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최상의 조합으로 독자들에게 매번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 일본에서 1992년 초판이 출간된 작품으로, 1987년 '우리 이웃의 범죄'로 데뷔한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적인 초기작이다.
손끝에 닿는 것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두 소년이 실종사건을 통해 만난 기자와 얽히면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운명에 맞서는 이 미스터리는 사건을 쫓는 시각에만 국한하지 않고 등장인물 각자의 시점에 둔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풍성한 전개로 결말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내달릴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제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절대로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인간의 의식 사이를 떠도는 두 소년, 남다른 능력은 재앙인가? 축복인가?
폭풍우 치던 밤 발생한 실종사건은 모든 일의 파문을 만들고, 패기 있는 젊은 기자 고사카는 이 일을 계기로 두 소년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과 그에 얽힌 의식과 무의식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를 바꿀 수 있는 숙명은 단 하나! 세 사람의 결말은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데…….
영원히 교차할 일이 없는 철길에서 우리는
합리의 레일 쪽으로 너무 기울어지면 냉혈한이 되고,
불합리의 레일로 기울어지면 광신도가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어느 지점에선가 탈선하게 되어 있다.
- 본문 중에서
알에이치코리아의 이번 신작 <용은 잠들다>는 추리소설의 대가이자 <모방범>으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92년에 출간된 작품이고, 랜덤하우스코리아(현 알에이치코리아)에서 2006년에 번역출간된 작품이 재출간된 것인데 분량이 길지만 추리소설 답게 지루하거나 느슨한 부분 없이 손에 땀을 쥔 작품이었다. 그나저나 1992년에 출간됬다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도 이런 추리소설을 쓸 수 있겠지?
“우리는 각자 몸 안에 용을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 어마어마한 힘을 숨긴, 불가사의한 모습의 잠자는 용을, 그리고 한 번 그 용이 깨어나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 부디, 부디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무서운 재앙이 내리는 일이 없기를……. 내 안에 있는 용이 부디 나를 지켜주기를……. 오로지 그것만을.”
위 문장은 <용은 잠들다>를 대표하는 문장같았다.
사회라는 일련의 테두리 안에서 기준이라는 점을 인간 멋대로 정해놓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인간을 내치거나 무시하는, 않는이 아닌 못하는 인간을. 즉, 그들 멋대로의 기준점에 부합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자신들을 가두어 놓은 인간들에 대해 오히려 선을 베푸는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미야베 미유키가 말하는 사회 정의가 <용은 잠들다> 안에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