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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에 걸린 마음 - 우울증에 대한 참신하고 혁명적인 접근
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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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잇몸 염증이나 관절염이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신체의 염증은 종종 발생하는 일인데, 겨우 그것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는 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는 심각한 외부적 스트레스로부터 일어난다고 보는 게 상식적인 생각이다. (물론 그 외부적 스트레스로 인한 세로토닌 수치의 불균형이 우울증 상태의 원인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2. 볼모어의 파격적인 주장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체에 세균이 침입하면 우리 몸에서는 당연히 면역 체계가 작동한다. 면역 체계의 가장 중요한 일꾼인 대식세포는 외부 침입자(세균)를 잡아먹으며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동시에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해 다른 대식세포에게도 같이 전투에 참여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대식 세포는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곳에 몰려가 세균을 잡아먹는다.

3. 하지만 신체의 염증 반응이 뇌에도 영향을 준다면 어떨까? 볼모어의 비범한 주장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체의 혈류를 돌아다니는 대식세포나 사이토카인은 혈뇌장벽에 가로막혀 뇌로 들어갈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 의학 연구에 따르면, 혈류 속 사이토카인이 전달하는 염증 신호가 뇌로도 전달되어 뇌에서도 염증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신체적 염증이 뇌의 염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4. 뇌의 면역 세포는 사이토카인의 신호를 받고 활동을 시작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면역 세포가 반드시 외부 침입자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뇌 안의 면역 세포는 몸 속 사이토카신의 자극을 받아 근처에 있는 뉴런을 죽이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로토닌과 같이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공급을 줄인다. 다시 말해, 신체의 염증은 마치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우울증 약과는 정반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5.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염증과 우울증의 관계에 대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의학적으로 연구 중인 문제이고, 결정적인 근거를 모으는 과정이라 주장 자체의 파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은 하지만, 우울증의 원인을 파헤치려는 다각적인 노력은 언제라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세계 어디에선가 우울증을 의학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우울증 환자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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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배신 - 아직도 공감이 선하다고 믿는 당신에게
폴 블룸 지음, 이은진 옮김 / 시공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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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흔히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을 ‘선한 것‘, ‘정의로운 것‘과 등치시킨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주장에 당당하게 반대한다. 공감이 곧 선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공감은 정의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고정관념과는 반대되는 주장은 이유 없는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공감이 나쁠 수 있다고? 도대체 어떻게?

2. 폴 블룸의 주장은 간단하다. 공감은 마치 초점이 좁은 스포트라이트와 같다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발휘된다는 건 특정한 사람의 감정을 같이 느낀다는 것이다. 공감 스위치가 켜짐과 동시에 공감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은 어두컴컴한 곳으로 내몰린다. 따라서 공감은 뻔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누구나 한 명을 살리는 것과 열 명을 살리는 것 사이에서 열 명을 살리는 것이 더 나은 도덕적 선택임을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공감은 간단한 산수조차 하지 못한다. 한 명의 고통에 깊게 공감한 사람은 열 명을 살리는 것보다 자신이 공감한 단 한 명의 사람을 살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3. 나는 공감이 정의로움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종종 체감한다. 박근혜 석방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그 공감의 초점이 잘못됐을 뿐이다. 그 사람들은 박정희 독재 시대에 죽어간 민주 투사들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의 오용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이성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이성이 감정의 노예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정에 따라 이성이 휘둘리며, 우리의 행동과 선택을 지배하는 것이 감정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그 감정의 올바른 방향과 사용을 고민할 수 있는 것은 이성의 역할이다. 우리에게는 좀 더 냉정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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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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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은 행복을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진화했을 뿐. 진화 과정에서 인간에게 다양한 감정이 새겨진 이유는 그러한 감정들이 각각의 상황에 생존에 유리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초원에서 사자를 만났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 조상들은 거의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겠지만, 강한 두려움을 느껴 재빠르게 도망쳤던 조상들은 오래 살아남았고, 결과적으로 자손을(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목숨을 위협하는 맹수들에게 강한 두려움을 느꼈던 조상들의 후손이다.

2. 우울증을 비만과 같은 현대적 질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마 우리의 먼 조상들 중에서도 우울증으로 고생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울증에는 어떤 효용이 있는 것일까? 그것이 인간에게 비용만 있는 것이라면 아마도 우울증은 자연선택 과정에서 마땅히 제거되었어야 할 것이다. 원래 사람들은 정당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낙관적이다. (스스로 낙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주식거래를 할 때는 자신의 주식이 당연히 오를 것이며 결국에는 큰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우울증의 무기력함과 의욕 저하는 지금 하는 행동을 멈추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우울증으로 인한 비관주의적 관점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지켜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에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울증의 기분 저하는 아주 효과적으로 그러한 바보 같은 행동을 막아준다.

3. 물론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우울증이나 효용과 비용을 모두 지니는 질병이라 할지라도, 나는 중증 우울증(혹은 오래 지속되는 우울증)은 효용보다 비용이 훨씬 더 큰 질병이라 생각한다. 약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홀로 서지 못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절망감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의 우울증은 너무 오래 돼서 이제는 조금 무덤덤해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 없다면, 약 없이도 하루를 아무런 탈없이 보낼 수 있다면, 나에게 가끔 우울한 기분이 찾아오더라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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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 과학이 우정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로빈 던바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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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를 이렇게 재미없게!! 물론 재밌는 책이 좋은 책의 필요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난 꾸역꾸역 책을 읽으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이렇게 통계 자료를 나열하는 식의 책은 사절하고 싶다. 아마 이러한 혹평에 로빈 던바는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사회성, 친구, 우정 등의 주제에 관심이 있고, 로빈 던바의 전작이었던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를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2. 책의 전반부는 다른 책에서도 알 수 있는 내용(혹은 결론이 뻔히 보이는 내용), 후반부는 다른 책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내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정에 대한 특별한 정보(남녀 간의 우정 차이라던가, 우정이 끝나는 이유 등)를 찾는다면 책의 중후반부를 중심으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소득이라면 친구라는 존재가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는 것이다.

3. 로빈 던바의 주장에 근거하면, 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의 부재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외로운 삶을 살 것이고, 어쩌면 행복한 상태로 긴 수명을 누리지 못하고 단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상적 예언이 실현되지 않도록 나는 사회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까? 그것은 노력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와 진정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미 각자의 삶에 구축된 인간 관계가 있고, 아무 사람이나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이미 굳어진 가치관과 세계관이 있기 때문이다.

4. 우리는 외로움의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우정이란 아주 개인적 개념보다는 연대라는 사회적인 개념으로 우리 삶이 진행되었으면 한다. 꼭 서로의 삶에 깊이 침투하지 않아도, 가벼운 안부 인사로도 충분히 서로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 접촉이 잦으면 깊은 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우정이 반드시 내 삶의 행복을 결정짓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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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프렌즈 스터디 플래너 : 코니 라인프렌즈 스터디 플래너
로고폴리스 편집부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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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친구가 수험생이라서 산 플래너인데, 원래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좋아해서 그런지, 엄청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 요즘 시험기간이 얼마 안남아서 공부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이 플래너 덕분에 공부계획을 짜는 게 즐겁다고 합니다.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다고 그러더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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