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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 - 세상의 모든 교양을 부드럽게 풀어헤쳐 보여주는 친절한 지식 가이드
이지형 지음, 앤초비 그림 / 헤이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지식을 즐겁게 소유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학창시절에 공부에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야 기본지식은 섭렵했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이들에겐 기억도 희미한 흩어진 정보들만 남아있지 않을까. 사실 내 경우가 그렇다. 30대가 되어서야 ‘지식은 놀이로 즐겁게 배워야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막 삶의 지식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때마침 찾아와서 지식의 창문을 톡톡 두드렸다. 초등학생도 안다는 제목으로 진부함과 솔깃함을 주었다. 책의 두께가 얇아서 좀 의아했지만 같은 이유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저자와 초등학생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놓은 지식대화록이랄까.
예쁜 일러스트 지도처럼 한눈에 쉽게 들어오는 지식. 조감이란 말로 표현해 놓았는데 공감이 갔다. 새가 바라보는 시야로 지식을 볼수 있다면! 지식을 그렇게 파악할 수 있다면 하고 바래졌다.
아들과 등굣길을 함께 된 저자. 그 길들이 책의 열쇠가 되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때 그것은 밥, 차, 자동차, 그리고 함께 걷는 길 정도로 얘기할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 역시 제일은 함께 걸으며 이야기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자는 운이 참 좋았다. 아들의 등굣길이 산길인데다 30분이 넘게 걸리니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산에서의 대화는 참 깊고 편안하다. 아들의 학창시절을 매일 걸으며 함께 하는 아빠라는게 특권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느 아빠들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속속들이 숨어있는 것. 알고 나면 모든 순간을 좀 더 특별하게 바라보게 하는 것. 바로 과학이다. 저자는 아들 앤초비가 “공기좋다”라고 하는 말을 놓치지 않고 공기에 대해 질문을 한다. 우리가 흔히 내뱉는 이 감탄사에 딴지를 거는데 아이는 뭐라고 대답할까. 예상외로 아주 똑똑한 대답을 한다. “질소78%,산소20%,이산화탄소...” 책을 읽기 전에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역시 초딩은 똑똑했다. 읽고 있는 나보다 똑똑한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야기가 풀려나갔다. 저자 혼자 구구절절 떠드는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었던 거다.
공기 속 산소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히 우주의 탄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우주의 탄생 속에 수많은 신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나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속 이야기. “지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있을까?” 산속에서 흙을 밟고 있으면서도 플라스틱이 지구를 이루고 있다는 아이의 대답. 저자는 지식으로 설득한다. 주기율표에 나와있는 원소들을 이용해서.
‘나에게도 저런 능력이 있다면 좋겠다‘하고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주기율표라는 것은 학창시절에 들어봤던 것 같지만 도통 어렵게만 느꼈던 것 같은데 흙과 함께 설명하니 가깝게 느껴졌다. 아이의 대답은 좀 충격적이면서도 정말 정답일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천둥번개가 치는 등굣길, “천둥번개를 보면 무슨 생각이 나니?”라고 묻는다. 아이가 그리스신화의 신들을 줄줄이 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질문 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이어 크로노스와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시간은 느끼는 상황에 따라 길어지기도 짧아지기도 하니 참 재밌는 주제이다.
성경공부를 하는 아들에게 성경에 대한 잘난 척을 가장하며 시작한 종교에 대한 이야기. 기독교인들이 바라보는 성경과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 자로서 보는 성경은 달랐다.(저자도 기독교인) 성경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지만 어렵고 방대한 성경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해야할지 막연했는데 좋은 조언이 되었다. 종교의 역사가 인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만큼 흥미로웠다. 종교이야기는 이슬람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지식은 세상을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게 하면서도 그 세계 속의 사람을 이해하도록 한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토테미즘과 애미니즘의 차이는 포켓몬,디지몬,나루토를 통해 이야기한다. 아이 시선에 맞춘 맞춤 대화이다. 애미니즘은 그리스신화, 불교의 선을 이야기할 때와 같은 맥락으로 인간의 이성 너머의 세계를 말한다. 꿈의 세계와 지식은 동떨어져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많은 지식을 섭렵하다보면 결국은 우리 이성의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지식을 이야기하며 지식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시선이 맘에 들었다.
그 외에 미술사의 인상주의, 현대음악의 탄생, 세계사와 음식,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조금은 어려운 카오스와 나비효과-물리학, 통속의 뇌-뇌 과학, 진화와 유전자, 커피, 합리적인 경제학은 합리적일까, 지식의 불완전 등을 다루고 있다.
어릴 때 냇가에 있는 디딤돌을 아슬아슬 건너듯이 지식 하나하나 재미있게 건너온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의도했던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지식서이구나 하는 생각.
책장을 덮으며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은 더 끝나지 않는 대화가 있을 것 같아서 였다. 일상과 연결된 더 많은 지식들이 남아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러자니 아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딱 저만큼이 좋은 추억이다 싶었다.
지식은 저자가 그랬듯이 혼자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누군가와 나누면 빛이 난다. 그런데! 그러기엔 기억력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거.^^ 그래서 충분히 내안으로 들여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상의 현상에서 자꾸 내용을 반복해서 떠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현상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처럼!
저자가 보여준 주제와 주제 너머를 궁금해 하는 즐거운 숙제를 시작해야겠다.