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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나태주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 나태주 / 알에이치코리아
“사랑 가운데서도 사랑의 시로 만나요.”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 10편 수록, 시인의 감성으로 톺아낸 106편의 이야기.
흔해빠진 사랑 노래라며 투덜대면서도 마음에 꼭 와 닿는 한 구절을 찾기 위해 우리는 시집을 펼쳐든다. 모든 시가 실은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인들 또한 끊임없이 온갖 아름다운 말들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꿰어 놓는다. 우리는 숱한 말들로 돌고 돌지만 결국 사랑의 낱말로, 사랑의 운율로 만난다. “사랑 가운데서도 사랑의 시로 만나요. 여기에 드리는 시가 바로 그런 시들이에요.” 시 「풀꽃」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시인 나태주가 ‘사랑하고 있기에 사랑받았던’ 시 106편을 가려 뽑았다. 시인이 엮어놓은 시들을 따라 읽다 보면 예쁘게, 아름답게, 향기롭게 사랑하는 시인의 감성이 눈과 마음으로 스며든다. 장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존의 시와 공개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 10편을 더한 이번 시 선집은,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가슴속에 숨어 있던 작은 사랑이 반짝일 수 있도록 빛나는 순간들을 골라 담았다.
구전시가, 허난설헌의 한시에서 김영랑과 나희덕의 시까지.
시대와 시간이 지나듯 사랑과 이별의 여정도 이어지다.
마치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연서 같은 시들이 엮인 1장,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가는 마음의 시들이 모인 2장은 사랑을 예감하는 연인들의 첫인상 같은 느낌을 준다. 보고 싶은 마음을 연꽃에 실어 던진 허난설헌의 노래와 내 마음을 나처럼 알아주길 바라는 김영랑의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렇게 사랑의 정점을 지나고 난 뒤, 임을 보내는 쓸쓸하고도 애절한 감정을 노래한 시들이 3장으로 이어진다. 보고픈 마음을 호수에 빗댄 정지용과 흘린 눈물을 대동강에 빗댄 정지상의 시가 이별의 아픔에 절절하게 공감해주고 나면, 4장은 그리움이 넘실거리는 이별 그 후를 보여준다. 이별과 이별하는 천양희의 편지와 텅 빈 마음을 빗댄 나희덕의 시가 이별 후에도 계속 너울대는 이들을 위로한다. 책을 통해 시인은 어느 순간에 있던지 사랑을 하고 있는 지금 당신에게 공감의 열쇠, 위로의 열쇠로 따뜻한 시를 건네줄 것이다.
빈 곳을 채우며 위로받는 필사의 맛.
설렘과 애틋함, 슬픔과 그리움의 노래를 따라 읽고 베껴 쓰다.
읽기에 좋은 시는 쓰기에도 좋을 것이라는 마음에, 손으로 옮겨 적을 페이지들을 시들과 함께 담았다. 완성되지 않은 오른쪽 페이지에, 스스로의 글씨로 사랑의 말들을 옮기다 보면 잊고 있었던, 혹은 잃어버렸던 사랑의 기억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벅찬 마음을 대신 고백해주는, 이별로 입은 상처에 깊은 위로를 건네는, 그리운 사람을 아름답게 추억하게끔 만들어주는 시들을 나의 눈과 손으로 담는 시간을 가져보자. 시인의 눈과 손으로 엮은 이 책은 읽고 쓰는 사람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책을 채우다 보면, 당신의 가슴속에도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풀꽃 시인으로 잘 알려진 시인 나태주가 선정한 106편의 사랑 시가 담긴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요즈음 한창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주인공 애신은 자신의 연정을 담은 연가를 적어 내려간다. 그 연가가 바로 허난설헌의 시 <연밥 따기 노래>라고 한다.
연밥 따기 노래
허난설헌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작가를 꿈꾸지만 아직 필사를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필사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헌데 필사를 하면 작가의 생각을 더 깊이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시가 적힌 페이지 옆에 빈 페이지가 있어 시를 읽고 느낀 후 필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저자 나태주의 시는 물론 허난설헌, 김영랑, 정호승, 나희덕 등 고전시인부터 현대시인까지 유명한 시인들의 시가 담겨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 소설만 주구장창 읽지 말고 오랜만에 시와 함께 선선한 가을 밤을 맞이해야 겠다. 시를 읽고 음미하고 느끼고 스스로 적어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