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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909/pimg_7293791092001890.jpg)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 알에이치코리아
요요히 빛나는 꽃송이 같은 시를 남기고
운명처럼 져버린 허난설헌의 시를 만나다
조선 중기 남성 중심의 사고가, 성리학이 굳어지던 때 사대부가의 여인으로 빛나는 글재주를 지니고 태어난 난설헌 허초희. 그러나 그녀가 남긴 시처럼 스물일곱 송이 꽃 떨어지듯 금세 져버려야만 했던 그녀의 인생을 닮은 시를 만난다. 자신이 향유하던 양반의 삶과는 너무나도 다른 길 위 장사꾼의 삶을 읊기도 했고 기다림이 전부였던 규방 여인들의 옷소매를 적시게도 했으며 때로는 출정하는 병사들의 기백을 노래했던 문재文才, 허난설헌의 시를 엮어냈다.
시인 나태주의 소담한 문체로 읽는 허난설헌 시선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애신의 마음을 노래한 「연밥 따기 노래」 수록
이 책의 편역은 사람들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시로 사랑받는 나태주 시인이 맡았다. 시인은 자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허난설헌의 작품을 고르고 오늘의 말로 옮겼다. 허난설헌의 삶과 시에 마음을 빼앗긴 시인은 발문과 서시로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읊어낸다. 시대를 앞서간 난설헌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 시대를 비껴간 그녀의 문재를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허난설헌의 시를 고르면서도 생전 자신의 시집 한 권 남기지 못했던 그녀를 기리며 동생 허균이 엮어낸 『난설헌집』에 기초하여 그대로 묶지 않고, 마음의 결을 따라 노래하듯 구성하였다. 무엇보다 나태주 시인의 편역이 빛을 발하는 것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한시를 시인의 소담한 문체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여기에 난설헌이 직접 노래하듯 ‘여인의 마음’이 담긴 목소리로 옮겼다. 덕분에 기존의 허난설헌 시집에 비해 조금 더 친근하고 다정하게 읽힌다.
시를 닮은 한 폭의 그림과 읽어 더욱 향기롭다
이 책은 또한 한 폭의 시화를 감상하듯 펼치는 장마다 수놓인 그림이 시를 더욱 향기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마음을 간질이다가도 이내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한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만개한 감정 속에서도 그림 속 꽃은 은은하게 향기를 내고 나무는 우두커니 그 자리를 지켜주니 절로 평온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더욱 먹먹하고 아름답다. 이 시집은 꽃송이 같은 허난설헌의 문장들이 분분한 낙화로 가슴 속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선물 같은 책이다.
아름다운 수채화 일러스트와 함께 허난설헌의 시를 나태주 시인이 엮은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는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등장한 허난설헌의 시를 담은 책이다.
허난설헌 그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유복하고 문화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태어나 자랐다. 난설헌의 본명은 초희이고 호가 바로 난설헌이다. 호 난설헌에서 ‘난’은 여성의 미덕을 찬미한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설’은 지혜롭고 문학적인 재능을 지닌 여성 또는 고결하면서도 뛰어난 문재를 지닌 여성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는 부모와 형제의 영향을 받아 글공부를 하였으며, 당대로서는 드물게 사대부 집안 자녀이면서도 서민의 삶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밝은 어린시절과는 달리 허난설헌의 결혼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오히려 결혼 후 불행이 겹쳐왔다. 나이 들도록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남편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집안에선 시어머니로부터도 인정을 받지 못한 며느리였다. 게다가 어렵게 출산한 두 아이를 잃은 후에 뱃속에 있던 아이마저 잃게 되고, 친정아버지 허엽이 외직에 머물다 돌아오는길에 세상을 떴으며, 평생의 스승이자 글벗이기도 했던 오라버니 허곡마저 이른나이에 요절한다. 극심한 비통의 나락에 빠진 그녀는 꿈에서 본 풍경을 한 편의 시로 짓고 스물일곱 나이에 홀연히 세상을 떠나게 된다. 뿐더러 죽기 전에 자신이 지은 시를 모두 불살라 달라는 유언까지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난설헌의 동생 허균이 200편이나 되는 그녀의 시를 외워 엮어 그녀의 시는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기구한 조선시대 여인의 운명이다, 라고 생각했다.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다 사후에 그의 능력이 인정받게 되지만 아직까지 허난설헌은 예술인이라기 보다 현모양처라는 느낌으로 남아있다. 율곡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처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남기지 못해 한 편에서 비판 받고 있기도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어쨌든 드라마 속에 시 한 편이 등장해 다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는 점은 작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써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허난설헌, 문학과 예술에 능했던 작가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