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좋아하나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마치 노을이 지는 한강 공원 푸른 잔디밭에서 해맑은 아이가 불어놓은 비눗방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빛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알록달록 빛나는 비눗방울처럼, 존재만으로 소중하고 각자만의 빛으로 빛나고 있는 6명의 아이가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들과 짧고도 특별한 만남을,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이 책은 아가 자기 한 내용과는 별개로 저에게 혐오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습니다. 책에서는 마법적 존재 6명의 아이가 등장해요. 노움과 숲의 정령, 와이번, 개로 변신할 수 있는 아이, 종족을 알 수 없는 초록색 덩어리 그리고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악마의 아들까지.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지만, 알고 보면 그저 장난기 많고 귀여운 아이들일 뿐이랍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초월적 힘을 가진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배척하며 혐오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저도 책이 말하는 바와 같이 그저 아이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이들을 아무 제한없이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 이 아이들은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입니다. 의지만 있다면 사람을 내던지고 뒤틀려 죽게 할 수 있으며 잠깐의 실수로 다른 사람의 몸을 영원히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세상의 멸망을 가져올 힘도 가지고 있죠.
.
세상에 누가 혐오는 해선 안 된다는 걸 반대하는 정신 나간 사람이 있을까요.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요. 당연히 혐오는 절대 해선 안 되는 겁니다. 하지만 조금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분명 이들은 두려울 수 있는 존재예요. 아이들과 너무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얘들이 얼마나 착하고 무해한 존재인지 알고 있지만 제 3자는 아니라는 거죠. 생각해봅시다. 옆집에 사자를 키우고 있는 거예요. 주인은 말하겠죠. ‘우리 아이는 착해서 절대 안 물어요.^^’. 분명한 진실일 거예요(주인에 한해서). 그 말만 믿고 목줄도 없이, 입마개도 없이 사자가 산책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잠깐의 실수가 초래할 위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
우리는 누구나 두려운 존재를 피합니다. 학창 시절에는 일진 무리를 피해 학교를 다녔고 길에서 사자를 본다면 도망칠 거예요. 하물며 옆집의 악마라니. 손짓만으로 날 죽일 수 있는 존재라니.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라니. 집이고 뭐고 당장에라도 도망치고 싶을 겁니다.
.
책 속의 정부는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적 존재들을 등록하고 관리하고자 합니다. 주인공들은 그런 등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등록을 합니다. 주민등록증 말이에요. 거기에 어떤 힘을 지니고 기술을 갖게 된다면 추가로 등록을 또 합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엄격한 자격을 증명하고, 증명받은 존재들만 해당 힘 또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거죠. 예를 들면 운전면허증이나 총포소지허가증 같은 거요. 아무나 운전을 하거나 총을 소지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엔 너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
비록 아이들이 원해서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 건 아니겠지만 아무 관리 없이 그냥 내버려두기엔 너무 위험한 존재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아이언맨이 괜히 히어로 등록제를 찬성한게 아닐 거예요.
.
이런저런 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으나 그럼에도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없고 혐오 받는 사회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타고난 악이 평범한 양육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저도 갖고 싶거든요. 그러면서 또 두렵기도 하고. 결국에는 무엇이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한나 렌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면 어떨 거 같나요? 이를테면 약물 같은 거로 말이죠. 약물을 투여한 순간 상대에게 온전하고도 지고지순한, 목숨을 바쳐서라도 사랑하고픈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요? 죽이고 싶은 철천지원수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게 되는 사랑을 하게 된다면요? 음.. 어찌 보면 사랑의 묘약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한나 렌의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에 수록된 6개의 단편 소설 중 <미아하에게 건네는 권총>의 세계관이기도 합니다.
.
저는 인위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조작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습니다. 왜 그런 영화들 많잖아요. 사람의 감정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영화들 말이에요. 그런 영화들을 보며, 감정 주입에 대한 거부감을 학습했던 거 같습니다. 아마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실 거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이 소설을 보며 ‘사람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게 정말 나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인위적이지만, 감정을 주입한 이후로 ‘내가 진작에 왜 감정 주입을 안 받았지?’할 정도로 행복하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은 거 아닐까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성형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이 부정적으로 바라봤잖아요. 이미 주어진 자신의 외모를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것에, 왠지 거짓말하는 거 같고 가짜라는 생각 때문에요. 하지만 지금은 성형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
감정 주입도 단지 마음을 성형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어요. 만들어진 감정은 거짓되고 가짜라는 생각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만 마치 성형을 한 것처럼 그 후에 진실되게 행복하다면 그것은 그거로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물론 악용될 가능성이 클 거 같기 때문에 실제로 도입된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요. 그냥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
이전에 한 유튜브에서 SF의 중요한 특성에 대해 들은 말이 기억이 납니다. SF의 중요한 특성은 윤리적 상상력으로 미래 과학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들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이라고 해요. 여러분은 인위적으로 감정을 주입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책을 읽으며 SF적으로, 흥미로운 상상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정말 그런 미래가 올 수도 있잖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살던 그곳에는 참 괜찮은 비가 왔다

 

사람은 누구나 머릿속에 사진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기억의 순간들이 많은데, 이 책을 읽을 때면 어릴 적 살앗던 비 내리던 반지하 집이 유독 생각났다. 아마 제목의 영향이 컸겠지.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반지하 집에서 살았었다. 무척이나 어린 나이였고, 그저 오늘 하루는 무엇을 하며 놀까 하는 고민을 하며 지내던 시기였다. 당시의 나는 무척이나 개구쟁이였는데 비가 오는 날을 특히 좋아했다. 골목골목 고여있는 물웅덩이는 내가 놀 수 있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물웅덩이에서 발을 구를 때마다 튀어오르는 물방울과 젖어가는 옷 속에서 어찌나 신났던지. 아마 물 빠진 생쥐 꼴로 집에 돌아온 나를 보며 엄마는 한숨 한 바가지 내쉬었을 것이다.

 

그때 그 반지하 집에서는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샜다. 방울방울 맺혀 떨어지던 물방울이, 양동이에 똑똑 떨어지는 그 소리가 어린 마음에 어떤 파문을 일으켰을까. 애끓는 엄마의 마음은 모르고 그저 집에서도 내리는 비에 와 우리 집에서는 비가 온다며 신나했던 거 같다.

 

오늘도 비가 왔다. 다만 그때 내리던 비와 다른 비가 내렸던 걸까. 이제는 비가 오는 게 짜증이 난다. 하필이면 오늘 회사에서 창고 정리를 해야 해서 비 맞으며 일을 했거든.. 이제는 더 이상 비 맞는게 즐겁지 않나 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창고 안에 있던 오래된 책과 서류들을 트럭에 실었다. 비를 맞아 젖어 흐물흐물해진 종이의 모습이 내 모습만 같다. 비 맞은 내 몸이 무척이나 춥고 찝찝했다.

 

<참 괜찮은 눈이 온다>를 읽으며 그때 내리던 비를 생각해본다. 그때와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리고 먼 훗날 오늘 맞았던 비는 내 기억 속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양들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때 바람의 화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소설도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여행서를 많이 읽어봤다. 여행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여행이 주는 설렘에 다른 사람이 간 여행기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좋았다. 하지만 너무 읽은 탓일까. 어느 순간 모든 여행서가 다 비슷해 보이기 시작했다. 낯선 장소에 대한 설렘,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여행에 대한 찬양.. 분명 사건들은 달랐지만 구성이 비슷해서 일까. 다 거기서 거기란 생각에 더 이상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

그때 쯤인가 내가 여행다니는 것도 지루해졌던 거 같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았고, 가서도 딱히 즐겁지 않았다. 여행의 권태기였던 걸까. 이제는 더 이상 자발적으로 여행을 가지 않는다.

.

지루한 일상에 네이버 책문화판을 뒤적거리다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을 알게 됐다. 지리학자는 여행을 어떻게 할까? 순간 궁금증이 몰려왔다. 여행지의 지리적 특성을 알고 나면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여행에 인문을 붙이는 건 많았는데 지리학이라니 적어도 내가 접한 여행서들 보다 특별해 보였다. 어쩌면 이 책이 내 여행 욕구를 다시 불지피지 않을까란 기대가 됐다. 그렇게 더미북을 신청에 읽어보게 되었다.

.

아쉽게도 더미북에는 지리학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다루고 있지 않았다.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여행자로서 여행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지를 좀 더 다루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더미책이 프롤로그의 느낌으로 워낙 짧았고, 잠깐 나온 지리학의 내용은 충분히 좋았기에 본 책이 궁금해지기는 한다. 과연 지리와 여행 그리고 인문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