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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의학 - 죽음에 맞선 인류의 경이로운 도전
야마모토 다케히토 지음, 서수지 옮김, 예병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의 추천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대단한 의학, 야마모토 다케히토, 위즈덤하우스, 2025>를 읽은 계기는 단순하다. 책 표지의 히포크라테스가 덥수룩한 수염과는 상관없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고, 날카로운 메스를 든 의사의 손이 향한 곳이 궁금했다.

이 책의 지은이 야마모토 다케히토 님은 소화기 외과 전문의이고 내시경 외과, 감염병, 암 치료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에게 말, 약초, 메스라는 세 가지 무기가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의 지은이는 이 세 가지를 다 가진 듯해 보였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사람의 몸을 접하며 생명의 아름다움을 실감한다는 말과 의학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너른 관점으로 살펴보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 책은 의사로서 지은이가 현장에서 겪은 에세이가 아니다. 의학의 역사를 꿰뚫는 객관적인 팩트로서의 인체의 구조, 의학사를 바꾼 약, 외과 수술의 역사, 수술 기구, 방사선과 일산화탄소 및 치명적인 바이러스 등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잘 소개되어 있다.

혈액은 우리 몸의 중앙에 자리한 심장이 온몸에 피를 보냅니다. 심장보다 높은 곳에 있는 장기에 피를 보내려면, 항상 중력을 거슬러야만 합니다. 뇌는 산소 부족에 약한 장기예요. 교감 신경이 일하는 덕분에 우리가 갑작스럽게 자세를 바꾸어도 혈압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어요. 21~24쪽
코피의 90퍼센트는 콧구멍이 시작되는 입구에서 납니다. 여기를 '키젤바흐 부위'라고 불러요.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많아 피가 나기 쉬운 부위이죠. 따라서 피가 나면 코의 입구, 즉 둥글게 퍼진 콧방울을 압박해야 합니다. 콧방울을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른 채로 6~7분 두는 겁니다. 41~42쪽
마르판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온몸의 결합 조직이 약해지는 유전병입니다. 프랑스 소아과 의사인 앙투안 마르팡에 의해 1896년 처음 알려졌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긴 다섯 살 여자아이의 사례를 처음 보고했어요. 파가니니와 라흐마니노프 역시 마르판 증후군을 앓던 것으로 보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키가 2미터가 넘고, 손가락이 워낙 길어서 한 손으로 '도'에서 한 옥타브 위의 '솔'까지 닿을 정도였다고 해요. 94~95쪽

미국 남서부에서 멕시코에 걸친 사막 지대에 서식하는 아메리카 독도마뱀은 '힐러몬스터'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맹독을 지닌 도마뱀입니다. 1992년 미국의 과학자인 존 엥은 이 도마뱀의 독물질에 '엑센딘-4'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물질은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첫 단추가 되었어요. 이 물질은 구조적으로 GLP-1과 매우 닮았으면서도 몸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성질이 있었습니다. 혈당 수치를 내리는 작용을 오래 유지할 수 있으니, 약으로 쓰기에 적절한 물질이었던 것이죠. 제약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독에서 탄생한 약이 무척 많습니다. 오히려 모든 약이 독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인간에게 이롭게 작용하면 약이고, 해롭게 작용하면 독이라는 식으로 구분하지만 말입니다. 그중에서도 살육을 목적으로 만든 맹독에서 탄생한 약 이야기가 참 인상적입니다. 바로 항암제입니다. 141~143쪽

나이팅게일은 간호사로 유명하지만 사실 통계학으로도 엄청난 업적을 남겼습니다. 군대에서 위생적인 환경을 갖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또 비위생적인 환경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 가는지 정부에 알리기 위해 통계 수치를 치밀하게 분석했죠. 267쪽

그러나 다양한 의학적 상식이 가득한 이 책의 맺음말은 철학적 감성이 가득했다.
의학은 본래 인생을 풍요롭게 해 주기 위한 학문입니다. 그 '풍요로움'이 곧 '생명 연장'과 같은 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죽음이라는, 패배가 정해진 싸움에 들어서는 게 의학이라면 '멋진 패배' 또한 의학의 역할이 아닐까요? 393쪽
현대 의학이 엄청나게 발전한 듯 느껴지지만, 사실 현대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미생물과 세균 및 바이러스에 대해 무지했다. 고대의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의 시작점이 되어 무수한 연구 결과에 힘입어 현대에 이른 것을 우리는 안다.
이 책을 읽으며 외과 수술에 절대적인 마취나 치료용 약의 개발 또한 현대에 이르러 개발되었음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결정적인 의학자들과 과학자들의 사례는 반복해서 들어도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의학 공부를 하는 이와 의학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가득하다.
이 책은 의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결국 모든 인간은 노화해서 죽거나 질병으로 죽거나 또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는 존재라는 사실 앞에서 겸손해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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