는 편이 아니다. 그런 나에게 출판사 서포터즈는 이런 나의 책 편식 습관에 좋은 도움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연유커피 한 잔만 시켰을 뿐인데 쿠키가 함께 나왔다.
커피를 마시고 쿠키를 먹으며 <내가 소홀했던 것들>을 음미하고 싶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에세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명 SNS작가로서 SNS를 발판 삼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작가들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등단을 거쳐 작가가 된다. 그런데 SNS의 등장으로 이러한 관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SNS에 누군가가 적어 놓을 뿐인 타인의 생각에 왜 많은 사람들이 격렬하게 공감하고 감정을 느끼는지 나로선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굳이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서 읽고 싶지도 않았다. 책이란, 혹은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장르의 글이란 각 장르마다의 특징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다. 시는 함축적인 의미로 시인이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공간으로 다양한 비유가 쓰인다. 따라서 누군가는 시가 어렵다고 하고 누군가는 시가 담은 의미를 찾아가며 큰 공감을 하기도 한다. 소설도 작가가 창조해 난 가공의 인물들이 그에 맞는 스토리에 따라 기승전결에 알맞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배운 것도 국문학이고 꿈 꾸는 것도 작가인 나는 SNS감성글귀에 동의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었다.

SNS 감성글귀 그 중 특히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글은 다른 감성글보다는 훨씬 짧다. 예쁜 사진 위에 짤막한 글을 적어 올릴 뿐이니 오히려 글자수 제한이 있는 트위터보다도 더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SNS작가인 흔글의 글조차 그동안 읽어보지 않았다.

 

책을 조금씩 읽어보았다. 한 페이지마다 제목이 붙여진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간혹 두세페이지로 넘어가는 글들도 있긴 했지만 마치 시집처럼 한 페이지 당 하나의 제목에 알맞은 하나의 글들.

 

 

 단락 또한 시처럼 나누어 놓은 글들이 제법 많았다.
시처럼.
시처럼?
그렇다면 이 글은 시일까?
시라면 시처럼 보이려면 시를 쓰려면 꼭 필요한 기법들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글인데 작가는 시를 쓰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에세이를 쓰고 싶었던 걸까.

도대체
작가가
쓰고 싶었던 글은
뭐였을까?

시의 형식만 빌린다고 시는 아닌데 말이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짧막한 글들로 채워진 한 권이기에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사진으로 보기만 했던 책을 직접 읽어본다는 체험을 해 보니 괜히 슬퍼지고 말았다.
소설책 한 권 읽을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어 읽기에 가장 좋은 글들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라는 것을 처절히 깨달은 시간이었다. 한 권을 읽기에 하루면 충분한 시간인데 그 시간이 나질 않으니 짧게 읽을만 한 글들이 도처에 넘처나고 있는게 지금 바로 요즘의 날들.

 

사진이 많은 이유는 물론 사진을 찍기엔 정말 좋은 표지와 내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설이나 시집에도 많이 반영되고 있는 추세다.
책이 소품으로 쓰이는 현실을 잘 반영하듯.

어쨌든,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충분치는 않은데 글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겐 충분히 좋을 것 같단 생각은 했다.
딱 그 정도의 생각. 딱 그 정도의 책.

출판사 리뷰단으로서 책을 협찬받아 읽었기에 최대한 좋은 말로 적고 싶었는데 블로그에 리뷰 다 적어놓고 괜히 마음이 좀 그렇다.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밍밍한 맛의 책.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라는데. 글쎄. 위로라기 보다는 그냥 책 한 권은 읽었다는 뿌듯함만이 남은 시간이었다.

물론 공감가지 않는 글들도 많았다.
뭐, 이건 어느 책을 읽든 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살짝 혼나는 느낌을 받아서.

새해가 되어서 한 달에 책 한 권씩 읽기라는 목표를 세워놓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 목표는 내가 이루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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